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능과 정력에 좋은 구기자나무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전해 오는 구기자 이야기는 조금은 허황되게 과장된 듯 하다. 구기자를 오래 먹었더니 젊은 모습으로 395년을 살았다느니 또는 300년을 건강하게 살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요즘의 정서로는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기자가 산삼, 붉은조롱(하수오)과 함께 삼대 명약으로 대접받는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주 오래된 신뢰감이 쌓여 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케한다. 수 많은 명약들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명약이니 충분한 약성은 인정해도 될 듯 하다. 구기자나무는 18세기초 '산림경제'에 순 우리말로 '괴좃나무'라고 표기되어 있다. 열매가 숫고양이 생식기와 비슷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내가 이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넝쿨 같은 것을 처음 야생에서 만났을때가 30여년 전이었는데 첫인상이 조금은 묘하고 이상한 풀로 보였었다. 고추도 아닌것이 고춧잎같은 잎과 동남아나 남미에서 나는 고추같이 빨간 열매가 열리고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가시를 가지고 있어 참 묘한 풀이라 생각됐었다. 봄날 처음 나온 순을 뜯을땐 보드랍고 야들야들 하기가 봄 쑥을 뜯는 느낌이었는데, 보름쯤 지나 다시 만났을땐 줄기는 그새 억새졌고 순도 뻣뻣해져서 채취하지 못해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다. 봄 나물 중에서도 최고의 식감과 맛, 향을 지닌 나물인데 그땐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을 몰라 몇해를 순나물만 먹고 말았었다. 그 뒤로 섭생하면서 알게 되어 지금은 년 중 기회 닿는대로 채취하여 먹고 있다.
구기자는 이른 봄엔 새순을 먹고 봄부터 가을까지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구기자밥, 구기자나물, 구기자국, 구기자차, 구기자술 등으로 먹을 수 있고 꽃과 열매도 식용, 약용할 수 있다. 또한 겨울엔 뿌리 껍질인 지골피를 굴취하여 약으로 쓴다.
구기자가 함유하고 있는 베타인 성분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하고 새로운 간세포를 생성하며, 비타민A, B1, B2, C, 루틴 등이 있어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조절하여 고혈압, 저혈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구기자는 만성간염과 간경화의 염증을 제거하고 간 기능을 활성화시키며, 정력이 허약해 허리 아래가 저리고 아프며, 남자의 절로 흐르는 정액과 여자의 대하에 효과가 좋고, 시럭감퇴나 노안으로 인한 백내장 초기에 약으로 쓰이고 있다. 그 밖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여 혈압환자와 당뇨환자의 예방과 치료를 도와 준다.
옛부터 구기자를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력이 올라 정력이 강해지며 노화를 억제한다고 하는데 동의보감은 이렇게 전한다.
ㅡ내상(內傷)으로 몹시 피로하고 숨쉬기도 힘든 것을 보하고,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양기(陽氣)를 세게 하며 5로(五勞)와 7상(七傷)을 낫게 한다. 정기(精氣)를 보하며 얼굴빛을 젊어지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오래 살게 한다.ㅡ
구기자는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좋은 약초다. 민간에서는 주로 구기자차 또는 구기자술로 이용한다. 차로는 잎과 열매, 뿌리를 이용하는데 잎과 뿌리는 그늘에 말려 살짝 볶아서 끓여 마시면 되고 열매는 햇볕에 말려 쓰면 된다. 맛을 낼때는 설팅을 쓰지 않고 꿀을 가미하여 마시면 된다. 또 술로 담글때는 뿌리와 열매를 쓴다. 열매를 술로 담글때는 말린 생약을 쓰는 것이 좋다.
구기자는 특이하게도 일년에 두번 꽃이 피는 나무다. 나는 특별히 구기자를 나만의 방식으로 섭취한다. 이른 봄에 채취한 새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고 잎은 주로 생으로 씹어 먹는다. 생잎으로 먹는것은 열매를 먹는것과 같은 효능이 있다. 또 잎을 따서 콩나물밥처럼 구기자밥으로도 먹고 말려 볶아 엽차로도 마신다. 꽃도 생식이 가능하지만 성숙힌 꽃만 먹어야 된다. 열매는 말린 생약을 차나 술로 복용하고 있고 오미자와 함께 가루내어 뜨거운 물에 우려 두었다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구기자는 살찌게 하므로 다이어트와는 무관하다. 또한 열이 있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야생의 구기자나무는 깊은 산엔 거의 없다. 주로 시냇가, 둑, 도랑옆, 덤불숲가장자리 등에 주로 자생한다.
다가 오는 새 봄엔 마당 앞 담장 밑에 구기자나무 몇그루 심어 놓고 계절따라 음식과 차, 술로 즐겨보면 한 해가 즐겁고 건강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