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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免疫, immunity)이란, 신체 내에서 자신이라고 생각되는 것 이외의 것을 배척하고 없애거나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신체 작용을 이야기 한다. 라틴어로 면역을 뜻하는 immunis는 우리말로 ‘면제’를 뜻하며, 여기서 파생된 영어의 immunity는 감염질환으로부터 보호받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흔히 면역이라고 하면 홍역이나 수두, 볼거리와 같은 질환을 떠올리게 된다. 앞서 언급한 질환들은 한번 앓게 되면 다시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를 두고 흔히 ‘홍역에 면역이 생겼다.’ 등으로 표현한다. 즉 면역이란, 어떠한 질병에 감염되었을 때 이에 대한 정보를 몸이 기억함으로써 다시 그것에 감염되지 않는 몸의 체계이다.
우리 인체는 살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해(害)로부터 위협받는다. 그 중에서도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의 침입은 인체에서도 매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이런 미생물들 이외에 공기 중의 유해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폐로 흡입되었을 때 이물질로 받아들여지고 배출하거나 없애야할 대상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은 각 인체에서 유래되기는 하였지만 변이(變異)가 일어난 세포이기 때문에 방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면역이다.
면역계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다양한 세포들과 분자들이 유기적인 정보망에 의해 전신적(全身的)으로 작용해야만 한다. 그래야 외부의 침입자를 특이하게 인지하고 제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예방접종을 보통 어깨 부위 근육에 맞는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잘 연동되지 않는다면 접종 이후에 접종 부위 근처에만 효과가 국한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접종의 효과를 온몸이 같이 공유하고 온몸이 방어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은 예방접종 후 얻어진 면역학적 정보가 전신에 효과적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면역계에 의한 방어 기능은 인지 반응과 이에 따른 작동 반응(作動反應)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면역학적 인지는 외부 침입자를 자기 성분과 다르게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떠한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 이물질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반응인 것이다. 적군을 인지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인체에 유해한 세균 등이 침입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감염에 노출될 것이고, 아군을 인지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없는 우리 몸의 세포인데 이를 적군으로 인지하여 잘못 공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일련의 특정 병원체군이 지닌 분자 수준의 미세한 모양까지도 신속하고 확고하게 구별하며, 병원체들 간의 미묘한 화학적 차이까지도 구별할 수 있다. 면역계는 이렇게 자기-비자기(self-nonself)를 구별할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자기 세포의 변화까지도 인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면역계가 침입한 병원체를 인지하면 침입 병원체를 제거하거나 중화시키는 작동 반응이 유발된다. 면역계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성분이 유기적으로 관여하여, 초기 인지 과정을 일련의 작동 반응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적절하게 각각의 병원체를 제거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특정 비자기의 침입에 노출되면 면역계는 재차 이 특정 비자기의 침입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반응하는데 이를 기억 반응(記憶反應)라 한다.
면역계는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적응면역)으로 나뉘며, 두 면역계가 상호 협력하여 전체적인 면역반응을 이뤄낸다. 선천면역계는 외부 병원체 등의 위해 물질에 대한 방어를 위해 우리 몸에 날 때부터 구비가 되어있는 방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선천면역은 선천적으로 지닌 능력을 바탕으로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데 특히 감염 초기에 효율적인 방어선으로 작용하며 대부분의 병원체를 빠른 시간 내에 인체에서 제거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들어왔던 병원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기억세포 등을 통해 면역계에 남겨놓아 후천면역이 발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한다.
후천면역은 이미 경험하여 기억하고 있는 외부 병원체에 대해 작용하는 면역체계로, 선천면역에 비해 빠르고 강하고 정확하게 외부 병원체에 반응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병원체를 몸에서 제거할 수 있다. 후천면역은 선천면역 발현 후 일정 시간 이후에 면역 기억 과정을 거친 후 유발되며, 특히 선천면역에서 충분히 제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제거하는 데까지 포괄적으로 관여한다.
역사적으로 면역기능을 처음 기술한 사람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록한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Thucydides, BC 460~400)를 들 수 있다. 기원전 430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흑사병이 돌 때 흑사병 환자를 돌볼 수 있었던 사람은 흑사병을 앓다가 회복된 사람뿐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초기의 면역반응에 대한 사실은 매우 획기적인 생각이었지만, 그 후 200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의학(醫學, medicine)에 접목되어 효율적인 치료 및 예방법으로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15세기 중국과 터키에서는 천연두에 대한 면역기능을 유도하기 위해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물집에 생긴 건조한 딱지를 코로 흡입시키거나 피부를 절개한 후 접종하였다. 천연두는 당시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었으며, 회복되어도 30% 이상 평생 흉터를 남기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 마마 접종법(variolization-vacuolization)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백신 접종법(vaccin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1718년 콘스탄티노플의 영국대사 부인인 메리 워트리 몬터규 부인(Lady Mary Wortley Montague)이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마마 접종법을 시행하였으며, 이는 터키 원주민이 시행하는 마마 접종법의 효과를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1798년에는 영국 임상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발견한 것은, 심하지 않은 우두(牛痘)를 앓고 있는 목녀는 증상이 심한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사실에 근거하여 우두의 고름물집에서 얻은 액체를 8세 소년에게 접종하였다. 결국 이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고, 이는 근대 면역학(免疫學, Immunology)의 태동이 되었다.
이러한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접종에 의한 천연두 예방법은 전 유럽에 전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법이 다른 감염질환의 예방에 적용된 것은 약 100년이 지난 후이며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닭 콜레라를 일으키는 세균이라고 의심되는 세균 배양액을 다른 닭에게 접종하였을 때, 닭 콜레라가 다시금 일어나는지에 대해 실험을 하던 중에 여름휴가 때 방치한 오래된 세균 배양액을 닭에게 접종하면 일부에서 증상은 나타나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이 닭에게 새로 배양한 세균 배양액을 접종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닭 콜레라가 완전히 예방되어 살아남는 것을 관찰하였다. 루이스 파스퇴르는 병원체가 오래 배양되면 병독력(病毒力)이 약화되고, 이러한 약독화 균주(attenuated strain)는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약독화 균주를 명명할 때,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접종법을 기리는 마음으로 백신1)이라 하였다.
면역학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분류되고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도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한 의과대학 기초의학 학습목표에 의하면 미생물학(微生物學, microbiology)을(면역학을 포함) 크게 7가지 분야(편)로 분류하며 각 분야의 세부 항목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한 학습목표를 제시하였다.
7개의 분야 중에 제2편에 면역학에 대한 학습목표가 제시되고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면역계, 면역글로불린, 항원(抗元), 항원-항체(抗體)반응, 보체계, T림프구 항원 수용체 복합체와 부착분자, 면역반응의 구성 세포와 세포 상호작용, 면역반응의 조절, 과민반응, 감염면역(感染免疫), 주조직 적합항원과 이식면역(移植免疫,transplantation immunity), 종양면역(腫瘍免疫, tumor immunology), 자가면역 반응, 면역조정, 면역학적 실험 방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 분야 분류에 의한 면역학의 분류에서는 면역학을 크게 14개 소분류 항목 즉, 면역생물, 면역화학, 면역유전·유전면역, 세포면역(細胞免疫, cell mediated immunity), 체액면역, 분자면역, 이식면역, 종양면역, 자가면역(自家免疫, autoimmunity), 감염면역(感染免疫, infection immune), 진단면역, 바이러스면역, 모체면역, 면역혈청·면역요법, 기타 면역학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세포면역(細胞免疫, cell-mediated immunity)과 체액면역(體液免疫, humoral immunity)은 면역계에서 오래된 화두이다. 세포면역은 면역체계에서 최종적으로 비자기(non-self)를 제거하는 기전이 세포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세포독성 T림프구(cytotoxic T lymphocyte)나 대식세포, NK세포 등에 의해 일어난다. 체액면역은 면역체계를 통해 비자기를 제거하는데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것으로, B림프구와 형질세포 등이 이에 관여한다. 면역학의 발달 초기에는, 이 세포면역과 체액면역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에 논점이 붙었으나 현재에는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며 서로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태이다.
병원균이 사람에서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면역체계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몸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감염의 경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면서 가장 뚫기 힘든 장벽이 바로 피부이다. 피부는 매우 효과적인 물리적 장벽이며 만약 피부에 상처가 나는 등 장벽이 파괴되었을 때,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이외에도 각종 선천면역계와 후천(적응)면역계의 세포들이 병원균에 대항하여 싸우게 되며, 대개는 이러한 반응에 의해 감염을 극복하게 된다.
감염에 의한 질환 중에 면역계의 반응 때문에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 감염에 대하여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감염원을 제거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감염원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근처의 조직만 염증에 의해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질환에서는 오히려 면역계의 과민반응을 진정시키는 것이 치료가 될 수 있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매우 많고, 그에 따라 면역계의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감염면역은 각종 질병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통해 예방접종을 만들거나 병원체 특이 약제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식에 대한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각종 이식으로 인한 면역 문제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임상(臨床)에서 가장 많이 이식되는 조직은 근육과 연골, 뼈와 같은 근골격계 조직(筋骨格系組織)이며 장기로는 신장이 가장 많다. 이식의 경우 한 개체의 장기나 조직을 다른 개체로 옮기는 것인데, 분명 이식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질적인 조직이 들어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면역반응을 적게 하기 위하여 조직적합성 검사 등을 시행하지만 완벽하게 조직의 성질이 똑같은 경우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이식을 받은 수혜자에게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게 되며, 감염에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으면서 면역장기에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혜자의 면역상태를 조절하게 된다.
종양은 기본적으로 한 개체 내에서 일어난 변종이고, 이러한 변종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중요한 과정이 그 개체 면역계의 감시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세포는 수도 없이 많은 해(害)로부터 공격받고 있고, 이는 정상적인 유전자 구조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 구조의 변형이 일어난 세포는 그 구조를 고치거나 혹은 고치지 못하였을 경우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사멸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종양세포는 이러한 감시망을 피해 무수히 많은 분열을 하며 성장하게 된다.
• 면역: 면역학의 주제로서 우리 몸에서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고 비자기로 간주한 적을 공격해서 없애는 체계이다. 각종 감염과 종양 등의 질환에 있어 신체를 방어한다.
• 면역학자
• 대학교수
• 국립·공립·사립 연구소 연구원
제공처 형설출판사 http://www.hyungseul.co.kr
[네이버 지식백과] 면역학 [Immunology] (학문명백과 : 의약학, 신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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