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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陽文化保存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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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스크랩 적성대교를 건너며/탄의 귀농일지40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33 16.12.21 04:3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적성대교를 건너며/탄의 귀농일지40

 

 

겨울 강변으로 나왔다.

며칠 혹한이 지나가고 바람은 좀 누그러졌기에 강을 보려 왔다.

강은 통째로 얼어있으나 얼음 밑으론 쉼 없이 세월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이삼일 볕이 좋아 들녘의 눈은 많이 녹았다.

 


70만 년 전 단양 수양개 강변, 거닐다 보니 여기가 바로 그들이 살았던 곳이다.

아버지는 사슴을 잡으러 숲으로 갔고 어머니는 불을 지폈을 것이다.

긴 여정을 여기서 멈추기로 한 것은 물 좋고 볕바른 언덕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다들 모여라, 여기가 바로 우리가 그리워했던 삶터다.

강바람이 좀 있겠지만 어디 근처의 굴을 찾아보자.

굴이 없다면 땅을 파서 움집을 짓자.

신이 난 아이들은 물가로 달려갔고 엄마는 불을 지폈을 것이다.

그렇게 정착한 것이 수양개의 역사가 되었다.


 

7년 전, 아내와 나도 여기서 발길을 멈추었다.

물길이 아름다웠고 남으로 열린 산기슭을 파고든 겨울 빛이 따뜻했다.

그날 따라 금수산 미인봉을 넘어 오는 바람 소리까지 정겨웠다.

여보, 우리 여기로 정하면 어떨까?

춥기 전에 조립식 단칸방이라도 하나 지어서 짐을 풀자.

새로 시작한 삶터는 그간의 타성에서 벗어나 자유, 안식, 기쁨으로 채우고 싶었다.

새터를 굳이 ‘숲속의 기쁨’이라 이름 지은 까닭이다.



신라 적성비가 있는 산성에 올랐다.

글자가 새겨진 그 시대의 돌덩이 하나를 누각을 지어 모셔두었다.

한 나라의 영역을 말해주는 증거물로서 비석은 영토와 전쟁의 승리를 확인해준다.

산성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남한강 허리가 환히 드러나고 소백을 넘어오는 산길은 숨을 데가 없다.

가히 성을 쌓을 만한 요새다.

 

새겨진 글을 해독하면 여긴 고구려와 신라가

만나는 변방이었다.

적성비는 여기가 고구려로부터 빼앗은 신라의 땅임을 알리고 있다.

땅은 그대로 이나 경계는 힘에 따라 고구려가

되었다가, 신라가 되었다.

깃발이 바뀔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강변과 들녘에서 서로 죽이고 죽고 했을까?


나라의 땅는 여전히 남북으로 쪼개져 있다.

한 때 삼국시대가 있었다면

지금도 우리는 이국시대에 살고있다.

분단의 역사에도 피비린내나는 갈등이 있었다.

전쟁엔 타국 사람들까지 모여들었고 죄없는

백성들이 수없이 죽었다.

공원마다 충혼탑이 세워지고,

분쟁은 끝나지 않아 휴전의 경계를 따라

철조망이 쳐지고,

지뢰가 매설되고 밟아서 터지고.

 

흔히 역사는 발전한다 하고,

문명은 자유의 결실이라 하고,

세상은 이제 하나의 지구촌이라 하지만

인류사는 아직 경계의 쌈박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약육강식, 어쩌면 그게 생존의 본질일까?

땅과 바다로 부족하여 하늘에까지 온통 금을

그어 영역 다툼을 하고 있다.

마침내 별을 두고 시비가 벌어질 것이다.

별마다 깃발을 꼽을 테니.

 

 

정치의 계절이 왔다.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고 달려와 깃발을 펼쳐댄다.

보수다 진보다 중도다, 말은 애매하지만 사람을 보면 그게 그 사람이다.

진실보다는 거짓이 동원되고 패를 지어 권력을 쟁취하려는 살벌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농촌 마을까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참전을 하든 관전을 하든 이 싸움에서 무관할 수 있는 시공(時空)은 없다.

나 또한 그 영토의 한 자락을 밟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 아래로는 언제 쓴 무덤들인지 공동묘지가 늘어섰다.

잠들어 있는 주검들을 옆에 두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분주하다.

양극을 가로지르는 길목엔 다리가 있다.

산성을 내려와 적성대교를 건너 내 작은 숲으로 돌아오며 묵상한다.


겨울바람의 끝은 어디쯤 일까?

언젠가 하나가 되면 좋겠지만 그 하나는 그렇게 온전할 것인가?

아니, 또 고구려가 되고, 백제가 되고, 신라가 되든

여기 산이며 강, 하늘만이라도 자연 그대로 맑고 깨끗했으면 좋겠다.

숲의 기쁨과 평화가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런 기도를 올린다.

 

(2016년 1월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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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 새터를 잡은 지난 7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쯤에서 이주민 딱지를 떼고 감히 단양사람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간 중간 제 넋두리가 실없이 길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2016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영신(送舊迎新), 새해 더욱 행복하십시오.

 

40회에 걸친 저의 귀농일지를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금수산에서 오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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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12.21 10:27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

  • 16.12.22 09:18

    잘 보았습니다. 송구영신하시고 늘 강건하시기를 빕니다.

  • 16.12.22 14:03

    잘봤읍니다. 명년에는 더좋은 글주시고 건강하세요...

  • 작성자 16.12.23 08:23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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