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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5년 8월 14일 (금)
o 날씨: 맑음 (안개)
o 산행경로: 적암리 주차장 - 위성지국 - 쌀난바위 - 구병산 정상 (876m) - 853봉 - 824봉 - 신선대 - 적암리 주차장 (원점회귀)
o 산행거리: 7.74km
o 소요시간: 6시간 30분 (휴식시간 2시간 50분)
o 일행: 사촌형님
o 지역: 충북 보은군
o 산행정보: 구병산
오늘의 산행지는 충북 보은군에 위치한 구병산이다. 작년 가을 속리산휴게소에서 바라본 구병산의 모습에 반하여 꼭 한번 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휴가를 이용하여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구병산은 높이는 876m로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호서의 소금강인 속리산에서 뻗어나와 보은(충북)과 상주(경북) 경계 근처에 솟아있으며, 옛날부터 보은현 삼산(三山)의 하나로 불렸다. 속리산의 천황봉을 지아비산(父山), 구병산을 지어미산(婦山), 삼승면의 금적산(金積山)을 아들산(子山)이라 한다. 구병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끝에 유난히 뾰족하게 솟아 오른 시루봉(421m)도 명물이다. 구병산은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 적암리에서 바라본 구병산 전경 (펌)
▼ 구병산 전경 (중간 왼쪽부터 구병산, 백운대, 815봉, 853봉, 824봉, 신선대)
산행들머리는 적암리 관광지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쌀난바위를 구경하기 위해 왼쪽 위성기지국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주차장 옆에 있는 구병산 등산로 안내도
등산로는 위성기지국을 지나게 된다.
▼ 보은 위성기지국
어제 비가 내린 탓인지 주변은 온통 안개로 자욱하여 구봉산은 보이지 않고 주차장 오른쪽으로 시루봉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위성국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 등산로 입구. 맨 오른쪽 뒤로 보이는 산이 시루봉이다.
숲속은 습기가 가득하고 심지어 어두컴컴하여 약간 무서운 생각조차 든다. 인적 하나 없는데 매미의 울음소리만 요란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구병산 정상까지는 약 1.8km (주차장에서는 2.6km), 비교적 짧은 거리다. 초반에는 완만한 오르막길이지만 습도가 높고 숲속이라 바람 한점 없어 무덥다는 생각 뿐이다.
등산로 어디쯤에 쌀난바위가 있을 텐데, 아무리 둘러봐도 안내판은 보이질 않는다. 산허리쯤 왔을 지점에 철계단 옆으로 움푹 패인 동굴 같은 것이 보인다. 비를 피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생각없이 사진 한장을 찍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것이 쌀난바위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안내판을 설치해두면 좋을텐데....)
▼ 쌀난바위 (펌). 내가 찍은 사진은 어둡고 흔들려 제대로 촬영이 되지 않았다.
쌀난바위는 바위협곡을 이루고 있는 문바위 일대에 반쯤 팬 구멍의 모습인데, 쌀이 난 바위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이 구멍에서 나오는 쌀로 밥을 지어먹으며 도인들이 수도했다 한다. 또 이 바위에서 손님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는데, 하루는 식모가 밥을 많이 먹기 위해 많이 나오게 하려고 부지깽이로 구멍을 후비자 쌀은 나오지 않고 뜬물만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쌀이 나왔다는 굴 위쪽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더 큰 굴이 있고, 굴 앞에는 사람들이 머문 것 같은 몇 간의 흙담이 있다. 쌀난바위에서 구병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습하고 무더워 꼭 한증막에 들어온 기분이다. 걷고 쉬고를 반복하며 조금씩 올라가는 수밖에...숲속이라 주변 조망도 없고, 게다가 안개로 주변은 온통 뿌연 색이다.
구병산 삼거리에 도착하면 구병산까지는 왼쪽으로 약 100m를 다시 치고 올라야 한다.
▼ 구병산 정상 (876m)
이른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구병산 정상은 조용히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발 아래로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마치 구름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안개도 점차 걷히길 기대하면서 한참동안 구병산 정상을 지켰다.
▼ 구병산 정상 발아래 있는 고사목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덮혔다를 반복하면서 주변 전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개를 품은 산수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구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쌀개봉
구병산 정상에서 너무 많은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아쉽지만 신선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신선대로 가는길에 안개도 걷히고 구병산의 구석구석 모습을 보다 자세히 볼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구병산 정상은 막 내려서려는 순간 한분의 산객이 땀을 훔치면서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무심코 인사를 나누면서 눈길이 마주쳤는데, 사촌형님이다. 이런 우연이....... 형님도 오늘은 혼자서 구병산을 찾았다고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형님과 기념촬영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쌀개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촌형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것을 보면서 형님과 함께 신선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나홀로 산행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만 이렇게 지인과 함께하는 산행도 또다른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구병산 정상에서 서원계곡 방향으로 30m 지점에 풍혈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구병산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되는데....산행 시작전에 습득한 정보와 도상훈련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 풍혈 (펌)
신선대로 가는길은 구병산 정상에서 내려와 백운대를 거쳐 853봉, 824봉을을 지나야 한다.
▼ 구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대 (왼쪽 앞), 853봉(중간), 824봉 (오른쪽 뒤)
구병산 삼거리를 중간으로 구병산 정상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가 백운대인데, 백운대는 위험구역이라 접근이 금지되어 있어 우회하여야 한다. 구병산 삼거리에서 853봉까지는 1km이 거리인데, 암릉과 밧줄을 잡아야 하는 구간도 있지만 비교적 평탄하다. 853봉 前에 815봉이 있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어 부지불식간에 지나쳐 버렸다.
▼ 853봉으로 가는길에 뒤돌아본 구봉산 정상 (뒤), 앞쪽은 백운대이다.
▼ 853봉으로 가면서 내려다본 적암리와 속리산휴게소 방향
안개가 걷히면서 주변의 경관도 차츰 제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853봉
853봉 정상에는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정상석이 있다. 암산인 구병산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정상에는 휴식을 취할수 있는 공간이 있고, 주변의 조망도 좋은 편이다. 853봉에서 여유를 가지며 구병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과 가슴에 담아본다.
▼ 853봉에서 바라본 칼등능선 (중간)과 824봉 (중간 뒷쪽). 오른쪽 멀리는 상주 화서면 방향
안개가 걷히고는 있지만 원거리 조망은 여전히 뚜렷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중간 멀리 보이는 산이 백화산(한성봉) 이려나....
853봉을 지나서 신선대로 가기위해서는 구병산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인 칼등능선을 지나야 한다. 위험구역이라 노약자나 심신미약자
는 위회길을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칼등능선은 좌우가 천길(?) 수직 낭떠러지고 그 중간으로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등산로가 20~30m 이어져 있다. 말 그대로 칼의 등선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한다. 칼 등선 끝 부분에는 내리막 이라 엉덩이를 걸치고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뒤따라 오던 아주머니 한분이 주저없이 칼등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형님도 뒤를 따르고....
▼ 칼등능선 구간
▼ 칼등능선의 좁은 등산로. 좌우는 천길 낭떠리지...
칼등능선은 먼저 밧줄을 타고 암릉을 내려온 후 좁은 등산로를 지나야 한다. 그리고 좁은 등산로를 지나고 나면 내리막 암릉이다. 좌우로 손을 잡을 곳이 아무것도 없다.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고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미끄러지듯이 내려와야 한다. 삐긋하여 좌우로 치우치게 되면 끝없는 추락이다...어휴~ 심장이 쫀득해진다.
▼ 칼등능선 모습. 사진으로는 입체감이 부족하여 현실감이 뒤떨어진다. 왼쪽 뒤가 853봉
853봉을 지나고 나서도 한동안 암릉구간이 계속된다.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라 본능적으로 몸이 왼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른쪽 낭떠러지 아래로 적암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절벽위 소나무에 걸터 앉아 있는 사촌형님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구병산, 백운대 그리고 853봉과 그아래로 암산의 큰 골격이 보인다.
▼ 뒤돌아본 구병산 (맨뒤), 백운대(중간) 그리고 853봉 (오른쪽 맨앞)
구병산은 울퉁불퉁한 암산인데, 암산위로 토종소나무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 암산과 소나무의 만남, 마치 한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을에는 암산위로 붉게 타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와 암산의 어우러짐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853봉을 내려오면 824봉을 지나야 한다.824봉도 우뚝 솟은 암봉이다.
▼ 올려다본 824봉
824봉은 수직 절벽이라 직접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없고 우회하여 뒤쪽으로 올라야 한다. 물론 뒤쪽으로 오르는 길도 위험하기 때문에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824봉에서는 지나온 853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824봉에서 뒤돌아본 853봉. 칼등능선이 위압적이다.
824봉을 지나 신선대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신선대에는 작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속리산 천왕봉 방향으로의 조망이 뚤려 있다. 안개는 어느정도 걷혔는데 지열때문에 원거리 조망은 여전히 흐릿하다.
▼ 신선대(785m)
신선대는 옛날에 여기서 신선들이 장기를 두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신선대에서 형님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나눠먹고 한참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옆에 쉬고 있던 아주머니는 충북알프스 종주 중이며,
등산을 다닌지 10년이 되었는데, 백두대간과 2개의 정맥을 완주하였고 70살 까지 (등산) 할 수 있도록 요즘에는 쉬엄쉬엄 다닌다고 한다. 산행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몸관리가 중요하다. 한때 무리한 산행으로 인하여 다시는 산행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빨리(속도)' 보다는 '천천히(오래)'의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 신선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왕봉 (중간 왼쪽 멀리)
▼ 신선대 바로 옆에 있는 꽈배기를 튼 소나무
신선대에서는 우리는 적암리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팔각정을 지나 적당한 계곡물을 찾아 형님은 시원하게 알탕을 즐기시고....
나는 계곡물에 발만 담갔는데도 더위가 달아나는 듯하다.
▼ 알탕을 한 계곡물 위로 파란 하늘이 계곡물을 닮아있다
신선대 아래쪽에 정수암 절터가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하산한 등산로와는 다른 등산로에 위치하고 있다.
▼ 정수암 옹달샘 (펌)
절골의 정수암 옹달샘에는 잘 다듬은 꽤 넓은 돌판(사방 50cm)에 재미있는 전설이 적혀있다. 여기 옹달샘의 물을 마신 정수암 스님
들은 정욕을 주체할 수 없어 여섯 달을 넘기지 못하고 암자를 떠났으며, 이 옹달샘의 물을 한 모금 마시면 수명이 7일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산을 완료하여 적암리 마을에 들어서니 오전에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던 구병산의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 적암리에서 바라본 구병산 전경
구병산은 충북알프스의 일부 구간이다. 충북알프스는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에 걸쳐있는 산줄기로 보은군 서원리 고시촌을 들머리로 하여 구병산과 속리산 산줄기를 이어서 활목고개를 날머리로 하는 산행코스다. 총 길이는 43.9km 이다. 충북알프스에는 의신조사가 창건한 법주사와 많은 국보, 보물 등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으며 서양의 알프스를 능가하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충북알프스 산행코스도 (펌)
충북알프스 산행코스: 활목재-미남봉-상학봉-묘봉-북가치-속사치-관음봉-문장대-신선대-천황봉-피앗재-형제봉-갈령삼거리
-못재-동관음고개-율령산왕각-장고개-신선대-구병산-칼바위능선-서원리
▼ 보청대로에서 바라본 구병산과 시루봉(오른쪽) 파노라마
하산후 인근식당에서 형님과 김치순대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 오전에 구병산을 다녀온 후 오후에는 안성 서운산 산행을 생각했으나, 형님과 함께 여유있게 구병산을 즐긴 덕분에(?) 서운산은 가을 언젠가 가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이번주 주말과 다음주 월/화요일(휴가)에 연속으로 산행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무더위가 한창인데, 체력이 따라 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