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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04
씬 1 . 공사장/밤
제3부 엔딩 씬에 이어서,
경오, 틈 주지 않고 다시 각목을 휘두르려는 찰나, 달려온 율주, 그 모습을 목격했다.
율주 강욱아!
강욱, 몸을 굴러 피하면서 경오를 향해 손을 뻗는다. 거의 동시에 율주 또 한 경오에게 일격을 가하면서 경오의
손에서 각목을 뺏으려고 한다. 경오, 각목을 뺏기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뒤엉킨 강욱과 경오. 말리는 율주. 뒤엉
켜버린 세 사람.
천장의 짓다만 버팀목들이 흔들흔들 거린다.
엉킨 세 사람, 삼층 난간 가까이 와버렸다. 떨어질 것 같다. 그 순간 천장 에서 쏟아지는 뿌연 시멘트 더미.
안개처럼 세 사람을 가린다. 잠시 후, 차 츰 걷히는 시멘트 가루. 강욱과 율주가 놀란 얼굴로 난간에 서있다.
그리 고 삼층 바닥으로 떨어져 대자로 누워있는 경오.
율주 (하얗게 질려서) 겨, 경오야! 경오야!
강욱 (굳어져 밑을 보고 있는)
땅에 떨어진 경오의 머리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다. 즉사했다.
돌처럼 굳은 율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려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볼록렌즈로 보는
것처럼 솟아오른다. 몇 걸음 더 가 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강욱 선생님! (율주를 안고는) 선생님, 선생님!
충격으로 또 다시 잠들어버렸다. 율주를 안은 채 쓰러진 경오를 본다.
경오가 꿈적도 않고 있다.
강욱 !!!!!!!!!!!
강욱, 경오를 보고 율주를 보고, 다시 경오를 보고 율주를 본다.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씬 2. 춘천 거리/밤
119 구급차와 응급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달려간다.
씬 3. 병원 응급실/밤
위급 환자들로 소란스러운 응급실.
율주가 누워있다. 바로 옆에는 죽은 경오가 누워 있고 의사(1부에 나왔던)
마지막으로 사망 확인(심전도 체크 등)을 하고 있다.
강욱 (표정 없는 얼굴로 율주만을 바라보며 율주의 손을 잡고 있는)
율주 …… (깊이 잠든)
경오의 얼굴위로 덮어지는 시트.
형사(2부에 나왔던 형사)가 들어선다.
형사 (강욱을 보곤 경오에게 다가와서는 시트를 열어본다.)
의사 부검을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뇌진탕입니다.
강욱 …… (율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꿈적도 않고 있다.)
형사 (옆의 강욱을 보는)
강욱 (율주 만을 보고 있는)
형사 (의사에게 눈짓으로 율주를 가리키며) 의식이 없는 겁니까?
의사 아, 잠든 겁니다. 기면증 입니다.
형사 기면증이요?
의사 네.
형사 (잠든 율주와 강욱을 보는)
강욱 (뚫어져라 율주만을 보고 있다.)
씬 4. 경찰서/밤
강욱, 형사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형사 (곱지 않은 눈으로 강욱을 보며) 그게 다야?
강욱 몇 번을 말해요. 그게 다에요.
형사 그러니까 서로 주먹질 하다 니 주먹을 맞은 박경오가 밑으로 떨어졌다 이 말이네.
강욱 네.
형사 니네 선생님은 뭐했어?
강욱 (강한) 선생님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상관없어요.
형사 이 새끼 눈 치켜뜨는 거 봐라. (노트로 강욱의 머리를 때리며) 야 이새끼 야. 사람이
죽었어, 사람이. 니 친구가, 그 자리에서 머리가 깨져서 즉사했 다고, 알아? (계속 때린다.)
강욱 …… (저항하지 않고 맞고 있는)
씬 5. 응급실/밤
잠들어 있던 율주의 눈이 미세하기 떨리고 있다.
율주 …… (환각이 떠오르고 있는/현실로 생각 한다)
씬 6. 공사장/밤/율주의 환각
공사장에서 경오가 강욱을 향해 각목을 내리치려 하고 있다. 율주, 달려가 서 경오를 막으려고 했지만 경오는 이미
강욱을 내리쳤다. 쓰러진 강욱의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흐른다. 율주, 강욱을 안고는 강욱아! 강욱아!를
부른다. 죽은 듯 꼼짝 않는 강욱. 강욱을 부르는 율주의 절규. 두 사람위로 쏟아지는 천장에서 쏟아지는 시멘트
가루.
율주 (시멘트를 뒤집어 쓴 채로 강욱을 부여잡고 절규하는)
씬 7. 응급실/밤
누워 있던 율주, 벌떡 일어난다.
.
간호사 (다가와서는) 깨셨어요?
율주 (멍한) 강욱이, 우리 강욱이 어딨어요?
간호사 강욱이요? 아… (심각한) 죽은 학생 말씀이세요? 방금 영안실로 옮겼… 아, 저기 있네요. 아직
안 옮겼네요.
율주 네? …… (그대로 얼어붙는)
천천히 간호사가 가리킨 쪽을 바라본다. 구석에 씨트가 덮인 침대가 있다.
바들바들 떨려오는, 다가가는, 차마 걷지를 못하겠는, 그대로 서서 쳐다만 보고 있다. 순간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경오의 부모들이 달려온다. 경오를 덮고 있는 시트를 열고는 얼굴을 확인한 후 오열하기 시작한다.
율주 !!!!!!!!! (죽은 경오의 얼굴을 보고는 기절할 듯 멍해지는)
율주, 강욱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었다는 환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넋을 놓은 채 미친 듯이 응급실 여기 저기
강욱을 찾아다닌다.
씬 8. 춘천 거리/밤
율주, 미친 듯이 뛰어가고 있다. 신발을 제짝을 못 찾아 신었다. 한쪽은 응 급실에서 굴러다니던 슬리퍼다.
씬 9. 경찰서/밤
형사, 강욱을 막 유치장으로 데리고 가려는 순간, 율주가 뛰어 들어온다.
율주 강욱아.
강욱 (율주를 보자 엷게 미소까지 지으며) 괜찮으세요?
율주 (환각에서 깨지 못하고 강욱의 얼굴과 몸을 만지며) 괜찮아? 괜찮은 거야?
머리 괜찮아? 피 많이 흘렸잖아. 너무 많이 흘렀어.
강욱 피는 무슨요, 저 괜찮아요.
율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눈물이 그렁그렁) 강욱아, 경오가, 경오가, 죽었 어. 경오가…
죽었어.
강욱 (무겁게) 네.
율주 가자, 얼른 경오한테 가보자. 우리 경오한테 가자. (강욱을 데리고 가려는 데)
형사 (잡으며) 살인협?니다. 도주 우려가 있어서 일단 구속입니다.
율주 네? …??……살인이라뇨?
형사 (유치장으로 집어넣으며) 들어가.
율주 (잡으며) 이보세요, 살인이라뇨, 살인이라뇨.
형사 (강욱을 밀어 넣으려는데)
율주 (다시 잡으며) 아니에요, 살인 아니에요. 이봐요. 이러지 마세요. 이러는 거 아니에요.
애매한 사람 잡지 말아요.
형사 (귀찮다. 강욱을 세게 밀어 넣는다.)
강욱 (형사에 의해 들어가면서 율주를 본다.)
율주 앞에서 닫히는 문. 율주, 창백해진다.
씬 10. 3학년 1반 교실/낮
경오의 빈 자리에 하얀 국화가 놓여있다.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다.
자경 …… (소란스러움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호태 ……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교복 맨 윗 단추를 풀었다가 다시 채우고 풀고 채우고를
반복한다.)
영화 (마음 아프지만 심드렁하게) 강욱이 어떻게 된 다냐?
지윤 (울먹이며) 몰라.
영화 씨, 질질 짜기는… 그만 좀 짜아~, 아 짜증나. (말은 이래도 마음 아프다.)
패거리1 (너무 놀라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자경 (강욱의 빈 자리를 보고 있다.)
씬 11. 형사기동대 차/낮
형기차가 공사현장을 향해 가고 있다. 차 안에 강욱과 네다섯 명의 형사들 이 같이 타고 있다.
씬 12. 공사장/낮
강욱, ‘보존’ 이라고 써있는 줄 안에서 오랏줄이 묶인 채로 현장검증을 하 고 있다. 도주라도 할까봐 뺑 둘러서
있는 형사들, 한명은 인형을 들고 있 다. 인형에게 주먹질을 해 보이는 강욱.
율주 (목격자로서 형사 옆에서 초조하게 보고 있고)
태현 …… (굳은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서서 보고 있다.)
형사 (강욱의 주먹질을 보다가) 그 각도야?
강욱 네.
멀리 구경 나온 사람들 중에는 자경과 호태가 있다.
강욱, 쓰러진 인형위에 올라타서는 몇 번 주먹질을 더 해 보인다.
형사 올라탄 쪽이 배야 가슴이야?
강욱 배요.
형사 계속해서 연타로 때렸어?
강욱 네.
율주 (보고 있다가 버럭) 아니에요!
율주의 외침에 모두 율주를 본다.
율주 아니에요. 강욱아, 너 그거 아니잖아. (강욱에게 달려가서 강욱의 어깨를 돌려 세우며)
싸우다가 넌 가려 그랬고, (자신이 직접 해보이며) 경오가 이렇게 각목을 내리쳤고, 그리고 너 쓰러졌잖아.
강욱, 잠깐 율주를 봤다가 무시하고는 인형을 안고서 바닥을 굴러보인다음 에 인형을 한대 더친다. 그 바람에
인형이 밑으로 떨어졌다는 식으로 세워 보인다.
율주 (강욱을 잡고 애원하듯) 너 대체 왜이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래. (달 랜다.) 강욱아
이러지 마. 이러지 마.
태현 ? (율주를 보는)
율주 (형사에게) 얘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요. 거짓말이에요. 내가 다 봤어요.
형사 (의미 있게 보는데)
강욱 (버럭) 그만 좀 해요 제발!
율주 (놀라서 보는)
강욱 선생님은 몰라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잠들었다고요. 잠이요, 잠!
(율주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자 봐요. 내 머리 어디가 깨졌어요, 내 머리 어디에서 피가 터졌어요! 지금,
뭔가 잘못 알고 있어요.
율주 (멍해져서는) 아냐.. 아냐.. 나도 다 봤단 말이야.
태현 ……
호태 (긴장감 있는 표정으로 옷의 단추를 풀었다가 채우고를 반복하고 있다.)
자경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강욱 (싸늘하게) 잘못 보셨어요. 선생님 기억은 (강조) 잘, 못, 된 거라고요.
(형사에게) 다시 하겠습니다.
강욱, 스스로 다시 한번 인형을 안고 바닥을 구른다.
율주 ! (멍하기만 한)
씬 13. 호수가 태현의 차안/오후
율주, 호수를 바라보며 멍한 상태로 앉아있다.
태현 (운전석에 앉아 율주를 보다가) 율주야.
율주, 갑자기 가방을 뒤져 약을 꺼내더니 봉투를 뜯어 먹으려고 한다.
태현 (약봉투를 잡으며) 아까 먹었잖아.
율주 더 먹을래. (다시 먹으려는데)
태현 (약을 뺏으며 낮고 강하게) 이러지마 율주야. 방금 다 봤잖아. 니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지금.
율주 (미치겠는) 내가 잠드는 게 아닌데.. 내가 잠드는 게 아닌데.. 강욱이 지금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힘들까…
태현 !? (율주와 강욱의 관계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씬 14. 구치소/낮
30대 중반의 한 남자, 반은 정신이 나간 듯 쇠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놓고 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강욱, 몇 몇의 미결수들과 함께 한곳 에 우두커니 앉아서 미친 남자의 반복되는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듣고 있
다.
미친남 쿡쿡쿡쿡… 으흐흐흑… 으흐흐흑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쿡쿡쿡, 낄낄…… 으흐흐흐흐…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하는 것이 소름 돋게 한다.)
강욱 (가만 듣고 있는)
남자2 (날카로운 인상/강욱 옆에 앉아 있다가 기분 나쁘게 쿡쿡 웃고는) 꼬마야 넌 여기 왜 왔냐?
강욱 ……
남자2 (발로 툭 툭 차며) 왜 들어왔냐니까?
강욱 (앞을 본 채로) 친구가 죽었습니다.
미친 남자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는 기분 나쁘게 반복되고 있고,
남자2 살인이야? (아래위로 보다가) 한 5년은 받겠구만. 너도 이제 저 인간처럼 서서히 미쳐갈
꺼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 너도 빵에 한번 갔다 와보면 알 꺼다. 인간이 아니지. 인간 이하들이 되지.
쿡쿡. (기분 나쁘게 웃는)
강욱 !…… (굳은 표정으로 계속되는 미친 남자의 반복되는 웃음소리와 울음소 리를 듣고 있는)
씬 15. 법원 앞/낮
오랏줄을 묶은 강욱, 법원에서 나와 대기하고 있던 버스로 온다. 따라 나 오는 율주와 인자.
인자 (강욱을 부여잡고는) 내 새끼, 내 새끼… 어쩌나 내 새끼… (손을 놓지 못 한다.) 육시랄
놈! 이눔아, 이눔아.
강욱 (덤덤하게) 잘 갔다 올 게 할머니.
율주 (참담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인자 이눔아, 이눔아…… (드디어 무너지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강욱 (율주에게 오랏줄 묶인 손을 들어 보이며 히죽 웃으며) 어때요, 저 폼 나 요?
율주 (그렁해서) 그래, 폼 난다.
강욱 (싸늘하게) 웃기지 마요. 하나도 폼 안나요.
율주 !
강욱 잘 보세요. 이게 저예요. 이제 서강욱은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율주 기다 릴 거야.
강욱 (비웃듯) 서서히 지쳐갈걸요?
율주 난 안 지쳐.
강욱 난 이제 전과자가 되서 인간이하로 살아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율주 아무래도 좋아. 난 지치지 않아.
강욱 난 벌써 지쳤어요. (싸늘하게 보고는 버스에 오른다.)
율주 (멍해지는)
강욱 (창가에 앉은,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율주 (창문에 비친 강욱을 보는, 그렁해지는)
강욱 (꾹 참고 앞만 보고 있는)
버스가 출발한다. 인자, 목젖까지 울음이 차올라 내 강아지, 내 강아지, 하 면서 버스를 따라간다.
멍히 서있던 율주, 버스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강욱의 시선에서 백미러로 보이는 율주.
율주 강욱아-----!
강욱 (차마 볼 수 없다.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율주, 온힘을 다해 강욱을 부르며 쫓아간다. 버스가 손톱 만 해진다.
율주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씬 16. 호송차 안/낮
강욱, 앞만 보고 있다.
강욱 (돌아보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시선이 옆으로 간다. 백미러로 보이는 버스를 따라오고 있는 율주.
강욱 (솟구치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는)
씬 17. 플라타나스 길/오후
율주,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바로 펑펑 울기 시작한다. 울음소리가 커진다. 목메어
통곡하는 율주.
율주 (울면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오토키레
렌마위몬…… (복받쳐 안 나오고) 오토… 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씬 18. 시내 거리/오후
퀵 서비스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태현과 수사관인 최 건실과(40대, 열혈남아 캐릭터)
김재철(3O대, 늘 궁시렁 거리는 캐릭터)이 쫓고 있다. 속도를 내며 이러 저리 차들을 피해 달리는 퀵. 퀵을
따라 속 도를 내며 쫓아가는 차.
<5년 후> 라는 자막이 뜬다.
재철 (속도를 더 내며) 달,려 봅시다!
태현 (차 안에서 앞서 가는 퀵을 보고 있는)
퀵 (백미러로 쫓아온 승용차를 봤다.)
미행을 눈치 챈 퀵, 약을 올리겠다는 듯이 이리저리 묘기 비슷하게 부리더 니 골목으로 들어선다.
태현 놓치지 마!
승용차, 퀵을 쫓아 골목으로 들어간다. 퀵, 노련하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달아난다. 승용차, 더 이상 쫓을 수
없는 골목에 이르자 모두 일제히 차 에서 튀어나가 퀵을 쫓는다. 건실, 재철 보다 빠르게 뛰어가는 태현.
씬 19. 골목길/낮
퀵을 쫓아 골목길로 들어선 태현, 샛길로 들어간다. 태현의 예상대로 퀵과 마주치는.. 태현, 달려오는 퀵을 향해
정면으로 선다. 몸으로 막겠다는 생 각이다.
퀵 (태현을 향해 돌진하는)
몸으로 막아서고 있는 태현, 퀵, 속도를 늦추지 않고 태현을 향해 돌진하 는..
건실 (뒤늦게 달려와 뒤에서 보고) 위험해요!
태현 (달려오는 퀵을 강하게 쏘아보는)
퀵, 태현을 쳐버릴 듯이 태현을 향해 돌진하고, 그 순간 맨손으로 퀵을 낚 아채는 태현, 그러나 태현은
오토바이에 스치면서 넘어져 구른다. 놓쳤다.
태현 (무릎을 감싸며 인상 쓰는)
씬 20. 방송국 입구/오후
급하게 주차되는 자경의 차. 차에서 내린 자경, 시계를 보면서 빠르게 걸 어 가는데, 순간, 막 문을 열던
어느 차문에 다리를 받힌다.
자경 앗!
차에서 내리는 30대 초반의 선배 아나운서, 미안한 기색 없이 자경을 쓱 보고는 가는데,
자경 선배님.
여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보면)
자경 안녕하세요? 지금 저 치셨는데요.
여자 그래? 멀쩡하네. (가려는데)
자경 선배님.
여자 (돌아보면)
자경 (똑바로 보며) 수고하시라고요.
여자 (어이없다.) 야. 나 니 인사 받기 싫거든? (가려는데)
자경 왜요? 저한테 프로그램 뺏기셔서 그래요?
여자 뭐? (자경의 뺨을 세게 때린다.) 어디서 건방지게. 야, 빽으로 남의 프로 꿰찼으면 쥐
죽은 듯이 지내.
자경 (선배의 뺨을 세게 때린다.)
선배 악!
자경 실력 있으면 도로 뺏어봐.
씬 21. 라디오 국/낮
댄스곡 같은 빠른 리듬의 팝이 울려 퍼지고 있는 부스 안.
밝은 표정의 자경,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닥이며 원고 읽을 준비를 하고 읽다.
부스 밖, 호태가 보인다.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새의 단정해진 모습.
음악이 끝날 즈음, 부스 안의 자경을 보면서 손으로 싸인을 준다.
자경 (마이크에 대고 밝고 경쾌하게) 안녕하세요 윤자경입니다. 오늘로써 청취 자 여러분을 만난지
딱 100일이 되네요.
호태 (부스 안의 자경을 바라보고 있는)
씬 22. 이태리 레스토랑/낮
뭔가 분위기기 심상치 않은 레스토랑 안.
한 테이블, 20대 중반의 남자와 여자가 서로 노려보며 앉아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물세례를 받은 듯, 얼굴과
옷에 이미 물을 뒤집어썼다.
여자, 이번에는 와인 잔을 남자의 얼굴에 부어버린다.
음식을 나르던 서버들(윤종을 비롯한 네 명의 남녀)과 손님들 놀란 표정으 로 보는..
수진 어머. (카운터 앞에 서서 보고 있다가 저절로 탄식이 나오고)
율주 …… (수진 옆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여자에게 와인세례를 받은 남자도 바로 여자에게 와인 잔을 부어버렸다.
손님들 사이에서 어머,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여자, 벌떡 일어나더니 와인 병을 통째로 들고는 남자의 머리위로 쏟아 붓 는다. 이제 모든 시선이 이 손님들
에게 쏠려있다.
와인을 붓던 여자, 갑자기 테이블에 엎드리더니 울음을 터뜨린다.
남자 (잠시 바라보다가 여자의 옆으로 가서 앉으며 여자를 안는다.)
모두 ???
율주 (잘 접혀진 수건을 서너 개 들고는 테이블 앞으로 가서 조용히 올려놓고 는) 다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구경하는 손님들을 향해 고개를 까닥이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서 식사를 계속하라는
손짓을 하는)
태현 (어느새 와서 뒤에서 율주를 보고 있는)
씬 23. 레스토랑 락커 앞/오후
태현, 락커룸 사이 의자에 앉아서 약을 찾는 율주를 보고 있다.
율주 (약을 찾아와 태현 앞에 무릎 꿇는 자세로 앉아서 태현의 팔을 보고는) 많 이 다쳤네,
병원으로 가지 그랬어.
태현 이 근처에 있었어. 병원 갈 시간도 없고.
율주 아프겠다. (정성스럽게 약을 발라준다.)
태현 (지그시 보다가) 아까 그 사람들 왜 그런 거야? 무슨 사랑싸움을 그렇게 험하게 해.
율주 나 아까, 참 조마조마 했어.
태현 왜?
율주 한 사람이 먼저 가버릴 까봐…… (배시시 웃곤) 쓰리겠다. (후, 불어주고는 밴드를 붙이는데)
태현 (기분 좋아 싱긋 웃으며) 아까 보니까 손님들 대하는 게 능숙해 졌더라. 이제 완전히 적응
됐나봐.
율주 (차분하면서도 건조하게) 시간이 지났잖아. 적응 할 때도 됐지 뭐.
씬 24. 레스토랑 안/오후
율주,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레스토랑 밖을 보고 있다. 율주가 서있는 벽 면에는 보드가 붙어 있고 보드 위에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이 몇 장(서 버들, 조리실 식구들, 수진과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 있다.
율주 …… (처연해진 표정으로 밖을 보는)
불현듯 가방을 집어 들더니 어디론가 빠르게 나간다.
씬 25. 교도소 안에서 정문을 향해 가는 길/늦은 오후
검은색 니트 덤프모를 눌러 쓴 한 남자의 뒷모습.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교도소 정문을 향해서 가고 있다.
교도관 수고했다. (지나가는 남자에게 인사하듯 손을 치켜들면)
대꾸없이 그 손을 힘 있게 잡아주고는 놓는다. 조금씩 정문을 향해 걸어가 는 남자. 어느 순간 문이 열리면서
환한 빛들이 남자에게 쏟아진다.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쓰는 남자, 강욱이다. 하늘을 본다. 파릇파릇한
나뭇잎들이 눈에 가득 찬다.
강욱 (엷게 웃으며 눈부신 햇살을 보는)
씬 26. 교도소 앞/늦은 오후
교도소에서 나온 강욱. 주변엔 아무도 없다. 가방을 치켜 메고는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강욱 옆으로
다가오는 차 한대, 자경의 차다.
자경 (웃음기 있는 표정으로 말없이 강욱의 옆을 ?아가는)
강욱 (잠시 걸어가다가 옆을 본다. 자경을 발견하고는 싱긋 웃고는 계속 걸어간 다.)
자경 (옆에서 따라가며) 헤이! 어디까지 가지?
강욱 (툭) 날씨 죽이네. 좀 걸으려고.
자경 (계속 따라가면서) 웬만하면 타지 그래?
강욱 (걸음 멈추고 환하게 웃는)
자경 축하 한다 서강욱.
씬 27 검찰청 회의실/밤
수봉(형사부 부장검사)을 비롯한 부장 검사(형사부와 마약부의) 네 다섯명 명 정도가 앉아서 스크린에 비친 사진을
보고 있다. 건실과 재철은 뒤에 서 있고,
압수한 마약들과 증거물 사진들. 사진 위에 <Gamma-Hydroxy Butyrate> 라는 글씨가 써있다.
스크린 꺼지고,
태현 (앞에서 컴퓨터로 프로젝트를 쏘고 있다가 일어서며) 이것이 현재 김현철 이 공급하고 있는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 마약 GHB입니다.
수봉 김태현 검사. (미리 배포한 서류를 들척이며) 내가 보기엔 말야, 이번 사건 은 토종 마약 사건
같은데, 우리 형사부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태현 얼마 전 우리 수사원을 치고 달아난 자동차 뺑소니사건과 이번 김현철이 관련이 있다고 봐
집니다. 형사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수봉 어떻게 관련이 있는데.
태현 그 사고는 단순한 뺑소니 사고가 아니라 우리 수사관을 죽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수봉 증거는?
씬 28. 태현의 사무실/밤
태현, 이마를 짚고 앉아있다. 건실이 서류를 들고 다가온다.
건실 김검사님. 김현철이랑 같은 감방에 있던 친구가 오늘 출소를 했네요.
태현, 수사관이 내민 서류의 사진을 보고는 얼굴이 굳는다.
수의복을 입고 덤프모를 눌러쓴 강욱의 사진이다.
건실 서강욱이라고, 오늘 나왔답니다. 살인죄로 5년 선고받았었는데 모범수로 4 년 2개월 만에
나왔답니다. 교도소 안에서부터 두 사람 친분관계가 아주 두터웠답니다. 조사 좀 시켜 볼까요?
태현 (의미 있는 시선으로 강욱의 사진을 보는)
E 펑 터지는 샴페인 소리.
씬 29. 한강 일각/밤
강욱의 얼굴위로 쏟아지는 샴페인. 자경 샴페인을 강욱을 향해 흔들어 붓 고 있다. 얼굴위로 떨어지는 술을 피해
달아나는 강욱.
자경 (웃으며 강욱을 쫓아다니며 샴페인을 흔들어 붓는)
강욱 (도망치다가 샴페인 병을 든 자경의 팔목을 잡는)
그 바람에 밀착되는 두 사람.
자경 (코앞에 있는 강욱을 향해 환하게 웃는)
강욱 (잠시 보다가 자경의 손을 놓으며 툭 내뱉듯) 여기까지.
자경 뭘?
강욱 (웃으며) 축하 파티.
씬 30. 거리/밤
자경 운전하고 있고, 강욱은 창문에 턱을 괴고 앉아서는 밖을 보고 있다.
강욱 …… (생각에 빠져 거리의 불빛을 보는)
씬 31. 인자의 식당 전경/밤
서울 변두리.
곧 무너질 것 같은 가건물에 <춘천식당> 이라는 간판이 있다.
안에서 나오는 강욱, 인자, 자경의 웃음소리.
씬 32. 식당 안/밤
강욱, 인자, 자경이 앉아있다. 강욱 앞에 차려진 두부밥상. 생 두부에 부침 두부, 두부찌개까지. 프라이팬에서는
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인자 (연신 강욱의 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잘생긴 게 그 고생을 했으니, 먹어, 어서 먹어…
강욱 (열심히 먹으며) 할머니, 맛 죽인다.
인자 그럼, 죽은 놈은 묻어야 하고, 산 놈은 먹어야 하는 겨, 내 새끼…
자경이 고생했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자경 할머니 차 없잖아요.
인자 미, 친년.
자경 (큰 소리로 웃는)
강욱 (능청스럽게) 할머니, 근데 할머니 왜 이렇게 예뻐졌어? 내가 없으니까 주 름이 다 없어졌네?
인자 주름이 왜 없어, 쭈글텅거리기만 한데. (그러면서도 샐쭉 웃는)
강욱 (인자의 어깨를 꽉 안다가) 어? 우리 할머니 어깨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
애기 같네.
인자 (흘겨보며) 내 눈엔 아직도 니가 애기야 이눔아. 이제 어디 가지 마. 나 너 보고 싶어서 눈에
진물 나는 줄 알았으니까.
강욱 (능청) 장가는 가야지. 할머니.
인자 이놈이 여자 생각 많이 했나봐. (쿡쿡)
강욱 (큰 소리로 웃는다.)
자경 (웃는)
씬 33. 율주의 방/밤
율주 화장대 앞에 앉아서 열쇠가 달린 샌드백 열쇠고리를 바라보고 있다.
율주 ……
<플래시 컷>
강욱, 유리창에 이미 피가 터진 머리를 계속 찧고 있다.
교도관들 강욱을 말리고 있는, 강욱, 눈을 부릅뜬 채로 계속 머리를 찧고 있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보고
있는 율주.
율주 …… (덤덤한 눈빛으로 열쇠고리를 집어 천천히 흔들어본다.)
씬 34. 강욱의 집/밤
마당 한 가운데 놓여있는 샌드백. 강욱, 마루에 앉아서 그 샌드백을 바라 보고 있다. 샌드백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강욱, 일어선다. 샌드백 앞으로 가서는 툭, 툭, 쳐본다. 오랜만에 쭉 쭉 손 을 뻗어보는 강욱.
교도관E 2347번 접견!
씬 35. 교도소 안/낮/회상
샌드백을 치듯 손을 쭉 뻗은 자세로 돌아보는 강욱.
교도관 (쇠창살 앞에서) 2347번, 접견!
강욱 (다가와 쇠창살 사이로 손을 불쑥 내밀고 지장을 찍을 자세로 엄지손가락 을 치켜세운다.)
교도관 또 거부냐? (할 수 없다는 듯이 강욱의 엄지를 가져다가 면회 신청 종이에 지장을 찍는다.)
강욱의 손도장이 찍힌 면회 신청서.
강욱, 돌아와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허공에 대고 손을 쭉쭉 뻗는다.
씬 36. 접견 대기실/낮/회상
율주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교도관 (다가와서 지장 찍은 신청서를 보이며) 재소자가 또 접견을 거부합니다.
율주 ……
교도관 찾아오지 말라는 말도 함께 전했습니다.
율주 …… (일어설 생각 않는데)
교도관 (안됐다.) 아, 지독한 놈. 한번 나오지, 벌써 일년이 다 되가네. 일년이
율주,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일어선다. 나가려고 문 앞으로 갔다가 멈칫하 더니 교도소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들어가려고 한다.
교도관 (잡으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율주 (뿌리치고는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며) 저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제발 저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저 들어 가야 돼요. 들어가서 만나야 돼요.
교도관 (잡아끌며)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돼요.
율주 들어가게 해주세요. (교도관의 힘에 밀리자 주저앉아서 펑펑 우는)
교도관 (난감한)
씬 37. 접견실/낮/회상
강욱과 율주가 마주 서있다.
율주 (얼룩진 얼굴로 반갑게 웃고 있는)
강욱 (마음 아프게 보다가 성난 투로) 미쳤어요?
율주 그런가봐. 널 못 보니까… 너무 보고 싶어서 미쳤나봐.
강욱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율주 그동안, 잘, 있었어?
강욱 …… (밀려오는)
율주 하- 이제 정말 살 것 같아. 나, 그동안 죽을 것 같았거든.
강욱 (이제 어쩔 수 없다.)
율주 (너무도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이다.) 강욱아.
강욱 (대답 않는)
율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가슴에 손을 댄다.)
강욱 …… (말없이 보는)
율주 (손을 댄 체 배시시 웃는)
떨리는 강욱의 손끝,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는.. 차마 가슴까지는 가져가지 못하고 가슴 밑에서 올리고 있는 강욱의
손. (율주는 보지 못하고)
율주 (강욱이 가슴에 손을 얹기를 기다리며 웃고 있는)
강욱 ……
씬 38. 율주의 방/밤
율주, 화장대 앞에 앉아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고 있다.
거울로 보이는, 벽에 걸린 액자. 샤갈의 ‘마을위에서’ 다.
씬 39. 레스토랑 조리실/오후
조리사 한 명, 센 불에서 스파게티를 볶고 있고(소테), 한명은 다 만든 스 파게티를 접시에 담고 있다.
영길 (한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며 한손으로는 다 만들어진 요리의 맛을 보며) 야 서강욱! 너 언제
나왔어? 너 나오자마자 형님이 연락하라고 했잖아. (반 색하며) 그래? 이 근처야?
씬 40. 레스토랑 일각/오후
공중전화 앞에서 전화를 끊은 강욱, 길 건너편을 보면서 걸어간다. 레스토 랑 간판을 발견했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으로 다가간다.
건너편에는 레스토랑에서 나온 율주가 서있다.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가는 차들. 신호등이 바뀌자 길을 건너는 두
사람. 인파 속, 두 사람 끝내 서로 를 보지 못한다.
씬 41. 율주의 집/밤
작은 평수의 서민형 아파트. 거실에 율주부의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태현, 잔에 술을 붓고는 상에 올리는.. 율주가 뒤에서 보고 있다가 율주와 같이 절을 한다.
영애 (옆에 앉아서 율주부의 사진을 지그시 보며) 김검사가 올리는 술이에요. 많이 드세요.
(원망의) 나쁜 사람.. 독, 한 사람.
율주 (절을 올린 후 사진속의 율주부를 보는)
태현 (율주부를 보는)
영애 (잠시 보다가 울컥해서는) 어떻게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을 수가 있어, 어떻 게.. 그깐 부도
좀 났다구 목숨을 끊냐구? 그깐 게 다 뭐라구.. 남은 우린 어쩌라구.
태현 어머님.. (영애를 다독인다.)
영애 (눈물 훔치며 애써 웃으며) 미안해미안해. 내가 김검사 봐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제사 때만
되면 주책이네 내가. (태현의 손을 잡으며) 고마워. 김 검사 아니면 저 사람 제사상도 못 차렸어. 우리가
김검사한테 진 빚을 다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태현 빚이라뇨. 어머님 왜 자꾸 그런 말씀 하세요.
율주 …… (말없이 아버지 사진만 바라보고 있다.)
씬 42. 레스토랑/밤
모두 퇴근한 후다. 잘 셋팅 된 식탁. 강욱과 영길, 올리브 오일 소스로 만 든 스파게티 한 접시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다.
강욱 (오물오물 맛을 음미하고 있는) …오일이 좀 과하게 들어가고 잣도 너무 볶아져서 좀
거슬립니다.
영길 그리고?
강욱 향료는 독특한 것이 모로코 산 바질 같습니다. 근데 좀 강하네요.
영길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자-식. 역시 넌 내 수제자야.
강욱 (웃는)
영길 그래 다들 잘 있어? 4355번이랑 누구야, 3837번. 어떻게 지내?
강욱 잘들 지내는 거 보고 나왔어요.
영길 야, 거기 가서 내가 니들 가르친 게 엊그제 같은데, 하산해라 서강욱.
강욱 (히죽 웃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근데 싸부님, 여기 진짜 좋네요. 저 여기서 일하면 안 될까요?
영길 (바로) 안돼.
강욱 에이, 수제자라면서요.
영길 너 들어왔단 내 밥줄 끊기겠다. (종이 종지를 하나 주며) 내일부터 여기 가봐, 내가
말해놨어. 작지만 괜찮은 데야.
강욱 (짠해지면서) 고맙습니다.
영길 축하주 한잔 해야지? 기다려. (조리실로 향하고)
강욱, 일어나 천천히 레스토랑 안을 둘러본다.
카운터 앞으로 간다. 보드에 꽂힌 율주의 폴라로이드 사진 가까이 가는데,
영길 이리 와.
강욱 네. (영길에게 가는)
씬 43. 율주의 방/밤
태현, 율주 방에 걸려있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다.
율주, 차를 들고 들어온다.
태현 이 그림 어떤 점이 좋아?
율주 (보는)
태현 많이 좋아 하는 거 같아서. 지난번에 액자 깨졌을 때 난 버린 줄 알았거 든.
율주 그냥 좋아.
태현 이 날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율주 …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
<플래시 컷>- 2부 17씬,
율주; “같이 날고 있는 여자는 샤갈의 아내 벨라래. 샤갈은 벨라를 무지무 지하게 사랑했던 것
같아.”
강욱; “닮았어요.”
율주 (지그시 그림을 보며) 닮았어.
태현 누구랑?
강욱E 우리 엄마 아버지랑요.
율주 … 우리 엄마 아버지랑.
태현 ! (보는)
율주 (그림을 보는 눈빛 생각으로 빠져들고)
강욱E 요기가 우리 집이었어요.
율주 요기가… (슬픈) 우리 집이었어.
태현 (율주를 보는)
율주 (지그시 그림에 빠져 그림을 보는)
씬 44. 스파게티 전문점/오후/몽따쥬 분위기
소규모의 스파게티 전문점.
-강욱, 주방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덤프모를 눌러쓰고, 검은색의 긴 앞치마를 두른 모습. 프라이팬에
삶은 스파게티 국수와 소스를 넣고 버무 린다. 지글거리는 스파게티. 바쁜 강욱의 손놀림.
-강욱이 만들어 내는 음식들 차례대로.
-문 닫은 스파게티 집. 혼자 청소를 하는 강욱.
-늦은 밤, 혼자 남아 조리실 바닥에 앉아서 남은 와인을 병째 들이키고 있는 강욱.
<플래시 컷>
-교도소 접견실/ 율주가 샌드백 열쇠고리를 코앞에서 흔들며 웃고 있다.
유리문 너머 흔들리는 열쇠고리를 바라보며 웃는 강욱.
강욱 …… (와인을 병째 들이키는)
씬 45. 윤중로/밤
인파들이 꽤 있는 벚꽃나무 길. 강욱이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다.
강욱 (떨어지는 꽃들을 바라보는)
<플래시 컷>
-활짝 핀 솜사탕을 먹으며 활짝 핀 윤중로 길을 걸어가던 강욱과 율주.
-낡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돈을 보고 좋아하며 웃던 두 사람. 어느 나무 밑에 동전을 묻는 두
사람.
강욱, 나무 밑을 파본다. 땅 속에서 흙 묻은 동전들이 나온다.
강욱 (동전을 보자 밀려오는데)
율주E 강욱아.
강욱, 휙 돌아본다. 환청이었다.
강욱 …… (당장 율주를 찾아가고 싶다.)
씬 46. 윤중로 공중전화 박스 앞/밤
강욱 공중전화 박스를 마주보고 있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는 순간,
강욱E 가! 가란 말이야! 가! 가!
<플래시 컷>
강욱, 유리창에 이미 피가 터진 머리를 계속 찧고 있다.
교도관들 강욱을 말리고 있는, 강욱, 눈을 부릅뜬 채로 계속 머리를 찧고 있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보고
있는 율주.
전화기를 바라보던 강욱, 휙 돌아선다.
씬 47. 윤중로 일각 거리/밤
강욱, 생각에 빠져서 걸어가고 있다.
길 건너편, 도둑이야! 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돌아본다. 뚱뚱한 50대 아 줌마, 날치기를 당한 것 같다.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고, 10대 후 반의 젊은 남자아이가 가방을 들고 튀어가고 있다.
달아나는 아이를 쫓아가는 강욱. 한참을 쫓아가 달려간다.
자꾸 뒤를 돌아 쫓아오는 강욱을 보던 아이, 가방에서 돈다발을 하나 꺼내 주머니에 쑤시듯 집어넣고는 계속
도망친다. 거리를 좁힌 강욱, 아이를 덮 친다. 아이, 가방으로 강욱을 때리며 저항하다가 강욱에게 잡힌다.
강욱 (어린 남자아이의 눈을 잠시 아프게 본다.)
아이 (순순히 가방을 주는)
강욱 얼른 가.
강욱, 아이를 놓아준다. 빠르게 도망치는 아이, 여자, 멀리서 헐레벌떡 달 려 오고 있다.
강욱 (여자에게 가방을 준다.)
여자 아이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욱 (까닥 고개 숙이고는 가려는데)
여자 (가방을 열어보고는 앙칼진 목소리로) 야! 내 돈 내놔!
강욱 ?
씬 48. 경찰서/밤
강욱과 여자가 경찰 앞에 앉아있다.
여자 둘이 한 패라니까요, 잡고서는 놔줬다고요, 내가 봤어요.
강욱 …… (아예 말을 않고 있는)
경찰 왜 놔줬어?
강욱 … 쬐끄뫼서요.
여자 더 볼 거 없어요, 한패에요, 한 패.
경찰 (컴퓨터를 치다가) 서강욱, 전과 있네. 이 새끼, 나온지 얼마나 됐다구.
강욱 (보는)
여자 전과자였어? 그럼 그렇지. (갑자기 강욱의 멱살을 잡고는) 야, 내 돈 내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내 돈 내놔 어서!
강욱 (대꾸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여자를 보는)
여자 (강욱을 잡아 흔들며) 내놔, 어디다 숨겼어, 어디다! (강욱의 주머니를 뒤 지려는데)
경찰 (좋게) 아주머니 가만 좀 계세요.
강욱 (자신의 몸을 뒤지는 여자의 손을 잡고 만다. 쏘아보는)
여자 오라~ (경찰에게) 아저씨, 이 인간 옷 싹 베껴서 다 뒤져봐요.
강욱 (건조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 보는)
씬 49. 경찰서 유치장/밤
강욱, 굳어진 얼굴로 유치장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강욱 …… (피식 자조 섞인 웃음이 나고 만다.)
씬 50. 경찰서 앞/새벽
강욱과 자경이 나와서 자경의 차에 탄다.
강욱 (차에 타서는) 새벽부터 미안하다.
자경 할머니한테는 너 나랑 잔다 그랬어.
강욱 ? (잠시 보다가 풋 웃고 마는)
자경 (따뜻하게) 기운 내라 서강욱.
강욱 (툭) 익숙한 일인데 뭐.
자경 (보면)
강욱 옛날이나 지금이나.. 학교 때부터 쭈욱, 너도 알잖아.
자경 (마음 아프다)
강욱 상관없어. 앞으론 더 할 테니까. (배시시 웃어 보이는)
자경 (잠시 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하나 꺼내 주며) 선물.
강욱 죽이네. (핸드폰을 이리 저리 보는)
자경 (웃는 얼굴로 시동을 켠다.)
자경의 차가 출발한다. 강욱, 자경이 준 핸드폰을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자 경을 향해 폰카의 렌즈를 가져간다.
자경 (보곤 웃는)
철컥, 하고 찍히는 자경의 웃는 얼굴.
씬 51. 조리실/오전
영길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영길 죄송합니다. (미치겠는) 진작에 말 못한 건 죄송한데요, … 아니, 살인죄는 무슨 살인죕니까.
(기분 상해서) 이보세요, 쫓아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 에요? (전화를 끊으며 저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제기럴.
윤종 (해산물 스파게티가 담긴 접시를 하나 내밀고는)5번 테이블 손님, 홍합 빼 달라고 하십니다.
(영길이 대답 않자) 부장님, 못 들으셨습니까?
영길 들었어. 들었다구.
윤종 (빤히 보다가 가는)
영길 (정말 무섭다는 표정으로) 나 쟤 정말 무서워.
씬 52. 강욱의 집 외경/낮
씬 53. 강욱의 방/낮
강욱, 욕실에서 씻다만 모습으로 나와 전화를 받는다.
강욱 (받으며) 여보세요. 검찰청이요?
씬 54. 태현의 사무실/오후
조사실 책상을 두고 강욱과 태현이 마주 앉아있다.
강욱의 시선, 태현의 책상 앞에 있는 율주의 사진(태현과 율주가 다정한 포즈로 찍은 근래의 사진)에 가있다.
태현 (강욱의 시선을 보고 있는)
강욱 …… (사진 보던 시선 태현 바라보면)
태현 오랜만이네.
강욱 (덤덤하게) 네.
태현 이런 일로 보게 되네.
강욱 ……
태현 김현철이라고 알지? 같은 방에 있었던.
강욱 네.
태현 자네보다 두 달 먼저 나왔는데, 혹시 지금 어딨는지 아나?
강욱 모르는데요.
태현 (잠시 보다가) 마약팔고 있어, 잡아야 돼.
강욱 (끄덕이며 감정 없이 툭) 그래야겠네요. 잡아야 겠네요.
태현 (잠시 보다가) 두 사람 몹시 친했다던데.
강욱 한 방에 오래 있다보면 누구나 친해집니다.
태현 (웃는 얼굴로 보며) 친한 사이면 마약도 나눠 하겠네?
강욱 (감정 없이 툭,) 안주던데요?
태현 (웃곤, 건조한) 오늘 협조해줘서 고마워.
태현의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이율주’ 라는 이름이 보인다.
태현 (받으며) 어, 지금 참고인 조사하고 있어. 왔어? 일찍 끝났나보구나. 조금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그래, 금방 내려갈게.
강욱 (보는)
태현 김현철 한테 연락 오면 연락해 줄 수 있겠지?
강욱 (툭) 현철이 한테 물어보고요.
태현 (큰소리로 웃는)
강욱 ……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태현 오늘은 그만하지. 왠지 나중에 또 부를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도와줄거지?
강욱 (말없이 끄덕 끄덕)
태현 고마워. 수고했어. 잘 가.
강욱, 일어나 까닥 인사하고는 나간다.
태현 (나가는 강욱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건실 원래 김 검사님이 아는 친구였습니까?
태현 (끄덕이며) 잘 알죠.
씬 55. 검찰청 복도/오후
강욱, 천천히 걸어간다.
강욱 ……
율주부E 제발 부탁하네.
씬 56. 접견실/낮/회상
강욱과 율주부가 마주 서있다.
율주부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고는) 제발 부탁하네. 우리 딸과 헤어져 주게. 부탁 하네.
강욱 …… (굳어있는)
율주부 (비장한) 나는 이제 재기불능이네. 이제 내 딸에게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아비가 됐어. 내
마지막 소원일세, 내 딸을 포기해 줘. 부탁하네. (다 시 허리를 숙이며) 부탁하네. 부탁하네.
강욱 ……
씬 57. 교도소 안/밤/회상
강욱 무거운 표정으로 우두커니 앉아있다.
강욱 ……
씬 58. 지하철 안/오후/회상
강욱, 보호감시자(30대 후반의 남자)와 함께 나란히 앉아있다.
보호감시자 (신문을 보며) 하루 특별 휴간데, 집으로 갈 거지?
강욱 그래야죠.
보호감시자 왜, 딴 데 갈 데 있어?
강욱 (잠시 망설이다가) 아닙니다. 없습니다.
보호감시자 (보던 신문을 옆에 내려놓는데)
문득, 강욱의 시선이 신문으로 시선이 간다. 굳어진다.
신문을 들어 본다. <중인건설 대표이사 자살> 이라는 헤드라인에 율주부 의 사진이 실려 있다.
강욱 (얼어붙는)
씬 59. 산 중턱 공동묘지/오후/회상
율주부의 장례식. 일군들이 관을 묻기 전, 땅을 다지고 있다. 상복을 입은 율주와 영애, 이미 기진맥진한 채로
울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시 선,
강욱 (가슴 아픈)
관이 내려가자 영애의 울부짖음이 더 커진다. 그 순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묘지 입구에 서는 검은색의 대형
승용차. 강욱, 손님들인가, 싶은 눈으로 본다. 차에서 내리는 사주 받은 양아치들, 묘지로 뛰어가더니
내려가려는 관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돈 대신 시체라도 접수한다.’ ‘돈 갖고 와서 찾 아 가’
욕과 함께 입에 담질 못할 말을 하면서 관을 끌어낸다. 기겁하여 양아치들의 멱살을 잡는 영애와 율주. 하지만
양아치들에 의해서 바로 나 가떨어지고, 양아치들에게 끌려가는 관을 안으며 오열하는 영애와 율주.
장례를 치르던 친인척들도 모두 모두 양아치들에게 달려보지만 역부족이 다.
강욱 (사태 파악하고 기겁하여 달려가려는데)
보호감시자 (뒤에서 잡으며) 미쳤어? 넌 지금 수감 중이야.
강욱 (꼭지가 돌아서) 이거 놔요!
보호감시자 (강욱을 놓지 않고) 야 이새끼야, 넌 오늘 안에 돌아가야 되는 놈이야, 지금 수감중이라구! 지금
싸움질 했다가 몇 년을 더 썩으려고 그래!
10년 더 썩고 싶어!
강욱 (멈칫, 절규한다) 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탕! 탕! 탕! 울리는 총소리.
강욱도 양아치들도 모두 총소리가 나는 쪽을 보는데,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묘지까지 순식간에 올라가는 태현의
차. 태현 빠르게 내리더니 다짜 고짜 양아치들에게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뒤따라 내린 건실과 재철,
양아치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강욱 !
태현, 율주부터 보듬어 안는다. 넋이 나가있던 율주, 그대로 태현의 가슴에 무너진다.
강욱 (그 모습 바라보는)
씬 60. 검찰청 엘리베이터 안/오후
강욱,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씬 61. 검찰청 주차장/오후
율주,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차에 등을 기대고 서있다.
강욱E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씬 62. 교도소 접견실/오후/회상
율주와 강욱이 마주 보고 서있다.
강욱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율주 (멍해진 얼굴로 보는)
강욱 찾아오지 말라고.
율주 ……
강욱 (자르며/싸늘하게) 당신 아버지가 찾아왔었어. (쿡 웃으며) 꼭 학주 같더군, 당신
아버지. 전과자 주제에 당신 딸을 어떻게 돌봐 줄 거냐고 그러더군.
율주 !
강욱 난 그런 인간들 제일 경멸해.
율주 ……
강욱 (더 싸늘하게) 한 대 치고 싶었어. 돈이면 단 줄 아는 인간들.
율주 그만 해.
강욱 그런 인간들이야말로 다 없어져야 해.
율주 그만, 그만 해! (울먹이며)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어.
강욱 (덤덤히) 그래? 아마 천당은 못 갈걸?
율주 우리 아버지한테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그게 너라도, 나, 용서 못해.
너한테 그런 건 미안하지만, 힘들게 가셨어. 얼마나 힘들게 가셨는데!
강욱 (낮고 건조하게) 가.
율주 ……
강욱 가라고, 가, 가! 가! 다신 찾아오지 마!
율주 …… (쏘아보는)
강욱 (목젖이 보일정도로) 꺼지란 말야! 꺼지라고! 꺼져!
율주 (쏘아보던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강욱, 갑자기 유리문에 머리를 세게 찧는다. 순식간의 일이다. 머리에서 피 가 터져 흐른다. 교도관(접견 입회자)
강욱을 말리지만 강욱, 뿌리치고는 눈을 부릅뜬 채로 율주를 보면서 계속 유리에 머리를 찧는다.
율주 (볼 수 없는지 눈을 질끔 감고는 눈물을 쏟는)
강욱, 유리창에 이미 피가 터진 머리를 계속 찧고 있다.
교도관들 강욱을 말리고 있는, 강욱, 눈을 부릅뜬 채로 계속 머리를 찧고 있다.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보고
있는 율주.
씬 63. 교도소 앞/오후/회상
교도소에서 나오는 율주, 그대로 서서 펑펑 운다.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 다. 걸음을 옮길 수도 없고,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들다. 주저앉으며 펑펑 울기만 하는 율주.
태현 (멀리 차 안에 앉아서 울고 있는 율주를 보고 있다./무거운)
씬 64. 교도소 안/밤/회상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멀거니 앉아있는 강욱.
강욱 (중얼거리듯이 자장가를 낮게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 록소록 잠들라.
(하다가 음정, 박자 모두 무시하고 웅변하듯이 소리를 지르 기 시작한다.) 하늘나라, 아기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울음 섞인 소리가 되어) 둥둥 아기 잠 자거라! 예쁜 아기 자장!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
록, 잠들라!
교도소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치는 강욱의 목소리.
씬 65. 교도소 접견실/낮/회상
강욱과 자경이 서있다. 상처투성이인 강욱의 이마.
자경 (잠시 보다가) 왜 그랬어?
강욱 … 아마, 선생님이라도 그랬을껄.
자경 나는 그렇게 못해. 그게 뭐야? (어이없고도 부럽다.) 그런 것도 사랑이야?
강욱 (시선 돌리며 대답 않는)
자경 그게 니가 사랑하는 방식이야?
강욱 (자경을 똑바로 보며 강하게) 어쩌면.
자경 (강하게) 난, 그렇게 안 할 거야.
강욱 (보는)
씬 66. 고층 아파트 옥상/해질 녁/회상
율주, 옥상 위에 올라가 서있다. 떨어져 자살할 듯한.. 얇은 치맛자락은 바 람에 흩날리고 바로 떨어질 듯 떨리는
발끝.
율주 …… (처연하기만 한)
씬 67. 교도소 접견실/오후/회상
강욱과 율주가 마주 서있다. 여전히 이마에 상처투성이인 강욱, 건들거리 는 눈빛으로 율주를 무시한 채, 보지도
않고 서 있다.
율주 (잠시 보다가) 고마워. 면회 받아줘서.
강욱 …… (딴 데 보고 있는)
율주 이번에도 또 거절당하면 어쩌나, 그럼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강욱 (보는)
율주 강욱아, 나,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왔어. 이제 다신 안 올 거야.
강욱 !…… (흔들리는 것을 감추고 잠시 쳐다보다가) 땡큐!
율주 (보는)
강욱 (표정 없이 보는)
씬 68. 검찰청 앞 계단/오후
계단 입구, 율주가 올라가고 있다. 어디선가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얼굴을 덮는 머리칼 때문에 잠시 멈춘다. 머리를 귀로 넘기고는 다시 올라 간다. 강욱, 입구에서 나오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율주를 봤다. 그대로 굳는, 계단을 올라오던 율주도 강욱을 보고 말았다. 선다.
율주 ……
강욱 ……
계단 끝과 끝에 서서 마주 보고 서있는 두 사람. 어디선가 또 한 차례 바 람이 세게 불어온다. 단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굳은 채 보고 만 있는 두 사람.
누군가 보는 시선, 태현이 건물에서 나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보 고 있다.
강욱 ……
율주 ……
거리를 둔 채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사이로 바람만 세차게 불어온다.
씬 69. 퓨전 레스토랑/저녁/비
밖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율주, 강욱, 태현이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다. 세 사람 다 말이 없다.
태현 서강욱씨, 참고인으로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불렀어.
율주 어, 그랬어? (강욱을 보는데)
강욱의 손목에 있는 시계가 율주의 시선을 잡는다. 시서 느낀 강욱, 얼른 팔을 식탁 밑으로 내려서 옷을 끌어다
덮는다.
율주 (아픈)
태현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그렇게 말들이 없어?
율주 (부러 웃어 보이며) 할머니, 잘 계시니?
강욱 (덤덤히) 네.
율주 …… (어색한)
강욱 …… (어색한)
율주 아참 자경이, 아나운서 됐는데,
강욱 (끄덕 끄덕)
율주 알아?
강욱 (툭) 만났어요.
율주 그랬구나. (애써 웃으며 드레싱을 집는데)
태현 그거 넣지 마.
율주 응?
태현 단 음식 기면증에 안 좋잖아.
율주 어. (도로 놓는다.)
강욱 ……
율주 ……
강욱 (감정 없이) 학교는,
율주 어, 나 학교 그만뒀어. 지금 다른 일 해.
강욱 아 네. (끄덕 끄덕)
태현 그만 둔지 좀 됐지. 결혼도 해야 하고 그래서.
강욱 ! (얼른 율주를 보는)
율주 ! (당황하는)
강욱 ……
율주 (강욱을 보며 애써 밝게) 강욱아, 나, 약혼 했어.
강욱 (감정 없이) 아 네.
율주 일년 됐어.
강욱 (끄덕 끄덕)
태현의 핸드폰이 울린다.
태현 (받으며) 네 계장님,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이거 어쩌지? 나 급히
가봐야겠네. 미안하네. (율주에게) 이따 전화할게. (나간 다.)
강욱 ……
율주 ……
강욱 ……
율주 할머니, 잘 계시지? (묻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닌데)
강욱 (건조하게) 아까 물어보셨는데요.
율주 아 참. (다시 할말을 잃는)
강욱 …… (잠시 뚫어져라 보다가 싱긋 웃는다.)
율주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는데)
강욱 (감정 없이) 늦었지만 약혼 축하드립니다.
율주 ……
강욱 한번쯤은, (무겁지 않게) 보고, 싶었습니다. 우연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가보겠습니다.
율주 !
강욱, 빠르게 가버린다.
율주, 망연해진 표정으로 나가는 강욱을 보고만 있다.
씬 70. 레스토랑 앞 거리/밤/비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빠르게 걸어 나오는 강욱, 문 득 걸음을 멈춘다. 휙 돌아본다.
창가에 앉아있던 율주, 강욱을 보고 있다.
강욱 (보는)
율주 (보는)
잠시 그대로 보던 두 사람, 거의 동시에 시선을 돌린다.
강욱 (빗줄기 사이로 걸어가는)
율주 ……
두 사람을 보는 시선, 태현이 주차장 차안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씬 71. 거리/밤/비
계속해서 내리는 소나기. 강욱,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간다.
씬 72. 거리/밤/비
운전을 하고 가던 율주, 신호등 앞에 선다. 창문으로 보이는 우산을 쓰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율주, 초점
없는 눈으로 보고 있다.
씬 73. 거리/밤/비
여전히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강욱.
씬 74. 거리/밤/비
신호등 앞에 서있던 율주, 신호가 바뀌면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율 주, 갑자기 험하게 차를 유턴시킨다.
마주오던 차가 요란하게 클락션을 울 리고, 갑자기 더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율주.
씬 75. 강욱의 집 일각/밤/비
비를 맞으면서 걸어오는 강욱, 누군가 강욱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자경 폼 재는 건 여전하네.
강욱 (보는)
자경 어디 갔다 와?
강욱 …… (멀거니 볼 뿐 대답 않는)
자경 (대답 기다리다가) 무슨 일 있어?
강욱 …… (여전히 대답 않고)
자경 (잠시 보다가) 알았어. 안 물을 게.
강욱 자경아.
자경 응?
강욱 나, 깜방, 다시 가고 싶다.
자경 (보는)
강욱 ……
자경, 잠시 강욱을 바라보다가 안아 준다. 저항도 동조도 하지 않고 나무 처럼 자경에게 안겨있는 강욱.
빠르게 달려오던 율주, 갑자기 차를 멈춘다. 자경에게 안겨있는 강욱을 보 았다.
율주 …… (보고 있는)
씬 76. 거리/밤
생각에 빠져 운전하는 율주.
<플래시 컷>
-교도소에서 나오는 강욱을 보는 시선. 율주가 멀리서 보고 있었다. 천천 히 강욱을 쫓아갔고, 자경의 차와
강욱이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봤고, 강 욱이 자경의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율주 ……
씬 77. 강욱의 집 욕실/밤
강욱, 샤워기를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있다.
강욱 (참았던 울음이 폭발한다.)
한번 터진 강욱의 울음, 참을 수가 없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꺽꺽거 리며 한없이 운다. Fade Out.
씬 78. 수산시장/이른 아침
바쁘고 활기찬 수산 시장의 새벽 풍경.
강욱, 높이 쌓은 생선궤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생선을 잔뜩 실은 수레 를 끌고, 그 생선을 차로 옮겨
싣는.. 온 몸과 얼굴에 땀이 흐른 채로 숨을 몰아쉬는 강욱.
씬 79. 가락동 시장/이른 아침
영길, 율주와 함께 장을 보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영길 내일 하루만 부탁할게. 우리 조리실에 갑자기 사람이 빠져서 그래. (사이/ 반색하며) 그래,
어딘 줄 알지? 그래, 내일 와.
율주 (옆에서) 온대요?
영길 네.
율주 (반색하며) 다행이네요.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영길 이번에 보시고, 아예 우리 식구로 만들죠. 실력 있는 친군데.
율주 (끄덕이며) 봐서요.
씬 80. 수산 시장/이른 아침
한 손으로는 수레를 끌고 가면서 전화기를 바라보는 강욱, 전화기를 주머 니에 넣고는 다시 활기차게 궤짝을
수레에 옮겨 닮는다.
씬 81. 레스토랑/다음 날 오전
영길, 강욱을 수진에게 인사시키고 있다.
수진 (강욱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잘 부탁해요. 갑자기 급하게 오시라고 해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강욱 별 말씀을요. 아닙니다.
수진 오늘 저녁에 오시는 손님들 아주 중요한 손님들입니다. 좀 까다롭기도 하 고요. 잘 부탁
드려요.
강욱 네.
수진 (손을 내밀며) 잘 해봐요 우리.
강욱 (악수하며) 네.
수진 우리 지배인 오면 패이 문제랑 이것저것 얘기 해줄 거예요. (시계보며) 올 때 됐는데.
영길 저기 들어오십니다.
율주 (막 들어서고 있는)
강욱 (들어오는 율주를 보고는 바로 굳어진다.)
율주 (강욱을 봤다. 굳는)
수진 (오라고 손짓 하면서) 어서 와.
율주 (굳은 채로 천천히 다가온다.)
영길 지배인님, 소개합니다. 어제 말씀드렸던 제 제자, 서강욱군입니다.
강욱 (굳은)
율주 (굳은)
굳은 채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강욱과 율주, 그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