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랫시장에서 국밥을 먹고 벌교에 차를 주차하였다.
화순에 내리니 안개비 짙은 속에 빗방울도 몇 개 떨어진다.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 217번을 타고 너릿재 정류장에 내린다.
9시 30분이 채 안됐다.
명품 숲 가꾸기를 한다고 옛찻길 옆은 파 두었다.
나무들이 짙은 안개 속에 깊이를 달리하며 가만히 서 있다.
신선이 살 것 같은 은현한 숲속을 혼자 걸어들어가니 나도 조금은 신선이 되는 기분이다.
뾰족한 능선을 오르내리기를 50분쯤 했을까, 지장산 나무판이 붙은 곳에서 숨을 고른다.
만연산 5.5Km를 보고 부지런히 걷는다.
수레바위산이 나타날 것 같은데 이정표는 없다.
길 가에 바람꽃이 피어있을까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고 붉은 솔낙엽이 수북한 나무 아래서 쉬었다가
몇 걸음 걸으니, 너와나 목장 내려가는 삼거리다.
만연산 정상쪽을 두고 목장 쪽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 바위에 앉아 미니 자유시간을 두 개 먹는다.
11시 반이 지나가고 있다.
점심도 없고 술도 없다.
중머리재를 넘어 증심사에 가서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하지만,
장불재를 올라가는 길을 잡는다.
언젠가 장불재에서 내려오며 흔들리며 서놓은 글씨로 치마바위 병풍바위
이정표를 본 적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살피니 길의 흔적이 보며 머뭇거리지 않고 들어선다.
길은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오르는데
사람의 흔적은 없다. 작은 관목들이 길을 덮기도 하고
주상절리 너덜이 덮힌 곳에서는 오르내리며 길을 찾는다.
얼마나 올랏을까? 눈 앞에 바위들이 막고 있어 돌아간다.
채 녹지 않은 얼음이 있는 곳에서 미끌어져 넘어진다.
바위를 잠깐 미끌어지며 혼자 이렇게 미끌어지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멈추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해 본다.
바로 옆에서 남녀 5-6명이 점심을 펼쳤다. 저들에게 구원을 청하면 되나
몇개의 주상절리 바위를 지나 풀밭을 오르니 온통 하얗던 세상이 열리고
건너편에 백마능선의 낙타봉이 보인다.
오른쪽 안양산 쪽으로 많이 걸은 줄 알았는데 얼마오지 않았다.
하얀 구름 건너편 낙타봉 위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수만리쪽으로 하얀 구름들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가 내려간다.
장불재 쪽은 잠깐 열려 입석대가 보이는가 싶더니 또 구름이다.
장불재로 가서 내려갈까 하다가 낙타봉 쪽으로 걸어간다.
산객들은 억새수풀 사이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는다.
남은 물을 핥아먹다가 사진을 혼자 찍어보기도 한다.
이제 내려간다.
용추삼거리 지나 중머리재 북적이는 사람들을 지나 당산나무쪽으로 빠르게 내려간다.
옛대피소쯤에서 복수초 군락지를 찾았더니 꽃대가 많이 올라왔고 꽤 많이 피었다.
눈 속에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남자 둘이서 걸음이 가볍다며 사장님 나이가 몇 살이냐고 한다.
웃으며 대답않고 내려온다.
9번을 타고 금남로 4가역에 내려 고흥식당으로 들어간다. 3시를 지나고 있다.
장어탕에 소주 한병을 시켜놓고 먹는데 만나자는 연락이 와 서두른다.
뜨거운 국물에 소주를 털어넣으며 허겁지겁 먹고 지하철 역으로 뛰어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