2016. 08. 15
바이에른 뮌헨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16 DFL 슈퍼컵에서 실리적인 축구를 바탕으로 2-0 승리를 거두었다.
바이에른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0 승리를 기록하며 DFL 슈퍼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카를로 안첼로티 신임 감독의 색체를 가미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한 건 홈팀 도르트문트였다. 도르트문트는 센터백 마크 바르트라와 후방 플레이메이커 곤살로 카스트로의 정교한 롱패스를 바탕으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우스망 뎀벨레, 그리고 아드리안 라모스의 빠른 스피드를 적극 활용하며 바이에른을 괴롭혔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가득 메운 도르트문트 팬들(슈퍼컵 관중수 81,360명) 역시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며 선수들을 지원사격했다.
반면 바이에른 선수들은 유로 2016 본선 참가 문제로 뒤늦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다소 몸이 무거워보였다. 바이에른이 자랑하는 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토마스 뮐러가 전반 내내 좀처럼 볼 터치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이에른으로 돌아온 수비수 마츠 훔멜스도 팬들의 야유 탓인지 잦은 실수를 저지르며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3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도르트문트가 무려 9개의 슈팅을 시도한 데 반해 바이에른은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바이에른엔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와 아르투로 비달이 있었다. 노이어 골키퍼가 중요한 순간마다 선방을 펼치며 도르트문트의 공세를 봉쇄했다. 비달 역시 공수 모두에 있어 높은 공헌도를 보이며 바이에른을 지탱해 주었다.
바이에른의 첫 슈팅을 만들어낸 선수도 다름 아닌 비달이었다. 비달은 36분경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빗나갔다. 이어서 비달은 38분경 하비 마르티네스의 크로스를 골과 다름 없는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도르트문트 골키퍼 로만 뷔어키의 환상적인 선방에 막혔다.
후반에도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건 도르트문트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에른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바이에른은 58분경 비달의 선제골과 함께 앞서나갔다. 프랑크 리베리의 전진 패스를 레반도프스키가 반대편 측면으로 내주었고, 이를 비달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뷔어키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비달은 집중력있게 재차 슈팅을 가져가며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열었다. 바이에른의 실리적인 역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바이에른은 79분경 추가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훔멜스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뮐러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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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으로 앞서나가자 바이에른은 수비 라인을 내리며 잠그기에 나섰다. 결국 바이에른은 이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고, 2012년 이후 4년 만에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전임 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들어올리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안첼로티는 바이에른 감독 부임 후 공식 대회 데뷔전에서 달성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점유율에서 44대56으로 열세를 보였다. 슈팅 숫자에서도 9대20으로도르트문트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바이에른은 실리적인 역습 축구를 바탕으로 2-0 승리를 거두었다. 바이에른이 상대보다 점유율과 슈팅 숫자에서 모두 열세를 보이고도 승리한 건 2012/13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바이에른의 두 골 모두 과르디올라 시절에 보기 드문 유형의 골이었다.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은 점유율과 슈팅 숫자에서 매번 상대를 압도했으나 대부분의 골이 만들어가는 유형의 골이었다. 역습에 의한 골이나 코너킥을 포함한 세트피스 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 지난 시즌 바이에른의 분데스리가 80골 중 단 한 골 만이 역습에 의한 골이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골도 7골이 전부였다.
과르디올라는 자신만의 전술적 색체가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났지만 유연성은 다소 부족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전술이 잘 통하지 않을 때면 난관을 타개하는 데에 있어선 문제를 노출했다. 반면 안첼로티는 팀 사정에 맞게, 경기 양상에 맞게 전술을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다. 그 특색이 이번 슈퍼컵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바이에른이 도르트문트 상대로 고전하고도 4년 만에 슈퍼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