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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적 율법(Apodictic Law)의 대표적 예: 십계명
출애굽기 20장에 기록된 십계명은 전형적인 정언적 율법입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우상을 만들지 말고 절하지 말라",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보십시오. 문장 전체가 하라 혹은 하지 말라는 장엄한 절대 명령뿐입니다. 예컨대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셨지, 공경하지 않으면 당장 몇 대의 매를 때리라는 세부 형벌 조항이 십계명 본문 자체에는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선언적이고 절대적인 의무만 명시한 법들을 정언적 율법이라고 부릅니다.
결의적 율법(Casuistic Law)의 대표적 예: 언약서(출애굽기 법전)
출애굽기 20장 3절~17절까지 십계명(정언적 율법) 선포가 있은 직후, 조금 건너뛰어 출애굽기 21장 1절부터 23장 33절까지 백성들이 실생활에서 지켜야 할 사법적이고 시민적인 세부 법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성경은 출애굽기 24장 7절에서 모세가 백성들 앞에 낭독한 이 세부 법령 문서를 가리켜 '언약서(Book of the Covenant)'라고 명명합니다. 이 언약서에 기록된 법들이 바로 전형적인 결의적 율법(경우법)입니다. 출애굽기 21장 35절~36절의 법적 판례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이 사람의 소가 저 사람의 소를 받아 죽이면[If...] 살아 있는 소를 팔아 그 값을 반으로 나누고 또한 죽은 것도 반으로 나누려니와[Then...] 그 소가 본래 받는 버릇이 있는 줄을 알고도 그 임자가 단속하지 아니하였으면[If...] 그는 소로 소를 갚을 것이요 죽은 것은 그가 차지할지니라[Then...]"
보십시오. "만약에 소가 사람이나 타인의 소를 받아서 죽이는 사건(경우)이 발생하거든,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보상하고 처벌하라"고 세부 형벌과 판례가 아주 상세히 결의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조건과 처벌이 명시된 실무 법조문들을 결의적 율법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에는 이처럼 형식을 따라 정언적 율법과 결의적 율법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2. 내용에 따른 율법의 분류: 4대 분야
율법을 외형적 문장 형식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따라 분류하면, 신학계를 거쳐 오며 거의 확정적으로 정립된 네 가지 종류의 법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국가에도 헌법,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통틀어 '육법전서(六法全書)'라 하여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법을 분류하듯이, 구약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법 역시 그 다루는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4대 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도덕법 (Moral Law)
예식법 (Ceremonial Law)
건강법 (Health Law / 위생법)
국가법 (Civil Law / 시민법)
이 네 가지 종류의 율법이 지닌 구체적인 성경적 예시와 구속사적 목적을 상세히 고찰해 보겠습니다.
① 도덕법 (Moral Law)
도덕법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영적이고 '도덕적인 존재(Moral Being)'이기 때문에 부여받은 하나님의 영원불변한 성품의 사본입니다. 도덕적 존재란 창조주를 경외하고 피조물 간의 윤리를 지키며 살아가야 마땅한 의무를 지닌 존재입니다. 피조물이기에 창조주 하나님 한 분만을 온전히 섬겨야 하고, 그분이 지으신 창조의 기념일인 안식일을 마땅히 기억하여 지켜야 하며, 자식이기에 부모를 공경해야 하고, 이웃 간에 살인이나 간음, 도둑질이나 거짓말을 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도덕법의 핵심 결정체는 다름 아닌 '십계명'입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 것, 우상 숭배 금지, 명칭 오용 금지, 안식일 준수, 부모 공경, 살인·간음·도둑질·거짓말 금지, 이웃의 소유 탐내지 말라는 이 모든 조항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도덕적 인격체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본질적인 행동 규범입니다.
② 예식법 (Ceremonial Law)
예식법은 범죄한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가 죄를 용서받기 위해 행하던 제사 제도, 성소 의식, 그리고 유대 절기에 관한 법령들입니다.
레위기 1장부터 7장까지 자세히 기록된 5대 제사, 즉 번제, 소재,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어떠한 제물을 가져와야 하는지, 피는 어떻게 흘리고 고기는 어떻게 불태우며 소제를 드릴 때 거제(받들어 올림)나 요제(흔들어 드림)는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 그 예식의 방법과 시간, 장소가 엄격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 나팔절, 속죄일, 초막절로 이어지는 구약의 7대 대명절 절기 규정들이 포함됩니다. 제사장의 거룩한 자격 요건, 그들이 입어야 할 화려하고 영화로운 제사장 예복, 제사장 위임식 절례, 그리고 성막(성소)의 규격과 건축 구조, 유지 및 텐트 이동 방법에 관한 모든 세부 법령이 이 예식법의 범주에 속합니다.
③ 건강법 (Health Law / 위생법)
건강법은 인간의 육체적인 건강과 공동체의 위생을 보존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비로 베풀어주신 위생법(Hygienic Law)입니다. 음식물 섭취 규례와 정결 법령이 여기에 속합니다.
대표적으로 레위기 11장과 신명기 14장에 기록된 음식물 구별 법령이 있습니다. 육지 짐승 중에는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을 동시에 하는 소나 양 등은 정하니 먹고, 돼지나 토끼처럼 조건이 결여된 것은 부정하니 먹지 말라 명하십니다. 수중 생물 중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어류만 정하니 먹고, 미꾸라지나 뱀장어, 게나 조개류처럼 비늘 없는 것은 부정하니 금하라 하십니다. 조류 중에는 매, 독수리, 까마귀, 백로, 타조처럼 사체를 먹거나 흉포한 맹금류 종류들을 부정한 새로 명시해 금하셨습니다. 곤충 중에는 날개가 있고 뛰는 다리가 있어 메뚜기처럼 뛰는 것은 먹되, 기어 다니는 가증한 생물들은 철저히 금하셨습니다.
또한 위생학적 정결 규례가 포함됩니다. 죽은 사체(시체)를 만진 자는 공동체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부정하다 여겨 진영 밖에 격리하고 옷을 빨게 했습니다. 몸에서 피나 고름 같은 생명의 액체가 흘러나오는 유출병 환자 역시 위생적으로 격리 조치했습니다. 악성 피부병인 한센병(문둥병) 환자에 대한 정밀한 격리 진단과 정결례 법령, 그리고 남녀의 신체적 생식 의무 이후의 위생적 정결 방법 등 공동체의 보건을 위한 전반적인 의학적 조치들이 이 건강법에 완벽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④ 국가법 (Civil Law / 시민법)
국가법은 신정 국가였던 구약 이스라엘 제국의 통치 체제와 사법적 질서, 시민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선포된 시민법(Civil Law)입니다.
이스라엘의 국가 구조, 재판 행정 체제, 토지 분배와 희년 제도, 소송 절차, 그리고 장차 세워질 왕의 책임과 백성의 의무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신명기 17장 14절 이하를 보면 영토에 들어가 왕을 세우려거든 반드시 이방인이 아닌 동족 가운데서 주권자를 택하라 명하십니다. 또한 그 왕은 군사적 권력에 눈이 멀어 군마를 많이 얻으려고 백성을 애굽으로 보내지 말라 하십니다. 군대나 용병 같은 무기의 힘을 의지하지 말고 오직 창조주 하나님만을 신뢰하라는 뜻입니다. 왕은 사치와 정욕에 눈이 멀어 아내(후궁)를 많이 두어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은금을 과도하게 쌓지 말고, 여호와의 율법책을 평생 등사하여 자기 곁에 두고 읽으며 하나님 경외하기를 배우라고 왕의 직무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 놓으셨습니다. 국가의 건전한 통치와 안녕을 위한 시민법적 규정들이 바로 이 국가법입니다.
3. 율법의 시효(Validity)와 구속사적 목적
이 네 가지 종류의 율법은 내용과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기점으로 그 법적 적용의 유효 기한, 즉 '시효(Validity)' 역시 신학적으로 명확하게 갈라집니다.
| 율법의 종류 | 핵심 목적 및 대상 | 유효 시효 (Validity) | 현재적 상태 |
이 시효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도덕법(십계명)은 인류가 하나님 앞에서 '도덕적인 인격체'라는 존재 성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시효가 영원무궁합니다. 인간은 영원히 피조물이기에 하나님 한 분만을 온전히 경외해야 하고, 영원히 부모를 공경해야 하며, 타인의 생명과 가정을 파괴하는 살인과 간음, 도둑질을 행해서는 안 됩니다. 도덕법은 시효가 영원하므로 오늘날 신약의 성도들 역시 마땅히 마음과 삶을 다해 지켜내야 할 영원한 하나님의 법입니다.
둘째, 건강법(위생법)은 인간의 '신체적 체질(Constitution)'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그 시효가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존속됩니다. 구약 광야 시대 모세의 신체 구조와 오늘날 현대인의 신체 조직 및 장기 체질은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돼지고기나 지느러미 없는 독성 어류, 사체를 먹는 맹금류 등이 가진 생물학적 유해성과 위생적 부정한 속성은 모세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건강법은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폐기된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성전 된 육체를 정결하게 보존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지혜롭게 지키고 순종해야 할 유효한 보건법입니다.
셋째, 예식법(제사법)은 구약의 동물의 피를 흘리던 제사 제도가 영원히 지속되는 법이 아닙니다. 이 법은 오직 '참된 제물 되신 메시아의 십자가 대속의 신비'를 미리 보여주기 위한 예표적 유효 기간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 선언하시며 단번에 영원한 속죄 제물이 되셔서 성소 휘장을 위에서 아래로 찢으신 그 순간, 이 예식법은 완전하게 성취되어 그 법적 시효가 영구히 마감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양이나 염소를 끌고 와 피를 흘리는 제사를 드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사법은 예수 안에서 완벽하게 완성되고 마감되었습니다.
네째, 국가법(시민법)은 유대인들이 '신정 체제(Theocracy)의 독립된 이스라엘 국가'를 지상에 유지하고 존속하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유효했던 법입니다. 역사 속에서 유대 국가의 행정 체제와 영토적 자치권이 완전히 무너지고 종결되면서 이 지상 국가법의 자구적 시효는 종료되었습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현대 국가 속에서 우리가 구약의 왕정 행정법이나 고대 형벌법을 기계적으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국가법의 문맥 속에 흐르는 공의와 정의, 약자를 보호하는 영적 원리와 공평의 정신만을 우리가 영적으로 계승할 뿐입니다.
결론을 맺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 '율법'이라고 하면 무조건 무섭고 무거운 것, 혹은 신약 시대에는 통째로 다 폐기되어 안 지켜도 되는 부정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을 오독한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또한 반대로 우리가 이 율법 조항들을 철저하게 내 힘으로 행함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율법주의' 역시 엄격히 경계해야 할 이단적 사상입니다.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만 구원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구원받은 성도에게 율법은 무엇입니까? 율법은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닮아 가장 인간답고 안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창조주께서 사랑으로 쥐어주신 '인생의 축복 어린 가이드라인'입니다. 율법의 종류를 명확히 분별하여, 예수 안에서 마감된 예식법과 국가법의 자구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한 도덕법인 십계명과 우리 몸을 지키는 건강법에 기쁘고 즐겁게 순종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성도의 삶에는 참된 영적 기쁨과 건강, 그리고 하늘의 완전한 행복이 깃들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배운 율법의 종류와 목적을 마음 깊이 새기시고 말씀의 법을 즐거워하는 복된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강의를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핵심 요약 정리
형식(Form)에 따른 율법의 분류 (알브레히트 알트의 이론):
정언적 율법 (Apodictic Law): 범법 시의 구체적인 처벌 조항 없이 권위자가 절대적인 의무와 명령만을 확정적으로 선포하는 형식임. (대표적인 예: 십계명의 "하라, 하지 말라" 명령문)
결의적 율법 (Casuistic Law / 경우법): "만약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거든(If...), 이러이러한 처벌이나 보상을 집행하라(Then...)"는 조건문 구조로 짜인 판례법 형식임. (대표적인 예: 출애굽기 21~23장의 '언약서' 내 세부 생활 법조문)
내용(Content)에 따른 율법의 4대 분류 체계:
도덕법 (Moral Law): 인간이 도덕적 인격체로서 창조주와 이웃 앞에 지켜야 할 영원한 윤리 규범으로, 그 핵심 결정체는 '십계명'임.
예식법 (Ceremonial Law): 구약 시대 죄인들의 속죄를 위한 5대 제사 규칙, 제사장 의복 및 위임식, 성막의 구조와 7대 절기 준수 사항을 총칭하는 제사법임.
건강법 (Health Law / 위생법): 레위기 11장과 신명기 14장에 명시된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의 음식물 구별법, 시체 접촉 및 유출병 격리 조치 등 공동체의 보건과 위생을 위해 자비로 베푸신 보건법임.
국가법 (Civil Law / 시민법): 지상 신정 국가였던 이스라엘의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법으로, 토지 희년 제도, 재판 행정, 왕의 책임과 백성의 의무를 규정한 시민법임.
종류별 율법의 시효(Validity)와 현대적 유효성:
도덕법: 인간의 도덕적 성격이 존속되는 한 시효가 영원무궁하며, 오늘날 신약의 성도들도 마땅히 지켜야 할 최고의 성품 법임.
건강법: 인간의 신체적 생물학적 체질이 과거 광야 시대나 지금이나 동일하므로 그 보건적 위생 시효가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함.
예식법: 참된 속죄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 사건으로 완벽히 성취 및 마감(폐지)되었으므로 더 이상 동물의 피를 흘리는 제사를 드리지 않음.
국가법: 지상 유대 국가의 통치 체제가 역사 속에서 종결되면서 자구적 시효는 종료되었으나, 그 법안에 흐르는 정의와 약자 보호라는 공평의 영적 원리는 영원히 계승됨.
율법의 진정한 목적과 성도의 태도: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을 얻으려는 '율법주의'는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구원은 오직 십자가 은혜로만 주어짐. 그러나 구원받은 자녀에게 율법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이 땅에서 가장 인간답고 거룩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자비로 쥐어주신 축복의 이정표임. 따라서 영원한 도덕법과 건강법에 즐거이 순종하는 것이 성도의 온전한 특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