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판단하면 자기만족과 교만에 빠지고 타인을 불신하고 경멸하는 등의 많은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비방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해치는 페스트균과 같아 온갖 잘못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입니다. 제단의 숯불로 이사야 예언자의 입술을 깨끗이 한 사랍들(세라핌)처럼 (이사 6,6-7 참조),
나도 하느님의 제단에서 타오르는 불을 그들의 입술에 대어 그들의 불의를 태우고 그 죄를 씻어 없애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비방을 없앨 수 있다면, 불의와 죄악의 대부분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
타인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시킨 사람은 죄를 지은 것이며 비방한 정도에 따른 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 중 가장 귀중한 것은 명예입니다. 우리에게는 세 가지 생명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달려있는 사회적 생명이 있습니다. 죄는 영적 생명을 빼앗고, 죽음은 육적 생명을 소멸시키며, 비방은 사회적 생명을 죽입니다. 특히 타인을 비방하는 사람은 혀로 세 번의 살인죄를 범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방은 비방하는 자신과 듣는 사람의 영혼을 죽게 하는 동시에 비방당하는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
베르나르도 성인은 비방하는 사람의 혀와 이를 듣는 사람의 귀는 마귀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뱀의 혀는 끝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비방하는 자의 혀도 이와 같아 한 번 입을 놀릴 때마다 듣는 사람의 귀에 독을 넣어 주는 동시에 비방을 당하는 사람의 명예를 해친다고 말했습니다. |
필로테아 님, 직접이든 간접이든 절대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마십시오.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결점이나 잘못을 들추어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진 잘못이라도 이를 과장하여 부풀리거나 타인의 선행을 나쁘게 해석하는 짓, 그리고 타인의 덕을 부인하거나 악평하고 또는 은폐하는 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아무리 자신이 무고하다고 변명하거나 타인이 입은 상처를 부정한다해도 거짓으로 그에게 해를 끼쳤으므로 하느님을 심하게 모욕하는 것입이다. |
비방을 목적으로 먼저 칭찬을 한 뒤 비꼬거나 농담하는 척 하면서 남을 헐뜯는 것은 가장 사악한 짓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그를 무척 좋아해, 참 좋은 사람이지. 그런데 솔직히 이번 일은 그 사람이 정말 잘못한 거야." , "저 아가씨는 참 착실한데,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라고 하는 말 등입니다. 그대도 이런 말 속의 교활함을 눈치챌 것입니다. |
궁수는 목표물을 명중시키고자 화살을 건 시위를 세차게 잡아당깁니다. 마찬가지로 비방에 앞서 칭찬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자 시위를 당시는 것입니다. |
비아냥거림은 가장 잔인한 비방입니다. 짐새(독을 지니고 있는 전설의 새)의 독은 그다지 독하지 않아서 쉽게 해독할 수 있지만, 이것을 포도주에다 넣어서 마시면 해독이 안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궤에서 귀로 가볍게 빠져나가는 욕이라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뇌리에는 오래 남아 있게 됩니다. |
비방 당하는 것에 대해 시편 저자는 "살무사의 독을 입술 밑에 품습니다." (시편 140,4)라고 말했습니다. 살무사에게 물린 자국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약간 따끔할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독소가 든 혈액이 심장과 신경계를 거쳐 모든 기관에 퍼져서 치료할 수 없게 됩니다. |
비록 어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을지라도 그를 술주정뱅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간음한 사실을 알아도 그 사람을 두고 간음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다 한 번 저지른 잘못을 근거로 그 사람에게 영원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됩니다.
여호수아가 아모리족을 정복하던 날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멈추어 온종일 지지 않았고(여호 10,12-13 참조), 우리 주님께서 돌아가실 때 대낮임에도 어둠이 온 땅을 엎었다고 해서 태앙이 움직이지 않았다거나 암흑천지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노아도 술에 위한 적이 있었고 (창세 9,20-21 참조), 롯은 술에 취해 자기 딸들과 잠자리를 함께한 적도 있습니다 (창세 19-30-38 참조),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술 주정꾼이 아니었고, 롯도 음란죄를 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베드로 사도는 일찍이 칼로 대사제의 종을 내리치기도 했고(요한 18,10 참조), 예수님을 거스르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마태 16,22-23 참조), 그 일 때문에 베드로 사도를 살인자나 독설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죄는 덕이든 그것이 습관하되어 그 경향이 심해질 경우에만 그러한 단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잠깐 불같이 화를 낸 사람을 신경질적인 사람이라고 하거나, 한번 도둑질을 한 사람을 계속 도둑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
또한 어떤 사람이 오랜 세월 죄를 지으며 살았다 해도 그를 악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대한 바리사이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을 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님께서는 그 여인을 변호하셨습니다(루카 7,36-50 참조).
그녀가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거룩한 참회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에서 바리사이는 성전에서 기도하는 세리를 부당하게 착취하거나 간음을 일삼는 대죄인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잘못 판단한 것입니다. 그 세리는 기도를 드리는 순간 이미 의인이 되어 있었습니다.(루카 18,9-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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