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입이 터지라고 불어라.
날뛰는 번개여,
참나무를 쪼개고,
천둥을 이끄는 번개여,
이 백발을 태워라.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이여,
인간을 만드는 자궁을 부수어라.
배은망덕한 인간을 만드는 종자를 쓸어 버려라!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중 독백

1박 2일로 대부도 간 이틀째...
바람은 무시무시하게 불었다.
그래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탄도항을 걸으며...
아첨꾼 딸들에게 나라를 물려주고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막내딸을 버린 몽매하고 부덕한 황제.
골육상쟁으로 패한 막내딸의 죽음 앞에 분노하는
리어왕의 대사를 생각한 것 같다 ㅎㅎ
뜸금없이 ㅋ


가슴속에 꽁꽁
숨겨놓은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나보다 더 넓은 공간 속으로 비상할 수 없다.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가 망설여질 때는
날개를 옆구리에 접어 넣고 밧줄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 새를 떠올려본다.
마음도 열지 않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은 날개도
펴지않고 밧줄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 마크 네포의《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중에서 -

대부도 기행 / 이재경
활력을 찾은 시화호를 가르며 놓인
긴 방조제를 따라 달리다보면
흙빛 갯펄과 내 동생쯤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해변에 쳐진 철책선 그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펄떡이는 왕새우 구이를 먹을까
해물칼국수를 먹을까
아니면 그렇게 맛나다고 소문이 난
대부도 꿀포도 한짝 먹어나 볼까
대부도 방파제에서 내려다 본
또 하나의 작은 섬
제부도
물 위를 지나는 차들이 석양을 받아
마치 콘베이어에 금괘가 실려가듯 반짝이고
옴팡진 섬마을에는 금새라도 밥 짓는 연기가 서해를 지나
이미 늙어버렸을 용왕의 입맛까지
당겨놓을 듯 피어오른다
혹시라도 그때,
빠져 나가지 못한 소리라도 있을까 싶어
내게 들려 주려고 남겨놓은 소리 있을까 싶어
조개 하나 주어 귀에 대어 본다
한 평 남짓 한 차 안으로는
서편제 사운드트랙 선율이 천년학이 되어
바다 위를 훨훨 날아 다니고
또 다시 오마 라는 약속 손끝에 담아
개펄에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던가
내 바다, 니 바다로 갈라져버린
우리들의 한 바다를 보며
개펄의 진흙처럼 우리 다시 만날때는
징하게 엉켜보자고 혼자서 난
얼마나 올었던가

저녁 일몰 분위기^^

이곳 탄도에도 현대화된 마을이 들어서나 보다.
추억과 낭만은 편해지지 않아도 좋은데...
조금 불편한 여행이 기억을 더 왕성하게 하지.
창조적 상상력은 인간의 위대한 유산을 낳았고 ㅎㅎ
불멸은 인간의 가슴과 머리가 만났을 때 탄생!

지금부터는 아침 분위기 사진들...^^
"미래의 보고 바다 갯뻘을 지키자!"
어촌계의 슬로건이 바람을 맞고 있다 ㅋ

내 청춘의 슬픔 같은 사강을 지나며, 슬픔이여 안녕하신가!(Bonjour, Tirstesse!) 덧없는 세월과 알코올중독으로 쭈글쭈글해진 프랑스와 사강, 그대도 안녕하신가. 그 발랄한 상상력, 어찌 슬픔까지도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그대 젊은 시절 그 아름다움이여, 그대 청춘같이 톡톡 튀는 여자애를 혼자 속 태우며 먼발치서 사랑한 적도 있었노라. 사강의 청춘이여, 안녕 안녕!(Au revoir, Sagan!)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가 일으키는 뿌연 안개 같은 흙먼지 속으로 배가 나오고 눈이 쳐진 김승옥 씨가 서울, 1964년 겨울식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승옥 씨도 안녕하신가!(How are you, Fog-Man!) 안개로 유명한 무진에서 신성일의 외도는 안개로 인해 아름답게도 비치는가-간통죄 감인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아름다운 불륜인가, 무진의 안개여, 너도 안녕 안녕!(Good-by!)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 같은 시간의 자맥질 속에서 그 어떤 연緣이 우릴 사강沙江 가게 하는가. 나는 돌아 돌아 수없이 돌아 사강 가는데, 어떤 이는 몇번 돌아 사강 가고, 또 어떤 이는 단 한 번에 사강 가는 것만 같은데 내가 너희 마음들을 어찌 알겠느냐, 너희 또한 내 마음을 어찌 알겠느냐. 대부도행 관광버스는 살강살강 잘도 가는데, 무너지는 모래성들이여, 돌아서면 남이 되는 연緣들이여, 너도 안녕 안녕!(Good-by!)
우리들 청춘의 아름다운 시체들을 가슴에 묻고 사강死江 지나간다. 시체의 편린들, 하나씩 죽은 꿈들을 이마에 달고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일시에 소리친다. 그동안 안녕하신가, 강성철. 더러운 일들을 너무 많이 겪은 영육도 이젠 안녕하신가. 그야말로 영육간에 평안하신가. 사강死江 지나며 요단강쯤 꿈꾸는가. 세례자 요한처럼 죽음의 강에서 영혼을 구제하려는가. 성령의 비둘기여, 너도 안녕 안녕!(Good-by!)
사강思江 지나치며 정리되지 않는 무질서한 생각들이 강물처럼 흘러 차창을 적시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내가 너희들에게 준 아픔들이 강물처럼 흘러 내게로 다시 돌아온다. 끝없는 생각의 긴 터널-사강思江을 빠져 나오며 소리친다. 우린 지금 사강의 빈 껍질을 벗어버리고 대부도로 간다. 가서 벌건 대낮에 술 취하고 개판치리라.(늘상 해오던 일- 시인들은 술 취하면 면책이다, 좋은 시 한 줄 쓰기위해 제 몸이라도 판다. 바겐세일이라도 좋다)
사강을 지나며 / 강성철

우린 지금 사강의 빈 껍질을 벗어버리고 대부도로 간다?
사강? 四江? 史江? 死江? 沙江? 蛇江? 思强?

내 상상력은 출입금지란다...
날개도 없는데?

경쟁력 타령으로
인문학과 예술이 위축되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바람도 돈을 만드는 손을 본다......
인간의 길은 무엇일까?

참다운 생명은 숨어서 산다.
바람을 보듬다...

갯벌 너머 섬이 있다.
등대와 은신처...


한 점 새가 날았다...
회색 하늘이 "찍~" 금이 갔다!


푸른 깃발...
바람에 손금이 다 지워진다.
서럽게 펄럭이더라...

근처엔 안산어촌민속박물관도 있더라...
시간되면 마실 가보시라^^

뒤돌아서는 길...
미련은 다시 한번 바람 속 풍경을 눈에 넣다!
"아저씨, 집 안에서 아첨하고 있는 것이 들판에서 비맞고 있는
것보다 나아요. 돌아갑시다 돌아가서 따님들 품속로 들어 갑시다.
이런 밤은 똑똑한 놈도 바보도 알아보질 못합니다."
-'리어왕' 중 광대의 대사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아첨하는 대권 후보에게 속지 말자!
국민이 주인인 이 아름다운 코리아에서...리어왕 꼴 난데이~~ㅋ

*추신:
아침 식사하고, 비오는 탄도항을 걷고...귀경할 때 해가 지는 탄도항으로 다시 간 것을
시간을 꺼꾸로 편집했음!
왜? 난 창조자니까! ㅎㅎ 포스팅의 자유라도 없다면?
대척점처럼 멀기만 한, 사람과 사람사이(진보와 보수 진영)...... 회색의 나라에서 모질게 산다, 니기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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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흑백사진이 와 닿습니다!
안산의 모든 풍경이 다 와닿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