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사자와 바보 개 석존께서 사바타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비구니(比丘尼) : 여승(女僧)가 한 사람 있었다. 언젠가 샤칼라국에 갔을 때의 일인데 그때 이 나라에 한 사람의 바라문이 있어서 그는 오열(五熱)로 몸을 지져서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이 비오듯 흐르고 가슴과 겨드랑이에서는 폭포수 같은 땀이 흐르고 있었고, 목구멍은 타고 입술과 혀는 말라붙어서 침도 안 나올 정도로 사방에 불을 지펴서 마치 금덩어리를 녹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때는 마침 복중(伏中)인지라 그 정경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몸은 검게 그슬러서 떡을 구워 놓은 것 같았다. 그는 넝마 옷을 입고 몸을 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누갈적(樓褐炙)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비구니는 바라문의 이 같은 모양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질 것은 지지지 않고 공연히 지지지 않을 것을 지지고 있다.” 이 말을 들을 바라문은 대단히 노하여, “이 나쁜 까까중아, 그렇다면 무엇을 지져야 한단 말이냐?” 하고 대들었다. 비구니는 교묘하게 그의 마음을 찌르면서, “불에 지져야 할 것은 당신의 그 노여운 마음입니다. 당신이 만약 당신의 그 마음을 지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적(炙) : 고기를 굽는다는 뜻입니다. 소가 수레를 끄는데 수레가 앞으로 안 구르면 소를 채찍질해야지 수레를 때려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몸은 수레이고 마음은 소 같은 것이므로 당신은 마땅히 마음을 채찍질하고 마음을 지져야지 몸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마음은 성주와 같다. 성주가 노여움에 차 있으면 성을 구한다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를테면 사자가 있는데 사람이 활로 쏘고 기왓장이나 돌로 치면 사자는 곧 그 사람을 쫓아온다. 그런데 가령 사람이 치견(痴犬) : 못난바보개을 기왓장이나 돌로 때리면 그 개는 기왓장이나 돌을 쫓고 사람은 쫓지 않는다. 사자는 지혜로운 사람 같음이니 항상 그 근본을 캐고 치견은 외도(外道)와 같음이니 헛되이 몸을 지지고 마음을 찾지 않는다. 하고 타일러 가르쳤다. 이 말을 들은 바라문은 그제야 가르침의 참뜻을 깨닫고 부처님의 도(道)에 정진하였다고 한다. 〈대장엄론경 제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