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산시등산연합회에서 신선봉 가는 날이다. 오산을 떠난 후 몇 개월만에 참여하니 좀 서먹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과 안부를 나누면서부터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사실 급히 오산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등산준비가 시원치 않아 어느 지인에게 도시락찬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등산버스 출발지인 오산역 전. 오전 7시에 출발한다는 버스가 출발 시간인 7시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7시가 되어 도착한 버스, 왜 이리 늦게 도착했나 했더니 오산시생활체육에서 제공한 버스라 약간의 혼선이 있었단다. 거기다 그곳에서 마련한 떡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어느덧 시간은 흘러 오전 7시 26분에야 오산역을 출발했다. ...
이번 산행은 사전 예약제로 회원들을 모집했다는 것. 등산인들의 예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오산역을 출발한 두 대의 버스가
충북 괴산의 국도 변 휴게소 '만남의 광장'에 멈췄다.
이 휴게소는 근사한 외부만큼이나 건물 내부도 정갈하고 음식도 맛깔스럽다.
그리고 건물 뒤로는 수천년을 이어온 괴강(槐江)이 계절 앞에 초연하게 흐른다.
오전 10시 조령산 자연휴양림 아래에 있는 레포츠공원 주차장.
등산에 앞서
오산의 레크레이션 지도자의 리듬에 맞춰
목과 허리
팔 다리, 스트레스까지도 모두 털어낸다.
그리고 기념촬영까지
모두 마쳤다.
오늘 산행코스는 레포츠공원 - 뾰족봉 - 할미봉 - 방아다리바위 - 신선봉 - 마패봉 - 조령3관문 - 조령산 자연휴양림 - 레포츠공원
드디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가을이 내려앉은 들녘,
배추는 속속 속을 채워가고
오골계는 부지런히 가을을 쪼아댄다.
신선봉 입구. 이정표가 부서져내린 등산로엔
찬서리에 떨어져내린 나뭇잎.
찔레가 하늘을 향해 붉어간다.
붉게 불타오르던 단풍도 잠시 숨을 고르던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우리도 어느새 단풍(丹風)이다.
등산로를 채우기 시작한 솔잎 가랑잎.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입었던 옷 한 꺼풀을 몸에서 떼어내어 땀을 삭힌다.
이제부터는 바윗길이다.
걷다가 돌아서니 탁 트인 조망.
그 조망과
사람들을 한 데 엮어
소중한 추억으로 담아낸다.
이 건강한 부부와
밧줄을 당기는 여인들
그리고 신선봉을 향해 걷는 우리들이 모두 신선(神仙).
바위을 딛고나니 오솔길로 ?아져 내린 가랑잎.
머뭇거리는 사이에 겨울은 한 발짝 성큼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
산등성이에 이르니
한줄기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실루엣으로 다가선 신선봉. 여기서 신선봉까지는 80분이 남았단다.
거리를 시간으로 계산해 낸 게 이채롭다.
멋진 풍광 앞에 서서 한 컷
또 한 컷을 남긴다.
깎아든 사과의 색깔보다도 더
고운 오산의 산객들...
오이 한 입 베어 목을 축이고
바위를 내려선다. 여기서 신선봉까지는 60분이 남았단다.
다시 탁트인 바위에 올라서니
산 산 산은 모두 단풍으로 물들었고
우리가 가야할 능선과 봉우리들
그리고 조령산 휴양지가 한 눈에 잡힌다.
바위를 내려서니
그 길목에 놓인 밧줄.
이 거대한 산바위를
둘로 쪼개어 협곡이 되고
다시 이어놓아 등산로가 된다.
바윗길에 매어놓은 밧줄.
오르면서도 밧줄을 잡고
내리면서도 밧줄을 잡는다.
앞으로 곧게 뻗어내린 능선이 우리가 걸어가야할 길.
신선봉은 이제 15분 남았다.
이 바위를 올라서니
967m 신선봉 정상. 12시20분이다.
신선봉은 작은 산이 아니란다. 그러면서도 등산인들에게는 쉽게 여겨지는 것은 산행의 시작이 해발 450m 정도에서 시작하여 2시간 30분 정도면
신선봉을 살짝 내려서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은 점심 삼매경에 빠져들었고 우리도 도시락을 꺼냈다.
점심을 먹고나서 마패봉을 향해 내려서는데
내려서는 길도 밧줄에 의지한다.
이 모두 신선봉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즐거움,
역경을 이겨낸 얼굴에선 뿌듯함이 묻어난다.
여기가 A코스와 B코스가 분리되는 지점이다. B코스팀은 이 지점에서 조령산휴게소로 내려가고 A코스팀은 마패봉을 향해 전진한다.
마패봉까지는 30분.
밧줄타기의 연속이다.
능선을 비스듬히 올라서서
절묘한 바위를 넘으니
이정표와 함께
마역봉 정상, 오후 2시다. 마패봉은 어사 박문수가 이곳에서 쉬어갈 때 마패를 걸어두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너 금순이 아니가?" 이 황금같은 보조개가 30여년 전 여고동창생을 알아보게 했디니...
마패봉을 뒤로하고 내려와 조령관문에 다다르기 전, 오랜 세월에 허물어진 성곽,
나뭇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내려서니
조령3관문,
그리고 조령3관문의 성곽
그 위에서 가을을 흠뻑 적신다.
잠시 관문에 대해 알아보자.
문경 조령 관문(聞慶 鳥嶺 關門)은 사적 제147호로 문경새재에 있는 조선시대의 관문이다. 제1·제2·제3관문 및 부속성벽을 통틀어 말하며, 옛날에 영남에서 서울로 가려면 문경에서 주흘산(主屹山, 1,106m)을 넘는 것이 보통이었다.
제1관문(주흘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사적 제147호. 새재 입구에 있는 성문. 숙종 34년(1708)에 축조하였고, 영조 때에 조령진이 설치되어 문경현감이 수성장을 겸하였다.
제2관문(조곡관) 선조 27년(1594)에 충주인 신충원이 축성. 숙종조에 관방을 설치할 때 옛 성을 개축하였으나 관은 영성(3관문)과 초곡성(1관문)에만 설치하고 이 곳에는 조동문을 설치하였다.
제3관문(조령관) 새재 정상에 북쪽의 적을 막기 위해 선조 때 쌓고 숙종 초(숙종 34년:1708)에 중창하였다. 조령관을 기준으로 남쪽은 경상북도 문경땅이고 북쪽은 충청북도 충주땅이다.
이 길은 문경새재로 이어지는 과거 길이다.
조령관문을 내려서니 그윽한 10월의 향기
그 향기를 가슴에 담고
조령관문을 내려선다.
조령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을 지나니 어사또가 쉬어간 자리,
그 바위에 걸터 앉아 오늘을 정리한다.
...
괴산은 오석기 오산시등산연합회 회장께서 나고 자란 곳이란다. 이 좋은 풍광 아래에서 꿈을 키웠으니 그 결실 또한 기대해 볼만하다.
오늘 애써주신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1.10.30 일요일 |
출처: danbiz 원문보기 글쓴이: 멋쟁이
첫댓글 우선 돌아오신 선배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역시나 산행엔 전문예술하시는분이 계셔야 제대로 펴나가나봅니다.....
조만간 환영하는 의미에서 고소한 녹두빈대떡과 막걸리 벙개를 올리겠습니다....충성.....
장인께서 별세하셨었군요. 항상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따리 쌌던 게 엊그젠데 다시 돌아와 인사하려니 면목도 없고...
또 요즘 너무 바빠 정기등산에도 빠지기 일쑤고.
요렇게 사진 한 줌 올리는 것도 봉사에 속하는가요? 아무튼 멸공봉사할 게 무언지 찾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무척 반가웠는데 정신이 없다보니 반가운척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소찬에 일배하기를 고대하겠습니다. 해철씨에 대한 신의 ㅎㅎ
항상 바쁘신가 보더라고요. 한 번 자리를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