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
고객들은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많은 물건들을 갖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량의 생산·판매를 통한 매스 마케팅을 제공하는 기업들. 사용되지도
않는 카드의 남발과 좀처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정보화투자는
기업들이 그와 같은 낡은 시대의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이 넘쳐나고 있는 오늘날, 그런 마케팅만 계속하다가는 자연스럽게 가격인하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결국 디플레이션 경향에 박차를 가할 뿐이다. 다행히
정보기술의 진보는 빠른 속도로 필요경비를 낮추고 있다.
그 기술을 이용해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면서 친절한 서비스의 제공과 영업방식의
개선을 위해 사원들의 지혜를 결집한다면 디플레 경제 하에서도 매출과 이익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유통시스템은 미국에 비해 뒤져 있다고 하지만 편의점에 가보면 마을
구석구석이 최첨단 정보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보기술로
무장한 유통망을 이용하면 판매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편의점뿐만 아니다. 이미 있는 정보인프라를 조금만 활용하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디플레이션 경제 하에서는 서비스의 개선이
업체간 명암을 가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Ⅰ. 서비스 개선으로 불황을 극복한다
- 효율화만이 정보화의 목적은 아니다
승객수 감소로 괴로워하고 있는 택시 업계에, 정보화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숙박객 감소로 울상 짓고 있는 호텔·여관업계에도 그런 업체는
있다. 추가경비를 최소한으로 낮추면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존과 도태가 결정되고 있다.
내수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택시, 호텔 등 대부분의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수의
대폭적인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그들은 줄어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갈수록 경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경기가 회복돼 고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그러나 마냥 기다리기 전에 자신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정말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였는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고객수가 줄어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의 원점으로 돌아가 전력을 다해 손님을
대접한다면 사업기회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을 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경비가 늘어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히 효율화하면서도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기술의 진보는 그와 같은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이제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1. 택시
- 위치정보시스템 이용, 신속한 배차 실현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에 위치한 비산 택시에서는 노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도 원하는 장소에 신속히 차를 보낸다. 이는 전화와 컴퓨터를 연동시킨
기술을 활용,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즉시 알 수 있는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전화를 받으면 전화기 본체의 디스플레이에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표시하는 '넘버 디스플레이'라는 서비스가 보급되고 있다. 비산 택시의 배차 센터는
이 서비스를 응용한 시스템을 도입, 전화를 받으면 PC화면상에 바로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 지도까지 표시된다. 이 정도의 정보만 알면 어느 곳에 있는 차를
배차해야할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오노미치시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은 이 지역에서 이 시스템은 비산 택시엔 큰 보물이 되고 있다. "곤란할 때
비산에 전화를 걸면 택시가 금방 달려온다"는 평판을 얻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택시업계는 전국적으로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매년 10%씩
줄고 있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도태돼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 오자키
겐지 사장은 1,000만 엔을 투자해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배차에 따른 통화시간이 평균 10초 이하로 줄었다. 예전에는 1분 이상 걸릴 때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업무가 대폭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보화 기술을 구사한 택시업체의 서비스 향상은 최근 1∼2년 동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 발단은 가나가와현 아쓰기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가나쓰
하이어다. 이 회사의 택시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현재 택시가
주행하고 있는 정확한 위치정보를 본부가 파악할 수 있다. 손님이 탔는지 빈차인지,
또는 손님을 맞으러 가는 중인지에 대한 정보와 함께 위치정보를 전송 받은 본부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택시를 자동적으로 검색해 배차한다.
가나쓰 하이어는 96년 9월 30일에 도입을 개시, 지금은 339대의 자동차 중 337대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했다. 설비투자 총액은 2억 엔. 가나쓰 하이어 운송부의
하부 가쓰오 관리과장의 말에 따르면, "고객의 주문을 받은 후 현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대폭 단축, 서비스 향상에 크게 공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배차시간이 줄어들면 요금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고객으로서는 이점이 크다.
운전사도 내비게이션을 도입하기 전에는 '역앞 주변', '시청'과 같은 몇몇 장소 중 한
곳을 기준 삼아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곤 했기 때문에 고객과 먼 거리에 있는 택시도
배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도착이 늦어져 고객이 불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배차시간은 건당 30초 전후로
가나쓰 하이어는 지난 10월 1일 '정보화기술을 구사해 서비스를 향상'시킨 공로로
운수대신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단체가 가나쓰 하이어의 시스템을
견학하러 왔다고 한다.
가나쓰 하이어의 시스템 개요는 다음과 같다. 고객이 가나쓰 하이어에 전화를 걸면
바로 배차센터에 연결된다.
이미 등록돼 있는 고객인 경우는 교환수가 전화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고객의 이름,
주소, 지도정보 등을 볼 수가 있다. 차량의 종류, 대수 등과 같은 배차조건을
확인하고 PC 화면상에 나타난 '배차'라는 버튼을 선택하면 컴퓨터가 그 고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택시를 찾아준다. 배차센터에 있는 PC의 화면에는 고객의
위치를 중심으로 한 지도가 나타나고,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빈 택시를 자동으로
배차해준다.
어느 택시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는 직선거리가 아니라 고객이 있는 위치에
이르는 경로를 살펴 소요시간을 산출, 판정한다. 직선거리가 가까워도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우에는 실제 소요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체정보까지는 다루지 못하고 있지만, 교차점에서 교차점까지의 소요시간은
시간대에 따라 바꿈으로써 실제 도착시간과 거의 차이가 없도록 프로그램을
짜놓았다.
등록되지 않은 고객의 경우는 전화번호와 주소, 가장 가까운 목표물(은행, 슈퍼 등)을
묻는다. 그 다음은 등록고객과 마찬가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배차된 택시의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고객의 이름과 주소가 표시된다. 화면을
바꾸면 고객의 위치와 택시의 위치를 화살표로 연결한 지도가 나온다. 운전사는
'빈차'에서 '마중'으로 택시 상황을 바꾸고 고객이 있는 장소로 직행한다.
고객의 장소를 모르는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의 지도가 도움이 된다. 지도는 1 :
64만에서 1: 2만, 1 : 1만, 1 : 5,000, 1 : 2,000 등 10종류가 있으며,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시판되지 않고 있는 1: 2,000 지도는 주택지도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번잡한 주택가에서도 목적지를 찾을 수가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도입으로 택시 주문 건수는 전년동기대비 8%가 늘었다.
배차시간은 건당 30초 전후로 짧아져, 작업효율도 대폭 향상됐다.
배차예약도 주문을 할 때 시간을 자동 설정해두기만 하면 된다. 그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빈 택시를 찾아 배차해준다. 예전에는 예약시간이 되면
알람시계가 울리도록 해놓았었다. 그러나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을 때 시계가 울리면
금방 시계를 끄게 된다. 그후에는 전화주문에 쫓겨 예약건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배차 시스템을 도입하는 택시회사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배차 시스템의 개발·설치 작업을 취급하고 있는
마쓰시타통신공업에 따르면, 98회계연도에는 150여 개의 택시회사가 배차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현 단계에서 자동화가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지난 4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오카야마시의 헤이와 택시다. 고객의 전화를 받으면 그와 동시에 "○○호 차가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가나쓰 하이어의 시스템은 고객정보를 불러낼 때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헤이와 택시의 시스템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전화를 받으면 자동으로 배차
시스템이 작동하게 돼 있다.
헤이와 택시는 비산 택시가 도입한 CTI 시스템을 도입, 고객의 전화를 받는 순간에
그 고객의 이름과 주소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빈차를
바로 찾아준다. 헤이와 택시의 다카하시 도시아키 상무는 "택시회사의 종업원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키보드를 이용한 입력은 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고 도입이유를 설명한다. 현재 택시 운전사의
평균연령은 50세가 넘는다고 한다. 컴퓨터 도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조작성의 개선은 중요한 요소다.
택시에 장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젊은 운전사들은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베테랑일수록 "화면상의 지도는 읽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앞으로는 운전사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질 것이다.
규제완화와 불황 속에서 택시 회사들은 생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택시는
24시간 움직이는 서비스. 개선 여하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전개할 수도 있다"고
비산 택시의 오자키 사장은 말한다. 복지 택시, 구급 택시 등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보화기술을 제대로만 구사하면 사람을 나르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수리 서비스
- 간이형 휴대전화 활용, 고객에게 친절 베풀어
"아침에 전화하면 오전 중에는 반드시 오기 때문에 매우 도움이 된다." 건설현장에
사용하는 파이프 발판을 종합건설회사들에 대여해주고 있는 일본 비테이 리스의 한
담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 회사의 본부가 위치한 도쿄 다이토구의 사무실에는 복사기가 한 대밖에 없기
때문에 고장이라도 나면 업무에 큰 지장을 준다. 그렇다고 또 한 대를 두자니 적지
않은 경비가 든다. 예전에는 아침에 서비스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면 그날 오후나
저녁때가 돼서야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전 중에 와주기 때문에 적어도
복사기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다.
복사기 수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도쿄 제록스는 후지 제록스의 자회사로서, 도쿄
23구에서 복사기 등의 판매와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가 향상된 이유는
지난봄부터 수리 및 정기점검을 취급하는 수리요원 전원에게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PHS(간이형 휴대전화)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 PHS를 갖고 있으면 수리 담당자가 어디 있는지를 언제든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기점검을 하고 있는 요원을 그곳에
급파할 수 있다.
PHS는 통화를 할 때마다 가장 가까운 안테나와 통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테나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PHS가 통신하고 있는 안테나를 찾아내면 그
PHS를 갖고 있는 요원이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도쿄 제록스는 1년 전 PHS를 이용한 간이 위치정보시스템의 장점을 알게 됐고, 즉시
이 시스템을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치를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항상 200∼300m나 되는 오차가 있다. 이것은
PHS가 통화를 위해 통신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안테나 주위 200∼300m에
PHS가 있다는 사실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 이용하고 있는
범지구위치측정시스템(GPS)과 비교해보면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대체적인 위치만
알면 된다. 정밀도가 높으면 오히려 수리요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도 있다"고
도쿄 제록스 고객지원부의 사토미 사토루 부장은 설명한다. PHS는 휴대전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본부와의 연락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리요원끼리 연락을 취해
부품을 서로 융통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PHS 대신 호출기를 이용, 수리의뢰가 들어오면 호출기로 이를 알려주곤
했다. 그러면 요원은 즉시 전화로 본부에 연락을 해주어야 한다. 고객의 전화는 쓸 수
없기 때문에 공중전화를 찾게 되는데, "최근 공중전화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찾아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연락을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도쿄 제록스의 다카미자와 고지
텔레폰 센터장은 말한다. PHS의 위치정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시간 이내에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최대의 효과는 다른 데 있다. "효율이 향상된 만큼 수리요원들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거나 제품지식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사토미 부장은 얘기한다.
수리요원들은 이 시간적 여유를 활용,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다.
"담당자들이 예전보다 고장의 원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수리를 해주면서
부품의 여러 가지 사용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일본 비테이 리스의
한 담당자는 말한다.
서비스는 사람이 하는 것인 이상 시간적,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정보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3. 오락실
- 재미있는 기계만 설치, 가동률 15분마다 체크
지바현 우라야스시에 위치한 오락실 '다카라지마(보물섬)'. JR 우라야스역 앞
쇼핑센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294대의 게임기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얼핏 보기에
어디에나 있는 보통 오락실과 다를 바 없지만, 사실 연간 3억 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형점포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오락실들이 올리고 있는 연간 매출이
7,000만∼8,000만엔 정도이므로 게임기 한 대당 3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오늘 도입한 인기 격투게임기가 지금 비어있습니다. 플로어 안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아 혼잡한 주말 같은 때에 이곳에 와보면 가끔씩 이런
안내방송이 들린다. '다카라지마'에 있는 게임기의 가동률이 높은 것은 이렇게
철저한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중에 예상보다 가동률이 나쁜
게임기가 있으면 바로 안내방송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보이기 쉬운 장소로
위치를 바꾸는 등 바로 해결을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모든 게임기의 가동상황을 15분마다 조사, PC 모니터를 통해
바로 열람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기의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카라지마'의 사무소에 가보면 위에 한 개의 안테나가 달린 1대의 PC가 있다. 이
안테나와 294대의 게임기가 15분마다 정보를 주고받아 모든 게임기의 매출, 즉 100엔
짜리 동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집계하고 있다.
원래 게임기에는 이런 통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게임기 안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형
통신장치를 장착했다. 케이블로 연결하지 않고 무선으로 만든 것은 게임기의 배치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다카라지마'를 운영하는 일본 유니카의 자회사인 일본
유니렉이다. 이 회사의 야마기시 준이치 사장은 "게임기에서는 여러 가지 전자파가
방출되는데, 이 신호에 영향을 받지 않는 통신기를 개발하는 게 힘들었다"고
얘기한다. 게임기 제조업체별로 서로 다른 통신기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다카라지마'에서는 종업원 1명이 항상 PC 앞에 앉아 모든 게임기의 가동상황을
감시하면서 점포내의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300대나 되는 기계를
배치하다보면 구성상 아무래도 눈에 띄기 힘든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본래 좀더
인기가 있어야 할 게임기의 가동상황이 나쁜 경우, 안내방송을 해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일본 유니카의 고야노 미쓰히로 영업부장은 얘기한다.
또 경품을 사용하는 게임기에는 POS 정보를 기초로 15분마다 게임기 각각의
원가율까지 계산, 가동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자 안의 인형을
꺼내는 크레인 게임은 경품인 인형을 원격조작 크레인으로 인형을 들어올려 구멍에
떨어뜨리면 밖으로 나오게 돼 있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면 금방 질려버리고,
그렇다고 너무 쉽게 만들면 경품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채산이 맞지 않게 된다.
이 균형, 즉 고객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얼마나 이익을 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카라지마'에서는 그 지표로서 경품의 원가율이 매출의 40%가 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이 1,000엔을 넣으면 400엔 짜리 원가의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 비율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고객도 재미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업체도 적정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담당자가 PC 모니터를 통해 항상 이 숫자를 감시하고 있다. 투입된 금액과
나온 경품의 개수가 15분마다 무선으로 PC에 전달돼 원가계산을 한다. 만일
원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너무 어렵게 돼 있다'고 판단, 인형을 늘리거나 집어
올리기 쉽도록 크레인의 스프링을 조절해 난이도를 낮춘다. 반대로 40%를 웃돌면
어렵게 조절한다. 비디오 게임도 이렇게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즐거움'과 '업체의 매출' 간에 균형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고객의 재미는 곧 매출향상에 직결
"우리 일은 고객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라도
100엔 짜리 동전을 더 쓰게 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고야노 미쓰히로
영업부장은 말한다.
일본 유니카는 97년에 도입한 우라야스점을 시작으로 다른 점포에도 게임기의
'POS화'를 추진해왔다. 지난 봄까지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16개
점포에서 이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그 전까지는 매일아침 오픈 전에 게임기에
들어있는 동전을 모아야만 비로소 전날 각 게임기가 올린 매출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가동상황이 안 좋은 게임기나 난이도에 문제가 있는 기계가 있어도 그에 대한
조정은 그 다음날이 돼야 이루어지곤 했다. "그 다음날 깨닫고 조정을 하게 되면 그날
얻을 수 있었던 매출을 놓쳐버리게 된다. 이 시스템으로 매출을 10% 이상 올릴 수
있었다"고 고야노 영업부장은 지적한다.
일본 유니카의 하세가와 가쓰토요 전무는 "오락실 사업은 고객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점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전형 격투게임과 같은 히트게임이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신작 게임기는 3개월 정도만 지나면 고객들이 흥미를 잃는다"고 하세가와 전무는
말한다.
때문에 똑같은 신작 게임기를 모든 점포에 설치하지 않도록 해 한 점포에 도입한
신작 게임기가 인기를 잃게되면 다른 점포에서 인기를 잃기 시작한 신작 게임기와
교환한다. 이렇게 하나의 게임기를 16개의 점포가 돌려씀으로써 상각기간을 늘려
초기투자를 회수하고 있다.
POS 정보는 이러한 게임기의 점포간 이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일본 유니카는
본사의 컴퓨터와 각 점포의 PC를 디지털 회선으로 연결, 본사에서는 16개 점포에
위치한 3,000대의 게임기가 나타내고 있는 가동상황을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매일
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데이터는 매출, 가동상황, 이익, 경품 원가율 등 매일
48종류의 지표로 분석되고 있다. 그 중에 '딜리버리(배치) 정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 지표를 보면 어느 게임기를 어느 점포에서 어느 점포로 옮겨야 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게임기가 우라야스점에서 인기를 잃고 있으므로, 아직 이
게임기가 들어가지 않은 지바현 이치가와시의 모토야와타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분석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실행, 지시한다. 하세가와 전무는 이 '딜리버리
정보'에 기초해 각 지점의 지역특성을 감안하고 지점장과의 상담을 거쳐 게임기
교환을 결정한다.
게임기의 매출금액을 집금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에도
실용화된 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실제 집금금액과 사전 매출액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정방지용이었다.
일본 유니카는 이전부터 컴퓨터를 이용, 각 점포의 매출 및 수익성 등의 수치관리에
주력해왔다. 각 점포의 점장은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의 그것을 얼마나 웃도는지를
기준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적이 좋은 점포는 매달 사보로 발표해 격려를
해주는데, 13개월 연속으로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을 웃돌았을 경우, 그
점포의 사원은 하와이 여행권을 지급하는 포상제도도 갖췄다.
종래의 판촉방법은 점장의 '감'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매출과 판매효율 향상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으나, 점포운영의 POS화로 인해 "데이터의 활용방법에 따라
고객에게 보다 많은 즐거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하세가와 전무는 말한다. 사원들의 의욕도 고취됐다. 사실 일본 유니카에서 연간 2억
엔 전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포는 우라야스점 밖에 없다. 일본 유니카의 매출은
16개 점포를 모두 합해 30억 엔. 점포당 평균 2억 엔의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히트게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의
게임센터들은 매출 감소를 겪어 왔다. 그러나 일본 유니카는 전년동기대비 10%
가까운 매출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은 그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그것은 POS 정보를 구사해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효율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4. 여관·호텔
- 고객접대의 질적 향상 위해 수집정보 활용
서비스 품질에 관한 국제기준 'ISO9002'를 세계최초로 취득한 여관이 있다. 1906년,
이시가와현 와쿠라 온천에서 12개 객실 규모의 여관으로 창립, 현재는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70개 객실을 갖춘 고급여관 '가가야'가 바로 그곳이다.
가가야가 ISO를 취득한 이유는 확실하다. "철저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명확한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천방안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다"고 가가야 경영기획실의
나카니시 가쓰나리 경영기획과장은 얘기한다.
"한번 설명해줬으면 됐지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야돼!". ISO를 취득하기 전에는
종종 고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곤 했다. 종업원에 따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예약을 할 때 "보리껍질을 넣은 베개를
준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손님을
맞거나, 고객이 "맥주는 ○○○로 부탁한다"고 말했는데도 객실담당이 "맥주는 뭘로
하실 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이다. 정보의 전달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를 고객접대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종업원들도 적지 않았다.
"고객의 불평을 완전히 없애자"는 오다 요시히코 사장의 강력한 원칙에 따라 가가야
여관은 1년 전부터 서비스 개선에 착수했고, 그 목표를 ISO 취득으로 잡았다. 92년을
정점으로 와구라온천을 찾아오는 고객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온 가가야도 6년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실적회복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래서 서비스 강화를 통한 고객확보능력
향상을 목표로 ISO 취득에 나섰던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가가야는 서비스 매뉴얼을 고치고, 컴퓨터를 이용한 철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가야는 여관 중에서는 컴퓨터 도입이 빠른 편이어서 88년부터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가야는 예약을 하는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은 기본적으로 모두 받아둔다. "음식에
소금을 조금만 넣어달라", "신문은 △△△를 부탁한다", "감기기운이 있으니 방에
가습기를 틀어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해둔다.
숙박일이 다가오면 예약 및 도착시간, 교통수단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고객에게
사전 확인전화를 건다. 이 때 추가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도
요구사항은 모두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한다. 이 고객 데이터는 고객을 직접
대하는 접객담당자를 비롯, 프런트, 조리실 등 각 부서에 전달된다.
"고객을 접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여관을 찾아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라고 나카니시 과장은 얘기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아 여관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저녁때
특별메뉴를 내놓거나 전문 사진사가 기념촬영을 해주는 식으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예약을 할 때나 전화로 확인을 할 때 고객의
방문목적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정보의 수집과 전종업원이 그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는데, 일본의 전통적인 여관뿐만 아니라 도시형 호텔 중에서도 그런 곳이 있다.
데이코쿠 호텔 영업기획실의 이나바 아키히사 부지배인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컴퓨터와 통신은 정확한 정보를 축적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필수적인 존재"라고 얘기한다.
수 만건의 데이터베이스 활용법
호텔 오쿠라, 데이코쿠 호텔, 뉴오타니와 같은 고급 호텔에서는 새로운 설비로
공세를 가하는 신흥 호텔에 맞서 서비스의 질로 대항해야 하는 상황을 맞아 엄청난
양에 이르는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갖추고, 그 정보를 활용하는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ISO9001 취득을 목적으로 서비스 전체를 재점검한 호텔 오쿠라에서는
프런트를 비롯해 모든 레스토랑, 실내 풀 등에서 단말기를 통해 수시로 이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고객 기록 중에는 식사에 대한 주문은 물론 좋아하는 술의 종류,
술을 내오는 순서, 양 등 자세한 내용까지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모처럼 모아놓은 정보도 제대로 활용해야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호텔 오쿠라의
이시하라 다다시 사장실장은 얘기한다.
이 호텔은 지난해 여름 이후 "나리타공항의 이착륙 정보"를 항시 입수할 수 있도록
해, 체크 아웃하는 고객이 탑승할 예정인 비행기의 운항상황을 반드시 설명해주고
있다. 만일 탑승예정인 비행편이 취소되거나 크게 늦어지면 다른 항공편을 찾아
예약을 하도록 한다. 이것도 호텔 측이 해주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사장실의 스와 겐이치 차장은 "이·착륙시간에 대한 정보를 객실에 있는 TV를 통해
전해준다고 해서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때에 정확한 내용을
전해주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라고 말한다.
데이코쿠 호텔에서도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대방법을 갖췄다. 예를 들어 "관청가에 가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자세한 지도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지, 미리 그 방법을
기록한 데이터를 출력해 건네주는 방법이 좋을 지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른
대처방법을 준비해두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완벽한
데이터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들이 고객의 기분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이나바 부지배인은 얘기한다.
정보화기술의 도입은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호텔이 해야하는 일은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비스 제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화기술은 그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Ⅱ. 중소 금융업체에 찾아온 비약의 호기
- 정보화로 경영체질 개선, 고객지향 영업 강화
기업규모가 중요한 금융업계에서도 중소·신참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정보화를 통해 대형업체들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경비를 절감하면서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 은행
- 이동식 ATM, 인터넷 뱅킹 등 다양한 서비스 구사
지난해 홋카이도다쿠쇼쿠은행과 야마이치증권이 도산한 데 이어
일본장기신용은행도 파산사태를 맞았다. 금융공황을 두려워한 일본 정부는
대형은행에 대한 공공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금융업계를 비롯한 재계 전체가 은행의
부실채권처리와 금융재편 과정을 일제히 주목하고 있는 지금, 또 한가지 간과해선
안될 점은 규제완화로 인해 개별 금융기관간에도 커다란 격차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한 금융기관은 점점 더 강해지고 약한 금융기관은 점차 도태돼 가는 이 자유경쟁의
원리는 경영규모의 대소와는 관계없이 움직인다. 아니, 오히려 작은 곳이 큰 곳보다
나을 수도 있다. 자신의 체력을 알고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확고한 경영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10여년 전에 일어난 미국의
금융 빅뱅 이후 나타난 움직임을 봐도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정보기술의 진보는 그와 같은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업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지점망 확대를 향해 치달아온 대형 금융기관들은 저비용의 네트워크거래를
확대해 가면서도, 한쪽으로는 비대해진 지점망의 유지경비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신용등급 높인 스루가은행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루가은행은 일개 지방은행에 불과하지만
정보화를 통해 경비와 인원절감에 힘쓰면서, 그 인원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이 은행의 장기예금 등에 대한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높였다.
스루가은행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새로운 서비스를 살펴보자.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 위치한 할인점 '다이쿠마'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 반만
되면 차체에 '스루가은행'이라고 적힌 트럭이 찾아온다. 그 안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여러 대 실려있다. 고객수가 잦아들기 시작하는 오후 4시
반이 되면 이 차는 다른 장소를 향해 움직인다.
'액세스 비히클(Access Vehicle)'이라는 이름의 이 트럭은 가나가와현 서부에 위치한
슈퍼 등을 중심으로 1주일에 5일간 오전, 오후 각각 다른 장소로 이동해 영업을
시작한다. ATM이 이동식이긴 하지만 기능은 은행에 있는 것과 똑같다.
이 이동식 ATM의 제조비용은 1억 엔 정도. 시중은행 등도 도입하고 있는 상설
무인ATM이 2,000만 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스루가은행의 오카노 미쓰요시 사장은 과잉투자가 아닌가 하는 물음에 고개를
내젓는다. "ATM과 같은 설비는 그 가동률로 초기투자의 상각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의 흐름이 많은 시간과 장소로 이동하면 가동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ATM을 설치하는 것이 서비스의 기본일
것이다".
이 이동식 ATM은 일본IBM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트럭에 실려 있기 때문에
전용 케이블을 이용한 통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객의 거래정보는 트럭 위에
설치된 파라볼라 안테나를 통해 위성통신에 전달되고 거기서 다시 스루가은행의
정보처리센터로 보내진다.
이처럼 위성통신을 이용해 금융거래정보를 전달하는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대장성,
우정성과 합의해 고객정보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부가한 결과, 대당 1억
엔이 넘는 비용이 들게 됐다.
스루가은행의 정보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향상과 경비절감을 위한 노력은 비단
이동형 ATM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화와 PC를 통해 불입을 처리하는
텔레뱅킹, 펌뱅킹은 일본 전체 금융기관 중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일찍부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형 금융서비스를 확충하고자 스루가은행은 지난해 8월 지방은행
중에서는 최대의 콜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오퍼레이터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직장을 그만둔 전직 여성사원 등의 임시직 사원들로서, 인건비는
정사원보다 훨씬 낮다. 기업 및 개인의 대출신청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무인 임시가설형 ATM을 이용하다가 취급방법을 모르겠다는 고객의 질문에도
답을 해준다.
또 지난 1월에는 신용카드회사를 거치지 않고 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신용카드를
일본 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발행했다. "고객들이 어떤 소비성향을 갖고 있는지,
금융거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생활행동을 파악함으로써 금융상품 개발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오카노 사장은 얘기한다. 이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일찍부터 정보화 투자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고객정보의 공유화를 추진하는 스미토모은행
스미토모은행 개인업무부의 도쿠다 이치지 차장은 "은행직원 전원이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매금융분야의 서비스를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금융업무용 시스템을 취급하고 있는 한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어떤 개인고객이 그 은행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개인단위의 수익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스미토모은행은 이러한 수익정보와 함께 지금까지는 지점의 창구담당자들도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었던 고객의 기호 등과 같은 정보를 전사원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MCIF(Marketing Customer Information File)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내년
이전에 본격가동을 시작, 고객 데이터를 일원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점 창구뿐만
아니라 전화 및 인터넷 등의 전자거래, ATM 등 고객과 접하는 모든 경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금융상품의 다양화에 기인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리스크가 높은 외환예금을
매우 견실한 고객에게 여러 번에 걸쳐 추천을 한다든가 하면 은행의 신용도를
실추시킬 수 있다. 오는 12월부터는 은행 창구에서 투자신탁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것도 통상 예금과 달리 리스크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나중에 일어날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고객의 정보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미토모은행과 함께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계좌이체 등의 새로운 서비스에
적극적인 곳은 산와은행이다. 이곳은 조만간 인터넷 상에서 금융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통상 인터넷 상에서의 결제는 양자간 결제방식, 즉 은행과 고객 사이의 결제에
한정된다. 그러나 산와은행은 이를 고객, 은행, 물품 등을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까지
3자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산와은행 측에서 인터넷 상에 설치한 가상점포에
가맹기업의 상품을 진열, 결제까지 처리한다.
산와은행과 스미토모은행 등은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계좌이체
등의 금융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객은 어디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이와 같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는 아직 시행착오의 영역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실채권 처리에만 부심하고 있는
은행은 앞으로 갈수록 치열해질 서비스 경쟁 속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2. 증권
- 인터넷 이용,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 제공
'증권업계의 이단아'. 중견증권회사인 마쓰이증권의 마쓰이 미치오 사장을
업계관계자들은 이렇게 부른다. 장외시장의 주식에 대한 매매위탁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유가증권의 보호예치계좌 보관료를 무료로 하는 등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증권회사들은 너무 비싼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를 낮추는 것이 최대의 고객
서비스"라며 마쓰이 사장은 업계의 평판 같은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마쓰이증권의 고객은 90%의 개인투자가와 10%의 기관투자가로 이루어져 있다. 통상
개인투자가의 주식거래는 각 증권회사의 점포를 찾아가든가, 그 증권회사의
영업사원이 투자가가 있는 곳을 찾아감으로써 이루어진다.
거품경기가 한창이던 때는 모든 증권회사들이 점포 수를 늘리는 등 사업규모의
확장을 꾀했으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마쓰이증권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인접한 본사빌딩 1층에 한 개의 작은 점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이 회사의 전체 수입 중 80%는 거래수수료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 절반
이상은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통신판매다.
수수료 인하로 고객 1인당 수입은 줄었으나 고객수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실적은
호조를 나타내 98회계연도 중간결산 결과 6년 연속 경상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영업효율이 얼마나 좋은지를 나타내는 영업수지율은 117%를 기록, 일본 국내
증권업계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90년부터 전화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시작한 마쓰이증권은 지난 5월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주식거래 '넷 스톡'을 개시했다. 현재는 전화거래 2만계좌, 인터넷 거래
1,600계좌를 확보하고 있다.
마쓰이 사장은 "인터넷은 주식거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원하는
종목에 대한 자세한 재무정보와 관련뉴스 등을 손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터넷 거래의 이점을 역설한다. 마쓰이증권은 또 현재 정보제공회사인 'QUICK'사와
제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관련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모니터
화면에는 이러한 정보들 외에도 마쓰이증권이 갖고 있는 자신의 계좌 잔고와
지금까지의 매매이력 등이 표시된다.
'트리거 메일 서비스'도 인기다. 예를 들어 '주가가 500엔을 넘어서면 알려달라'고
등록해놓으면 마쓰이증권 측에서 고객이 지정한 순간이 되면 바로 전자우편으로
정보를 발송해주기 때문에, 신경써서 봐야할 종목의 주가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6월, 마쓰이증권은 36개 종목까지 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마쓰이증권의 인터넷 주식거래 고객 층은 30대가 가장 많아 전체의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40대가 30% 정도, 그 다음이 50대다. PC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령구성을 이루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쓰이증권은 샐러리맨들이 밤에 집으로 돌아가서 거래를 할 것으로 보고, 밤
10시쯤이 이용건수가 가장 많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
건수가 가장 많은 시간은 평일 낮으로 나타났다. 마쓰이 사장은 "일을 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PC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정보네트워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마쓰이증권의 발전을 돕고 있다.
Ⅲ.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앞서가는 미국 업체들
- 인터넷 서비스기술 다양화로 혁신 일으킨다
1. 위트 캐피털
- 인터넷 이용, 신규공개주식 판매해 인기
일반적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미국과 일본 기업의 신규공개주식을 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미국의 앤드루 클라인은 '일본진출' 준비에
열심이다. 지난 10월 미쓰비시상사그룹에서 출자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일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96년 4월에 클라인이 창업한 위트 캐피털(Wit Capital)사는 점포와 영업부서가 없는
'인터넷 증권회사'다. 고객은 위트 캐피털의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공개주식 구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주식 매매 등을 할 수 있다. 현재 32개사의 신규공개주식을
취급하고 있으며, 고객수는 250만 명에 달한다.
보통 신규공개주식은 공개 후에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소규모 일반 투자자들이
구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을 공개하는 기업에서 매매를 의뢰받은 유력
증권회사들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거나 한정된 대형
개인투자자들에게 권유를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것인지는 주간사 역할을 맡는 증권회사에 위임된다. 즉 개인투자자들과는 거리가 먼
'닫힌 세계'였던 것이다.
클라인은 그러한 상식을 뒤집고 보통 투자자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도 동등하게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한 것이다.
미국에는 E 트레이드, 아메리테크 등 인터넷을 통해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회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위트 캐피털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의
매매뿐만 아니라 신규공개주식도 발매한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와 구분되고 있다.
2. 브로드캐스트 도트 컴
- 음성과 영상 중심의 인터넷 기업정보 제공
지난 9월 21일, 성추문 의혹과 관련한 클린턴 대통령의 증언 테이프가 공개됐을 때
전세계 수 백만 명이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테이프를 접했다. 당시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넷 방송국 브로드캐스트 도트 컴에 접속한 시청자
수는 100만 명이 넘었다. 10월 29일에는 77세의 존 글렌 상원의장을 태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발사상황을 중계하는 등 기존 유력 미디어업체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회사 토드 와그너 CEO는 "우리의 목적은 무성영화시대로부터의 탈피"라고
주장한다. 인터넷 시대의 첫 번째 물결은 문자중심이었다. 그는 그것을 그림과 소리
중심의 세계로 발전시킨 것이 브로드캐스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는 문자가 그 중심이었다. 검색 사이트인
야후도, 서적판매 사이트인 아마존도 그렇다. 브로드캐스트는 음성과 영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의 도래를 상징하고 있다.
브로드캐스트는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이어 두 번째로
위성수신설비를 갖췄다. 전화도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 전미 370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내보내고 있는 프로그램 내용과 대량의 기업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TV 및 라디오 방송국이 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인터넷
방송국의 강점. 케이블 TV와 위성 TV가 수 백개의 채널로 방송계의 패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브로드캐스트가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은 무려 5,000개에 달한다.
3. 더블클릭
- 이용자에 따라 다른 배너광고 제공
인기 사이트에 나타나는 배너광고를 이용자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는 인터넷
광고대리점 더블클릭(Double Click)사는 기존의 광고들이 똑같은 내용의 광고를
다수의 대중에게 여러 번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상식을 깨고 이용자마다 다른
광고를 보내는 '다이렉트 메일'과 같은 구상을 인터넷 광고에 도입했다.
그 결과, 3년 전에 겨우 13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31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
지난 2월에는 주식을 공개했으며 98년 상반기(1~6월) 매출액은 무려 3,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금은 홈페이지상의 광고가 일반적인 광고매체가 됐지만, 광고주로서는
어떤 종류의 페이지에 어떤 광고를 내야할지가 고민이다. 이 회사의 사장 케빈
오코너는 그 문제에 착안, 독자적인 인터넷 광고 관리 및 전송기술을 개발했다.
서치엔진 'Altavista' 등의 홈페이지를 열면 더블클릭의 관리 센터는 이용자의
어드레스에서 이용자가 소속된 단체를, 계약 프로바이더로부터 접속지역을
판별한다. 또 접속시간대와 이용시간 등에서 이용자의 특징을 추측한다. 이렇게
이용자의 특정을 파악한 후 관리센터에서 이용자가 접속한 홈페이지에 속성과
기호에 맞는 배너광고를 전송하고 있는 것이다.
즉, 광고가 미리 화면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후
전송되는 셈인데, 이용자의 어드레스를 한번 인식하면 다음에는 다른 광고를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 광고효과를 높이는 것이 이 서비스의
특징이다.
더블클릭은 Altavista,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등 70여종의 인기
홈페이지와 계약하고 이용자별 광고를 전송하고 있다. 광고주로서는 인기
홈페이지에서 대량의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들의
속성에 맞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광고를
열람했는지를 살펴, 그 속성과 시간대 등의 조사결과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인터넷 광고시장은 97년 현재 10억 달러에 달하며, 해마다 빠른 속도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광고효과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경쟁업체도 늘고 있어,
서비스 및 요금체계도 다양해지고 있다. 오코너는 특정 지역 및 구매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광고대상을 확대해 경쟁업체들을 앞서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