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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 크리스천 베일(Christian Bale), 가장 최근에 벤 애플렉(Ben Affleck)이 묘사한 캐릭터와 또 다른 만화 영웅의 등장.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과 조이 크래비츠(Zoë Kravitz) 주연, 매트 리브스(Matt Reeves) 감독 연출의 2022년산 < 배트맨 >(The Batman)은 망토를 두른 십자군의 필름 누아르(film noir) 안티히어로(Anti-hero) 버전이다. “DC”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 미디어는 실제로 “Detective Comics”(탐정만화)로 시작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원래 세계 최고의 탐정이었다. 배트맨은 그 뿌리 찾기로 되돌아가려 한다. 고담시 경찰과 동맹을 맺고 점점 더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여러 지역 정치인과 공적 인물의 살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물로 그려지는 이유다.
스타일적으로 검은 화면에 검은 주제를 다룬 검은 영화, 검은 망토를 두른 현대판 “조로”(Zoro) 이야기에서 패틴슨은 배트맨과 그의 은둔한 다른 자아인 브루스 웨인을, 크래비츠는 매혹적인 캣우먼으로 달빛을 받는 셀리나 카일(Selina Kyle)을 연기했다. 사악한 리들러 역의 폴 다노, 고담 경찰서장 짐 고든 역의 제프리 라이트, 배트맨의 오랜 집사 역의 앤디 서키스, 지역 마피아 보스 카민 팔콘 역의 존 터투로, 펭귄 역의 콜린 패럴이 두 남녀 주인공을 둘러싼 조연으로 등장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비에 흠뻑 젖은 고담시를 배경 무대로 사회적 부패의 근본 원인을 탐구한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흩어져 있고, 공공장소 낙서(graffiti)가 칠해져 있으며, 붉은 네온 불빛으로 물들어 있다. 시청은 부패의 온상에 불과하다. 패틴슨의 브루스 웨인은 심히 음울하고 내적 불안으로 위축된 아이 같은 어른과 같아 보이며, 영민하고 강하지만 상처와 분노로 가득하다. 그의 배트맨은 계산적인 지성과 때로는 충격적인 폭력 사이를 오가며 때로는 < 말타의 매 >(The Maltese Falcon)의 샘 스페이드(험프리 보가트 분)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치 <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의 트래비스 빅클(로버트 드니로 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슥한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등장하는 그는 도시에 대한 애증으로 정의 구현에 나선다. 한편, 실제 줄거리, 특히 리들러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영화 < 세븐 >(Seven)과 < 조디악 >(Zodiac)을 교차하는 느낌을 주며, 지쳐 보이는 베테랑 경찰 짐 고든은 열혈 청년 배트맨과 함께 복잡한 퍼즐을 풀고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을 막으려 한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과 극의 전개 상황에 조응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 마지막 구성요소는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이 악보에 써낸 음악이다. 이것은 그가 < 클로버필드 >(Cloverfield), < 렛 미 인 >(Let Me In), <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Apes), <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에 이어 리브스 감독을 위해 스코어링 한 다섯 번째 영화, 그의 탑승은 '지속적인 관계'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어떻게 전과 다른 음악을 써낼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대니 엘프먼(Danny Elfman)과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와 합작한 배트맨 음악은 제각기 팀 버튼(Tim Burton)과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의 영화 세계에 완벽히 조응하며 영화 애호가들에게 주제 의식을 각인시켜줬기 때문.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 스타 트렉: 더 비기닝 >, <스타 트렉: 다크니스 >, < 닥터 스트레인지 >,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 < 스파이더-맨: 홈 커밍 >,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 쥬라기 월드 >, < 쥬라기 월드 3 >, < 미션 임파서블 3 >,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와 같은 대작들을 죄다 섭렵한 그의 역량이 여기에서는 어떻게 발현됐을지 기대 만만.
지아키노의 스코어는 어둡고 때로는 끝없이 암울하며 때로는 압제적으로 잔인하지만, 그늘을 통해 엿보는 로맨스와 낙관주의의 희미한 빛도 있다. 음악은 배트맨 캐릭터의 양면성을 다르게 평가하여 인식한다. 브루스 웨인(Bruce Wayne)과 더 나아가 고담(Gotham) 자체를 위한 음악은 고전적으로 우아하지만 냉담하고, 고담의 과거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인정하지만, 현대의 부패와 더불어 차분하다. 한편 브루스와 고담이 현재의 악마를 쫓아낸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공존한다.
그러나 배트맨이 된 브루스와 관련하여 음악은 모든 것의 주변부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 강력하지만 신비로운 화음을 수반한다. 복수와 분노를 실은 4화음(B♭m×3-G♭)은 단조로 이루어진 반복 화음이다. 곧이어 연계하는 보조화음은 메탈리카(Metalica)의 ‘Nothing else matter’와 유사한 음형의 왈츠풍 악상. ‘Funeral and far between’에서 재등장한다.
악보의 4가지 주요 반복 주제는 앨범을 마무리하는 모음곡에서 가장 명확하다. ‘배트맨’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고담의 테마를 탐구하며 깊은 울림이 있는 피아노에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은 4개의 음표로 반복하는 배트맨 모티브이다. 약 30초 후에 Bruce Wayne/Gotham 테마가 풍부하고 우아한 현에서 나타나서 작품에 강한 감정적 품질을 가져오며 테마가 발전함에 따라 점차 전체 오케스트라를 수용할 정도로 증대한다.
‘리들러’는 이야기의 주요 적대자인 폴 다노(Paul Dano)의 캐릭터에 대한 주제로, 음악적으로 리들러 테마는 예상보다 훨씬 더 고전적이다. 지아키노는 영화의 플롯 포인트인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1825년 작곡 ‘아베마리아(Ave Maria)’에서 분명히 음악적 신호를 받았다. 그다음 유명한 슈베르트 멜로디가 변경되고 약간 왜곡되어 등장인물의 새로운 음악적 모티브를 형성한다. 처음에는 매우 아름답고 거의 천상의 아리아에 가깝다. 특히 종소리와 부드러운 현의 반주와 함께 무언의 소프라노가 연주할 때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조이 크래비츠의 ‘캣우먼’ 주제는 존 베리(John Barry)의 로맨틱 테마처럼 매우 유려하고 농염하며 대단히 매혹적이다. 그것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본드 걸’(Bond girl)과 <보디 히트>(Body Heat)와 같이 베리가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여성(Femme Fatale)이나 필름 누아르에서 썼던 음악의 품질을 내포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프와 베이스가 보조하는 피아노와 부드러운 현 사이에서 유혹하듯 선율을 뽑아낸다. 단조와 장조를 교차하는 건반 음과 둔중한 베이스 음의 조화는 특히 재즈적인 풍미를 가득 머금고,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탄주하는 바이올린 음과 함께 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려앉는다. 이는 곧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에 존재하는 성적 긴장을 완벽하게 보강해주며, 지아키노가 근래에 쓴 최고의 신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스코어의 나머지는 이 네 가지 악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함께 혼합되어 이야기의 핵심에 있는 미스터리, 리들러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분위기,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의 낭만적인 관계를 포용하는 일련의 지시 악곡(Cue)을 만든다. 그리고 때론 사납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액션 장면과 함께 폭발한다. 지아키노가 특히 배트맨 모티프로 한 작업에 대해 영리한 점은 그가 오케스트레이션의 변화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배트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의 존재가 고담의 범죄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거다. 그들은 그가 자기들을 공격하기 위해 그늘진 통로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아키노는 배트맨 모티프인 4화음을 곳곳에 사용해 이 개념을 설명한다.
그것은 거의 모든 큐에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며, 캐릭터의 존재가 도시 전체에 크게 어렴풋이 나타나는 것처럼, 그 존재가 악보에 어렴풋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팀파니 리듬으로 아주 미묘하게 잠재의식을 파고들고, 때로 그것은 시끄럽고, 비명을 지르는 금관악기 혼(horn)의 불협화음의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영화 전반과 캐릭터가 영화 내에서 하는 일들을 보강하는 기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이다. 때론 똑딱거리는 금속 타악기가 보조하는 전기기타, 피아노와 키보드, 리듬 타는 현 등과 같은 기악편성을 통해 변화를 주지만, 화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에 조응하는 4화음 배트맨 모티프를 수반하는 것이 특징. ‘Can't fight city halloween’, ‘It's raining vengeance’, ‘Crossing feline’과 같은 여러 장면의 지시 곡에서도 배트맨의 모티프가 따라붙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Crossing feline’의 후반부 증폭하는 현악, ‘Penguin of guilt’의 서스펜스 즉 지속적인 불안과 긴박감 속에 <다크 나이트>의 스코어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리들러의 테마는 특히 ‘Mayoral ducting’, ‘Moving in for the gil’, ‘World’s worst translator’와 같은 곡에서 그의 불길한 외출을 인지시킨다.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내는 섬뜩한 음악은 이내 공포의 전율에 휩싸이게 하고, ‘Collar ID’에서 투바(Tuvan)의 목 노래(Throat singing)와 같이 괴이한 음성을 배음으로 혼용한 것과 같이 리들러의 음악적 정체성을 차별한 것도 유다른 점.
다른 한편에서 캣우먼의 주제는 ‘Don't be voyeur with me’, ‘Meow and you and everything we know’와 같은 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배트맨 모티프와 함께 요녀(Femme Fatale)의 누아르 적 등장을 강조하는 전자에 비해 역동적 리듬감이 캣우먼의 교활한 면을 나타내는 한편, 점점 로맨틱한 곡조로 변주하는 후자는 배트맨과 캣우먼을 위한 애정 테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Gannika girl’과 ‘Hoarding school’은 리들러와 캣우먼, 그리고 배트맨, 이 주요 등장인물들의 테마가 뭉쳐서 등장하는 곡으로 배트맨과 캣우먼이 리들러의 단서를 쫓아간 버려진 고아원에서 마침내 끔찍한 비밀을 벗겨내는 장면을 반주한다.
‘Funeral and far between’은 브루스 웨인과 고담시 테마의 첫 대면, ‘Riddles, Riddles everywhere’에서 지아키노는 배트맨과 고담시를 위한 첫 테마를 토대로 시계 초침 효과와 같은 스피카토 주법 현악과 웅대한 금관 악, 피아노 단음을 결합 변주하게 했다. 이어지는 ‘For all your pennyworth’에서 웨인과 고담의 테마는 고뇌와 슬픔으로 가득하며 감정적 고조가 최상이다. 브루스가 자신의 과거와 그 일들이 리들러가 벌이는 일들과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특히 그의 대리 아버지인 알프레드와의 관계와 관련해 느끼는 고통과 비애를 전한다.
첫 번째 대규모 액션 시퀀스는 ‘Escaped Crusader’로, 첼로 독주로 시동을 건 후, 과격한 액션을 보강하는 오스티나토(ostinato) 관현악 협주로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배트맨과 펭귄의 자동차 추격전을 강조하는 후속 ‘Highway to the anger zone’은 강박적인 타악과 괴기스러운 효과를 주는 트레몰로 주법 현악을 시작으로 풀 오케스트라로 확대하면서 가장 복잡하고 흥분된 배트맨 모티프 변주를 들려준다. 동일 음형을 반복하는 타악 비트와 예리한 현악, 웅대한 브라스 앙상블은 매우 역동적이며 쫓고 쫓기는 장대한 장면의 긴박함과 초조, 불안 등 광적인 속도의 쾌감을 불러내 장면에 대한 몰입을 돕는다.
‘Are you a kenzie of a can’t-zie?‘는 몽롱한 전기기타와 둔중한 저음 현을 위주로 전개하지만, 훨씬 더 강렬하고 웅대한 음악을 들려준다. 브라스와 벨, 스트링의 협연이 가히 폭발적인 기세로 배트맨 모티프를 반주한다. 연계하는 ’An im-purr-fect murder‘는 틱-톡거리는 퍼커션과 웅웅거리는 베이스 현, 브라스, 퍼커션, 피아노의 협연에 의한 배트맨 모티프와 캣우먼 테마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강력한 인상을 준다. ‘The great pumpkin pie’는 트레몰로 주법의 현악이 주도하는 긴장과 불안이 리들러의 주제에 대한 소름 끼치는 암시를 전제하고, 으르렁대는 브라스, 괴이한 신음, 불길한 현의 불협화음으로 곧 닥칠 사고를 예고한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음악 또한 종반부에 액션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피날레에 해당하는 스코어의 지시 곡들은 ‘A flood of terrors’에서 시작한 다음, 고통에 몸부림치는 리들러 테마의 거대한 고딕 버전으로 시작되는 화려한 2부작 11분 ‘A bat in rafters’에서 절정에 달한다. 그런 다음 모든 주요 테마의 흥미로운 설정을 제공한다. ‘파트 2’의 시작 부분에 배트맨 모티브를 사용하는 것은 영웅적 활약에 방점을 찍는 것이며, 다음 5분 동안의 지아키노의 액션 큐는 실로 대단하다. 치열하고, 활기차고, 창의적이고, 때로는 불협화음으로 난해하고, 때로는 완전히 감정적이지만 오락적 쾌감을 준다. 작품의 대미에 캣우먼의 주제선율을 명확히 한 것은 맥락상 매우 효과적이며 탁월한 선택이다.
‘The bat's true calling’과 ‘All's well that ends farewell’은 모두 웨인/고담 테마를 전면에 배치해 문제해결과 숙명의 안도감을 투영한다. 브루스는 마침내 가족의 유산에 대한 약속에 답하고 자신의 무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보다 배트맨으로서 고담의 사람들에게 실제로 봉사하는 데 헌신하는 동시에 셀리나/캣우먼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받아들인다. 따뜻한 호른 대선율과 글리산도 주법 첼로로 현을 보강하는 마지막 연주가 돋보인다. 앨범의 마지막 곡은 12분 길이의 ‘Sonata in darkness’이다. 거장 피아니스트 글로리아 쳉(Gloria Cheng)이 독주한 4개의 주제곡이다. 작곡가가 피아노 솔로를 위해 오케스트라 악보를 직접 편곡하여 실제로 영화, 특히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에 넣은 것이라는 점.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의 <차이나타운>(Chinatown)을 비롯한 클래식 누아르 영화 음악에서 셀리나/캣우먼의 주제곡에 대한 영감을 받아 재즈적인 분위기를 가미했다는 리브스 감독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스코어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영화 음악 명장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액션 음악의 악기편성 중 금관악기와 현악기의 반주에서 엘리엇 골든썰(Elliot Goldenthal), 한스 짐머(Hans Zimmer),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 감지된다. 특히 그가 관형 벨과 모루를 타악기의 일부로 사용하는 방식과 하프와 가끔 교회 오르간을 눈에 띄게 배치하는 방식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무엇보다 지아키노가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음악적 유산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
“배트맨”을 위한 마이클 지아키노의 스코어는 명징한 4화음 모티프를 가진 배트맨 테마를 비롯해, 고전 범죄수사물인 누아르(noir) 영화 음악에서 영감을 가져와 농염한 재즈를 주입한 캣우먼의 테마, 우울한 불안과 풍부한 부유함을 공유한 고담/웨인의 테마, 종교적인 고전음악에 근거한 리들러의 테마까지, 기존의 배트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충만하다.
한편, 고독과 방황, 사회적 분노로 부글부글 끓는 배트맨의 내면 정서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너바나(Nirvana)가 발표한 ‘Something in the way’가 상징성을 부여한다. 노래 가사에 담긴 커트 코베인의 내면 정서가 곧 배트맨의 영혼을 대변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전해준다. 다리 밑에서 부랑자처럼 방황하며, 마치 세상에 홀로된 고아처럼 사회 속으로 혼합되지 못하고 배회하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면서 무언가 방해물이 나의 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사가 곧 배트맨의 독특한 아우라를 더욱 강조해준다. 아주 나지막이 읊조리는 커트 코베인의 가창과 둔중한 베이스, 그리고 음울한 현 반주까지 최상의 배트맨 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너바나(Nirvana)의 ‘Something in the Way’는 영화 <더 배트맨>에서 두 번 재생된다. 영화의 처음과 끝, 수미상관 식 배치로 등장한다. 그런지의 상징이자 대명사인 밴드 너바나의 이 곡은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에 대한 이상적인 반주이다. 무의미한 듯, 그 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려운 가사를 나지막이 읊조리는 커트 코베인의 가창과 둔중하게 울리는 현악의 우울한 분위기가 주인공의 인물됨을 정확히 대변한다.
[영화에 사용된 기성곡]
1. Ave Maria(성모송) – Franz Schubert(프란츠 슈베르트)
- 첫 번째 장면: 도입부 노래/리들러가 창문을 통해 시장의 집안을 관찰하는 장면.
- 두 번째 장면: 장례식, 신임 여시장 벨라 리얼이 브루스에게 다가가려는 장면.
- 세 번째 장면: 배트맨이 자기 계획을 폭로하지 못한 것에 실망한 리들러가 감옥에서 부르는 노래.
2. Something In The Way(뭔가 방해가 돼) – Nirvana(너바나)
- 장면: 배트맨이 미첼 시장의 집에서 범죄 현장을 떠날 때, 이제는 사망한 시장의 아들과 눈을 마주쳤을 때부터 브루스가 오토바이를 타고 고담의 거리를 통해 비밀기지 ‘배트케이브’(Bat cave)를 향해 가는 동안 계속 재생. 이후 영화가 끝날 무렵, 둑 파괴로 범람한 고담시의 아비규환 속 신임 여시장 벨라 리얼이 시민들에게 피해복구 약속과 함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배트맨은 홍수 피해자를 돕는 연속장면.
3.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 II. Adagio Un Poco Mosso(피아노 협주곡 5번 내림 마장조, 작품번호 73 “황제” 2악장. 매우 느리고 평온하게) – Ludwig Van Beethoven(베토벤)
- 장면: 리들러는 암호화된 메시지의 형태로 단서를 남긴다. 브루스가 범죄 현장에서 가져온 수수께끼 암호를 알프레드가 해독하는 동안 이 클래식 협주곡이 연주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4. Frisk – 영국 DJ 겸 프로듀서 패트릭 토핑 패트릭 토핑(Patrick Topping)과 미국 전자음악 프로듀서 케빈 손더슨(Kevin Saunderson)
- 장면: 리들러의 단서를 따라 배트맨은 결국 펭귄이 운영하는 고담의 클럽인 아이스버그 라운지(Iceberg Lounge)로 향한다. 이 테크노 트랙은 배트맨이 입장하고 클럽의 보안과 싸울 때 재생되는 음악으로 나온다.
5. Hot 44 – 미국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바우어(Baauer)
- 장면: 셀레나가 아이스버그 라운지와 클럽 내 클럽(44 아래)으로 돌아와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그녀가 군중 속 주요 손님들을 스캔하면서 ‘Hot 44’가 재생된다.
6. Dido’s Lament(디도의 탄식, 애도) – Tiffin Boys’ Choir(티핀 소년 합창단)
17세기 바로크시대 헨리 퍼셀의 영국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
“내가 대지에 묻혔을 때, 내 잘못으로 인해 그대의 가슴에 어떤 근심도 생기지 않길 바라오. 나를 기억해주오. 하지만 나의 운명은 잊어 주오.” 삶에 대한 의지, 체념, 좌절의 메시지.
- 장면: 브루스는 미첼 시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시장 후보인 벨라 리얼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이 교회를 걷고 있는 동안 이 아리아가 연주되고 있다.
7. Darkroom – Peggy Gou 본명 김민지 별칭 페기 구로 활동. DJ 패션디자이너 프로듀서
브루스가 팔콘을 만나기 위해 아이스버그 라운지를 찾을 때 클럽 배경음악으로 쿵쾅거리는 이 곡을 들을 수 있다.
8. 진혼미사곡 작품번호 48-7. 천국에서 Requiem Op. 48-7. In Paradisum (I) – 프랑스 작곡가 오르간 피아노 연주자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리들러가 다음 희생자 배트맨에게 보낸 서신을 알프레드 집사가 개봉해보는 순간과 배트맨이 알프레드를 구하러 가기까지 배경에 깔린 소년들의 합창.
9. I Have But One Heart – Al Martino(알 마르티노)
나폴리 전통 민요 ‘O Marenariello’(오 사공이여)에서 유래한 번안곡.
- 장면: 클럽으로 카민 팔콘을 찾아간 브루스는 그에게 자기 아버지가 기자를 죽였느냐고 묻고, 카멘은 브루스의 아버지가 부패한 기자를 손봐주라고 했다고 말한다. 브루스가 아이스버그 라운지에서 카마인 팔콘과 대면할 때 재생되는 노래. 흥미롭게도 마르티노(Martino)의 이 노래 버전은 영화 <대부>(Godfather)에서 직접 가져온 것으로 그가 자니 폴테인(Johnny Fontane) 캐릭터로 노래를 부른 것이다.
10. Dark – 스웨덴 EDM DJ. 알레소(Alesso)
- 장면: 배트맨은 셀레나를 따라 마지막으로 아이스버그 라운지로 가서 팔콘을 죽이는 것을 막는다. ‘Dark’는 클럽에서 재생되는 트랙.
11. Volare(Nel Blu Dipinto Di Blu)(볼라레) – Dean Martin(딘 마틴)
1958년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등극. 1959년 1회 그래미 시상식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수상. 극적인 샹송 스타일 발라드로, 미국 배우 겸 가수 딘 마틴이 스윙 있는 재즈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
- 장면: 셀레나가 팔콘에게 총을 겨누고 있을 때, 이 노래가 배경에 흐르고 있다.
12. Tesla(테슬라) – Corvad(코배드)
- 장면: 배트맨은 시장의 살인에 대한 정보를 펭귄에게 얻기 위해 아이스버그 라운지를 찾고. ‘Tesla’는 배트맨이 사무실에서 펭귄(콜린 패렐)을 심문하는 장면에서 재생된다.
13. Troop – Peggy Gou(페기 구)
- 장면: 고담의 지방 검사 길 콜슨이 참석한 것을 알게 된 배트맨은 셀리나에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라고 말한다. 대화하는 동안 배경에서 ‘Troop’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