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극성시대
사람이나 동물에게 모기만큼이나 귀찮은 존재는 드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외양간의 암소가 등에 검은 점으로 온통 얼룩져 있다. 어제 말짱한 소등에 파리 떼거리가 붙었나 하고 보았더니 간밤에 모기가 피를 빨고 먹다 흘린
핏방울을 떨어뜨려서 말라붙은 현상이었다. 소의 등이 온통 핏방울의 흔적이 도배하고 있다. 털북숭이에 저토록 만들면 많은 피가 뽑힌 증거다.
지금은 집마다 창에 방충망 설치가 되어서 모기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외의 사건도 생긴다. 마당의 화단에서 서성이면 모기가 끈질기게
달려든다. 한 번 물리면 참기 어려울 정도로 몹시 가렵다. 방에 들어 올 때 사람의 등에 따라붙어 들어오면 잡기도 어려워진다. 모기약을 뿌려
쉽게 잡을 수도 있지만, 실내에서는 모기약 냄새로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다. 불청객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살충제를 뿌리는 일은 더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럴 때 나의 모기 피하는 방법은 기발했다. 모기가 따라 들어온 방에 모기를 가두어 두고 다른 방에서 잠을 자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그 모기가 다음날 잠잘 때 달려들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안심해도 된다. 우리 방에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모기의 천적으로 사람에게 유익한
벌레가 있다. 거미줄 치지 않는 거미 종류다. 사람에게는 전혀 해로움을 주지 않는 벌레로 모기나 나방류를 잡아먹고 산다. 벽에 붙은 모기나
파리는 귀신같은 속도로 잡아먹는 솜씨를 지녔다. 하룻밤만 지나면 이 익충이 모기를 없애준다. 그래서 한두 마리 서식하는 이 거미류는 잡지 않고
보호한다.
도대체 모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근원지를 삿삿치 조사한다. 요즘은 플라스틱 폐품들이
곳곳에 있어 빗물이 고여 옥상이나 보이지 않는 방심한 곳에 모기의 산란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집 주변에 물이 고일만한 헌 그릇이나
스치로플 그릇 역할 하는 것들은 모조리 정리했다. 여기에 빗물이 고이면 모기가 산란하여 장구벌레가 자라는 장소 제공이 되기 때문이다. 빗물 속의
장구벌레는 모기의 새끼다. 눈여겨보지 않는 사이 모기 새끼 장구벌레는 무더기로 자라난다. 현재 마을에는 벼농사가 없어지고 모두 포도 과수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모기가 서식할 장소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기가 서식할 장소는 없다고 믿은 일이다. 그 생각이 바로
나의 판단에 오류였다는 생각이다.
하수구 뚜껑을 열고 청소하다 보면 모기가 간혹 보였다. 아하! 모기가 하수구에서도
서식하는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하수구의 모기는 겨울에도 죽지 않고 살다가 봄에 새끼를 치는 일이다. 정화조 뚜껑을 힘겹게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모기가 떼거리 지어 모여 산다. 마을 하수구 복개 공사로 겨울에 얼지도 않고 마치 국회의사당처럼 보호받는 모기의 낙원이 되고 있었다. 정화조 내부의 악취 가스 배출을
위한 굴뚝 대를 세웠더니 그곳으로 이동해 나오는가 싶었다. 처음에는 뚜껑 틈새로 나오나 했는데 뚜껑에는 그런 틈새가 없었다.
마트에 가면 양파를 작은 그물망에 담아 팔고 있다. 양파를 다 쓰고 남은 그 그물망을
굴뚝 같은 배관 끝에다 끼웠다. 직경 10cm 플라스틱 배관이라 마침맞게 딱 맞아떨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하면서 혹시나 했었다. 과연
모기가 이 높은 배관을 통하여 올라올 것인가 했기 때문이다. 설치하고 하룻밤 자고 난 뒤 아침에 가 보았더니 망 안에 모기가 바글바글 들끓었다.
이 모기가 매일 플라스틱 배출 통을 통해 마당에 나와서 극성을 부린 일이다. 10m 높이나 되는 높이의 플라스틱 배관을 타고 올라왔다니 모기의
놀라운 기법이다. 홈키파 살충제를 뿌렸더니 금방 모조리 사멸한다. 그동안 이런 것도 모르고 모기에게 당한 일이 억울하다. 겨울 하수구에서 월동해
서식하던 모기가 창궐을 이뤄 정화조 통로를 따라 이동해온 일이다. 예상되는 일이지만 아파트에도 배수로 관을 통한 하수구의 모기가 안방까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기는 조그만 놈이 사람의 동태와 감각기능을 매우 잘 알아차리는 듯하다. 사람의 눈을
피해 얼굴의 귀밑이나 눈 위의 이마에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빨대를 꽃아 피를 빤다. 어찌 사람의 시선이 닿는 위치를 그렇게 잘 파악하는지
신기하다. 아마도 모기 조상 적부터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의 DNA가 배어있을 듯하다. 모기가 처음 먹이 찾아 다가올 때는 날개 소리를
죽이며 가만히 왔다가 부채질이나 소의 꼬리 질에 스치면 초속으로 도망가는 본능이다. 모기의 감각도 맛있는 피를 가진 사람의 구분을 용케
알아차린다. 같은 방에 함께 자도 모기가 침범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사람들은 흘러가는 말로 피가 쓴 사람이 따로 있다고도 한다. 이런 현상도
생존경쟁의 유전자가 발동하는가 말이다. 오늘은 마당의 화단에 창궐하던 모기의 서식처를 단속하게 되어 보람 있는 생각이 나타난 날이다.
(
글 : 박용 20190813 제7에세이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