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부교재로 쓸 책들을 보느라
서울에 올라갔더랬다.
지금 꼼꼼히 골라서 수업해 놓아야
아랫학년 아이들 수업할 때
더 잘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인터넷으로 대충 고를 수 없었다.
어렵사리 기차 4시간 반 타고 올라갔으니
허투루 볼 수 없어. . .
1박 2일 동안 교보에 쳐박혀
책만 보았다.
우리 학년 쓸 책 부터. . .
나중 아래 2~3학년들 연극할 때 쓸 대본까지도. . .
아직 마침연극하려면 6년이나 남았지만,
이렇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학년에 맞는 극을 준비할 수 없다.
그것이 어찌 나만 갖는 마음이며
그 마음씀의 대상이 단지 연극 뿐이랴. . .
한편에선 학교 청소와 교실 준비로 연락이 계속 온다.
며칠이 걸릴 지 몰라
급한 일만 해 놓고 오늘 올라왔는데
일을 돕지 못 한 채
부모님들께 맡겨두고 온 게 맘이 편칠 않다.
미안한 마음들. . .
고마운 마음들. . .
대안 학교의 교육은
단지 아이에게 좋은 교육만 주고 싶다고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삶 역시도
돈과 물질이 지배하는
이 사회의 주류가치와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삶의 전환이 없으면 안된다.
대안 학교ㅡ발도르프 학교는
돈 내고 아이를 맡기는 학원이 아니다.
교사도, 아이도, 부모도
다르게,
새롭게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펼치는 장이어야한다.
말이나 생각만이 아니라
삶과 행동으로. . .
자기 아이의 일이 아닌데도
저리 나와서 일 해 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했다.
다들 먹고사는 일들이 호락호락 하지 않을텐데
자신의 일 잠시 미뤄두고
맘과 몸으로 도와주셔서 참 감사했다.
(사실은 미안했다)
부모님들께 미안한 마음과는 달리
고파지는 내 배.
초라해지는 생각.
초라한 행색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초라한 생각이 부끄러운 것이라던데. . .
충무로로 걸어가
45년 단골집
오장동 함흥냉면 한 그릇 먹어주고. . .
영업 끝나는 10시까지 교보문고에서 책을 골랐다.
빨리 내려가야 도움 안되는 손이라도 보탤테니. . .
10시. . .
교보문고에서 동대문 24시 찜질방까지 걸었다.
언제나 익숙하지만 낯선 종로거리.
여기가 종로인지 일본인지 알 수 없을만큼
시간이 지났구나. . .
1시간 넘게 걸으며
생 빅토르 휴고의 글을 떠올렸다.
"자신의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주둥이가 노란 미숙아이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은
모든 곳을 고향처럼 느끼는 코스모폴리탄이며,
궁극의 성숙한 모습은
모든 곳을 타항이라고 생각하는 이방인이다."
좀 성숙한 이방인이라 생각하고
혹은
그리 되어보려고
이 곳 저 곳 가리지 않고 살아왔는데
. . . . .
요즘 잘 모르겠다.
주는 것도
상대가 받을 준비가 되어야
가능한 법.
아님
내가노란 주둥이 미숙아의 삶을 아직 덜 살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은 누구나 계속 같은 자리에 있을거란 생각을 해서일까?
우리가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리는
무늬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 .
그럼에도
자는 척 하는 사람을 깨울 수 없는데. . .
매캐한 공기의 서울이 정겹게 느껴졌다.
담양에. . .
그닥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내 일이 끝났다 생각하는 순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
사실 생각해보면
가고픈 곳은 없어도
오라는 곳은 많은
누구보다 홀가분한 몸 아닌가?
아무리 서울이
타향처럼 느껴져도
나 역시
타향을 고향으로 둔
서울 사람이구나. . .
첫댓글 교사들 중에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10%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훌륭하고 좋은 선생이라 자만하는 사람도 있고,
장선생님처럼 능력의 10000%를(수학적으론 불가능해도) 발휘하시면서도 항상 겸손하신 스승님들도 계시죠.
선생님 말씀처럼 말과 생각만이 아닌
삶과 행동으로 똑바로 사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모노릇 쉽지 않아요ㅠ.ㅠ
왜 이렇게 폭풍칭찬을. . .
저 날라갑니다요.
저부터 바르게 살려 노력중입니다. ㅜㅜ
헉! 저기 일본말로 도배된 건물은 종로 어디랍니까??
헤아려보니 전 인생의 절반넘는 세월을 서울서 살았더라구요.담양에 내려온지 5년째인데 그동안 결혼식 때문에 당일치기로 딱 세 번 올라간 것 말고는 서울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서울이 그립지가 않더라구요. 근데 선생님 글보니 매일 걸어서 출퇴근했던, 너무나 사랑했던 덕수궁길이며(회사가 정동에 있었거든요) 회식을 빙자해 2,3일이 멀다하고 먹고 마시고 놀았던 광화문 무교동 종로 신문로 서대문 일대가 아련히 떠오르네요.^^
전 제가 태어난 고향도, 30년 가까이 살았던 서울도 다 타향으로만 느껴지고 이제 막 5년째 살고있는 담양이 달콤하게 느껴지니 뭘까요?^^
종로 본정목이데쓰. ㅋ
유단이 어머님도 서울사람이셨나봐요?
전 그냥 직장생활을 서울서 하셨는 줄 알았다는. .
담양생활에 만족을 느끼신다니 다행입니다요. 👍👍
저 서울사람 아니고 전북 고창 흥덕 사람이예요.^^ 고등학교는 전주에서 다녔구요.
그러게요~ 애들보다 제가 더 많이 배우는것 같아요. 이런 저런 학교 활동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게 나를 성장시키는것 같아요 ^~
힘들고 피곤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ㅋㅋ
아~ 고향 무릉도원이 그립습니다ㅋㅋ
아. . . 저랑 동향이신 줄 알았는디
무릉도원이 고향인줄은 몰랐네요. ㅋㅋ
앞으론 피곤하지 않으면서 편해지셨으면 더 좋겠네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이래뵈도 서울 토박이입니다.
그니 티비에서 나오는 연예인 얼굴이 서울사람이란 편견을 버리시고. . . 서울 사람은 저처럼 생긴걸로. . .(파바박. . . 비난의 돌팔매)
호락호락하지 않은 먹고사는 일에
늘 비켜산지라. . ㅋ
그래도 말씀처럼 사람다운 사람들이 있어
이 길을 걷게 되네요.
그립지만 막상 가보면 내 기억 속의 것들이 거의 사라지고 너무 변해있어 허탈하곤 해요...
재작년에 종로 시청 을지로 일대를 걸으며 예전에 즐겨 다녔던 식당이며 찻집이며 술집을 챶아가봤는데 그대로 있던 곳은 짜장면집 한 곳 뿐이더라는...
지금은 더이상 내가 주인이 아닌 옛집을 찾아간 기분이더라구요
그곳에서 만난 것은 어느덧 자꾸만 오래된 추억들을 소추하려는 꽤 나이먹은 나.
집에 돌아오니 다음부턴 혼자 여행가지 말라며 품으로 달려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이안이가 있더군요.
이곳에 선생님이 훌쩍 떠날까봐 불안해하는 어린이들과 어른이들이 많~습니다.
책임지세요 ㅋㅋ
스물이 넘어서는 책임지는 것이 싫어 책임질 일을 안 만들고 산 저입니다요. ㅋ
달라졌음에도
사라졌음에도
찾아가지는 귀소본능, 있지 않나요?
귀소본능, 마자요 ㅋ
관계를 맺으면 일정 정도의 책임도 함께 생긴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엔 무등에 들어왔으니 내 아이 잘 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다른 엄마들의 안부도 관심가질 책임이 있어요
다리는 좀 괜찮으세요?^^
아직은 안 죽었습니다.
약간 영웅본색2 주윤발 포스???
(외모말고 다리만. . ㅠㅠ)
각자가 그리는 무늬들이 모여서 한폭의 멋진 공동체 그림이 되는거겠죠?
저 위 표지그림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차암 쉽지 않네요..
누군가는 주둥이가 노란 미숙아로.. 다른 누군가는 좀더 성숙한 코스모폴리탄으로..
또 극히 일부는 이방인으로...
조화롭게 각자 무늬를 그려가다보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전체그림이 그려질 날이 오리라 믿어보아요
근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주둥이가 노란 미숙아 인가봐요~^^
저도요.
주둥이 노란 미숙아!!
무늬,
잘 그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