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추궁 제5회
당신의 하나님은 이집트를 위해서
무엇보다 당신과 같은 뛰어난 지도자를 예비해주셨습니다. 풍년이 끝나고 끔찍한 흉년이 시작한지 2년째가 됩니다. 그토록 나무들이
울창했던 저 주변국 들판에는 먼지만이 날리고 있을 뿐입니다. 오직 이집트만이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어요. 윤택함이 넘쳐납니다. 크고
작은 나라들은 이미 굶주림에 허덕입니다. 이집트를 위협하던 모든 왕들은 이제 사신을 보내어 금은보화와 향료와 그리고 노예들까지도
실어오며 조금이나마 식량을 더 얻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나라들은 황제 폐하께 국토를 상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으로 당신이 예언하신 것처럼 화살 하나 쏘지 않고, 말 하나 잃지 않고 주변국 모두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모두 당신의 지혜와 폐하의 신임이 이루어낸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폐하가 그 꿈을 꾸셨을 때 많은 이들은 긴장했습니다. 폐하께서는 너무나도 염려하여 식사도 제대로 드시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제아무리 능숙한 점술가라 하더라도 폐하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치 입술을 꿰매놓은
듯이 다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때 마침 아버님과 함께 멀리서 폐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잘 기억합니다. 만일 그 때 술
담당관님이 안 계셨더라면 폐하의 심기가 상하여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 때, 2년 전 술 담당관님이 감옥에 갇혔을 당시 만났던 청년 이야기를 폐하께 하시더군요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는 가나안
땅에 살던 히브리 인으로서 형제들한테 버림을 받아 노예로 팔려와서는 보디발 장군 집에서 섬기고 있던 중에 억울한 누명을 써서 감옥에
갇힌 인물인데, 자신이 감옥에 있을 때 꾼 꿈을 그 청년이 해석해주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해석대로 자신은 풀려나고 함께 있던 요리 담당관님은 처형 당했다고 하시더군요. 평소 같았더라면 그런 이야기를 곧이 들으실 리
없는 폐하였습니다만, 워낙 답답하셨는지 그 청년을 불러오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억울한 인생, 억울한 누명, 억울한 죄값……. 이 얼마나 진부하고 구차한 말들일까요. 지금 이 순간도 감옥에 갇힌 이들을 아무나
하나라도 끌어와 보세요. 모두가 하나 같이 억울하다는 말만 늘어놓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 자신의 죄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을 상상했는지 아시겠지요? 치사하고 간교하게 생긴 젊은이를 떠올렸습니다. 세상풍파에 닳고 닳은 청년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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