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가 시작되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13년 동안 우리는 아파트의 여러 일을 부영이 관리해 주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그동안 주민이 직접 묻고, 자료를 보고, 비교하고, 판단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제 주민자치의 문을 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가 시작된다는 것은 단순히 대표를 뽑는 것으로 끝나는 일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자치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돈의 액수보다 주민이 일을 바라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업체가 예전 부영 체제에서 공사를 하면서 응찰했던 금액과,
주민이 직접 관리하는 체제에서 응찰한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생긴다면 우리는 누군가를 의심하거나 잘못을 단정하기 전에,
“왜 달라졌을까?”
하고 먼저 묻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료를 보고, 조건을 비교하고,
필요한 경우 업체에 다시 물어보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려주면 됩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우리 단지에도 하나의 기록이 남을 것입니다.
주민자치가 시작되기 전에는 얼마였고,
주민이 직접 살피기 시작한 뒤에는 얼마였는가.
공사비뿐만이 아닙니다.
관리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장기수선계획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같은 일을 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은 줄었는지,
반대로 아껴서는 안 될 곳에는 제대로 돈을 썼는지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숫자와 자료가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주민자치를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주민자치는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돈과 우리 생활을 우리가 알고 판단하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가 되기 전에 많은 것을 약속하는 것보다,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묻고,
자료가 필요하면 요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들어보고,
결정한 일에는 책임을 지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13년 동안 진열대에 놓여 있던 물건의 먼지를 털고 다시 포장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 단지도 지나온 시간을 하나씩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기록에는 이런 문장이 하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주민들이 직접 묻기 시작했고,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를 숫자와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단지 주민자치의 첫 번째 성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