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시민배당, 기본소득 등의 개념을 알고 나서 느낀 것이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 또한 그랬겠지만 "정말 실현만 된다면야 흠잡을 곳 없는 사회보장제도가 되겠네!" 라고 느꼈었다. 본래 공유지였던 토지, 지하자원, 자연 등으로부터 얻은 이윤을 정부나 일부 기업들이 독식하지 않고, 공평하게 모든 국민들이 나누어 가진다.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지위 하나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니!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기본소득 보장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했고, 그 생각을 그대로 가진 채 하승수 변호사님의 강연을 들었다.
그런데, 강연 중 동영상 자료에서 유럽의 한 나라에서 선거운동을 펼치는 장면을 봤다. 다른 친구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집집마다 일일이 찾아가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법 위반행위인데 말이다. 또 우리나라 선거철 거리에서 나눠주는 명함과는 사뭇 다른, 공약이 세세하게 적혀 있는 명함도 신기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선거철에 아침부터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필요 이상의 인원을 총동원해 길가는 사람을 붙잡아 선거유세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정말 진정성이 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후보는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사람들도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기본소득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부분인데도 내가 위 내용을 언급한 이유는, 위와 같이 정치인들과 일반 시민들 간 깊은 신뢰가 기본소득 보장 정책을 시행하고, 또 그것이 적절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연 이후에 모둠별 토론을 했을 때, 나와 우리 모둠원들은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역할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토론을 위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난 지금, 그러한 내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덴마크는 '불완전한 인류가 만든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다, 국민들의 행복지수 또한 매우 높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덴마크라는 (거의)완벽한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정부만 노력했냐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워낙 잘 돼 있어서 '덴마크 국민들은 편하게만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고 자칫 오해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기본소득을 사회보장제도라는 큰 틀에 넣고 보았을 때, 덴마크 국민들은 복지사회의 안전망 안에서 결코 나태해지지 않고, 스스로 여유롭게 고민하며 어떤 결정을 내린 만큼 자신들의 결정에 책임을 졌다. 내 또래의 덴마크 친구들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고방식을 지녔다고도 한다. 이들은 결코 행복사회에 무임승차하려 하지 않았다.
기본소득이란 것은 내가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누려야 마땅한 권리인데 왜 내가 굳이 애써야 하느냐고 나에게 되묻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기본소득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지금보다 훨씬 더 두꺼운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보장 정책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유도, 그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 사이 신뢰가 아직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기본소득 보장 정책을 펼치려면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을 받고 단순히 더 편하게 살려는 나의,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