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을 화려하게 피어나게 하는 장미가 시들어가는 즈음, 눈만 돌리면 쉽게 볼 수 있는 노란 꽃이 있습니다. 바로 금계국입니다. 꽃의 색깔이 황금색 볏을 가진 관상용 닭, 금계를 닮아서 금계국이란 이름을 얻었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큰금계국입니다. 큰금계국은 금계국보다 꽃이 크고, 키가 크며, 금계국은 통꽃 주변에 자갈색 또는 흑자색 무늬가 있으나, 큰금계국은 통꽃 주변에 아무런 무늬가 없습니다.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로, 뿌리와 씨앗으로 동시에 번식하기 때문에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어서, 본래 살고 있던 우리의 특산식물이나 토종식물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18년 국립생태원에서 유해성 2등급으로 발표했답니다. 하지만 다른 주장과 연구도 있습니다.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큰금계국의 생태계 교란 식물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 연구 결과 큰금계국이 아직은 생태교란 식물이 아니랍니다. 줄기 뿌리가 있기는 하나 그렇게 길지 않고, 씨앗도 민들레처럼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가 아니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자연번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작년까지 낙동강체육공원 플라타너스길을 노랗게 물들였던 큰금계국을 올해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생태교란종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난 22일은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생물다양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람들 사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기념일입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지요. 하지만 그날, 오XX뉴스에서는 ‘샛노랗게 물든 낙동강 해평습지... 생태폭력의 현장’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더군요. 큰금계국으로 인한 생태교란을 우려하면서 해평습지의 낙동강 둔치는 4대 강 사업 조성 당시 강 속의 모래를 준설해서 그 준설토로 둔치를 돋워 만든 인위적 환경이고, 4대 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부작용이다’가 아니고 ‘볼 수 있다’로 순화하긴 했지만, 보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싶은 논조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식물을 보는 눈에도,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실에도 진보와 보수 각각의 색안경이, 맹목적인 지지와 흠집 내기가 체화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 감수성이 정치성에 덧칠되는 게 싫습니다. 스스로 자 그럴 연,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뿐입니다. 환경 보존, 생태교란 방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평가했으면 합니다. 경상도 전역으로 출장을 다니다 보니 산을 깎아 공장 짓고, 아파트 단지 들어서고, 바다를 막아 경작지 만들고 주거 단지 만드는 따위가 만연되어 있는데, 이는 생태교란보다 더 큰 생태파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 집단행동도 가끔 보이기는 합니다만, 오래전 ‘천성산 도룡뇽 ’보다 이슈화가 덜 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정치색, 입장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한, 가감 없는, 사실에 근거한 이슈 제기, 토론, 방향 설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큰금계국 핀 평원의 노랑이 좋습니다. 아직까지는... 꽃은 죄가 없습니다.
최근 송당정사 앞 낙동강변에서,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강정습지에서 큰금계국이 펼쳐준 노란 세상을 즐겼습니다. 생태 교란, 유해종이란 단어는 잊고 그냥 즐겼습니다. 악양생태공원의 큰금계국, 샤스타데이지에 빠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453708723
꽃은 죄가 없다(모셔 온 글)=======
흩날리는 벚꽃들이
나비 날개짓을 한다.
봄에 피는 꽃들은
죄가 없다.
꽃이 피니 봄인가?
봄이라서 꽃이 피는가?
논밭에 무리지어 핀
들꽃들
산과 들에 봄의 전령들
계절 흐름에 발맞춤을
하는 예쁜 꽃들
단지 사랑의 결실인
우리네 후손들처럼
그렇게 피어난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벚꽃들은 아픔을 머금고
바람결에 살랑거린다.
날개짓하며 봄을 피운다.
봄이 죄가 없듯
피어나는 꽃들도
죄가 없다.
아름다움이 죄라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해맑은 미소도 죄일까?
단지, 유죄라면
내 마음에 일렁이는
흩어진 생각들일 것이다.
봄은 비가 내리면
후두둑 떠날 것이다.
후회 없는 봄날의 햇살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봄꽃들이 더 날개짓하며
떠나가기 전에
봄을 품자.
꽃은 죄가 없다.
흔들리는 상념이 문제다.
-----이남기
* 지인에게 받은 자료인데, 인터넷에서 확인이 불가해 시 제목, 작가가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내 준 이를 믿고 그냥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