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쓰기가 안 되어 애를 먹었는데
결국 1,980원 들여 컴퓨터를 대청소하고 나니까 되는군, 악성 바이러스가 만연하고 있었더군요
그럼 올리려고 했던 글을 뒤늦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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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화성시 송산면에서 포도농장을 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야! 내일 새우 잡으러 갈 테니까 같이 가지 않겠니?
그물질 한번에 한 바가지 씩 잡힌다니까, 준비할건 작업복에 새우 담을 바께쓰 하나면 돼, 먹을 것은 여기서 다 준비할 테니까. 새우젓 담가 김장에 쓰면 맛이 아주 그만이야”
난 작년 요맘때 주체 못할 정도로 새우를 많이 잡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의심하지 않고 바께쓰 2통을 트렁크에 집어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새우 2통을 잡아다 마누라에게 진상을 하면 그동안 크게 잃었던 점수를 만회할 것 같은 욕망이 나를 부풀게 했다.
일요일 새벽 빈손으로 가기 미안해 소주 5병과 삼겹살 2근을 차에 싣고 약속장소로 갔다. 일행 4명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일명 사강)소재지에서 제부도 방향으로 5km 정도 거리의 바닷가 갯벌로 새우 잡이를 나갔다.
강변엔 활어 운반차량들이 지하에서 퍼 올린 바닷물을 탱크에 담고 있었다.
바닷가 여기저기에선 릴낚시로 망둥이를 잡느라 부산했다
우린 폭3미터 쯤 되는 그물(반도)과 함께 싣고 온 먹을거리를 집어 들고 모래밭 바람이 덜한 터를 골라잡아 앉았다.
곧장 팬티 바람으로 물속에 들기엔 좀 기온이 서늘해 우선 소주부터 먹기로 했다.
누군가 준비해 온 2리터 들이 알콜 30도의 복분자 술병도 꺼내졌다.
밭에서 따온 열무잎사귀에 묵은지와 구은 삼겹을 올려놓고 쌈장 찍은 생마늘과 풋고추를 한입에 넣으니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았다. 바람 부는 바닷가에 둘러앉아 온갖 잡담을 나누며 어제와 내일 일을 모두 잊는다. 지금 이 순간만 몰두하면 될 값진 풍류임에 틀림없다.
2리터를 삽시간에 비운 일행은 그물을 어깨에 메고 보무도 당당히 물가로 갔다.
크게 벌린 그물 막대를 양쪽 사람이 두 손으로 움켜잡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 나머지 한 두 사람은 물을 발로 텀벙대거나 나무 몽둥이로 수면을 내리쳐 새우를 몰면서 그물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는데, 잡히는 것은 손가락만한 망둥이 몇 마리와 잔 새우 반 주먹이 전부이다. 한 바가지씩 걷어 올린다는 건 작년 얘기다.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이렇게 두어 시간, 양말 앞쪽이 갯벌에 닳고 닳아 없어질 정도로 새우 잡이를 끝내고 나니 반 바께쓰는 되었다. “물 빼고 새우 망둥이만 반통 이니까 낚시하는 사람보다는 수 백 배 소득이 많은 거다” 라고 자위하면서.
서늘한 날씨와 바람 때문에 작년보단 훨씬 못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매운탕거리로 충분하다. 라면으로 끓여 낸 매운탕이 점심과 저녁 끼니를 모두 해결해 주었다.
먹은 술병은 사방에 나 뒹굴고...
난 이날 먹은 술로 친구 집 사랑채에서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새우잠을 잤고 다음날 새벽 2시에 핸들을 잡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난 코를 훌쩍거리며 마누라 앞에 텅 빈 바께스 2통을 내려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음엔 곤쟁이 꼭 잡아올게”
그네들 말로는 이번 새우 잡이 철이 지나면 곤쟁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곤쟁이 회 먹으로 또 가자고 하는데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엉덩이 찢겨진 내 바지 버리고 남의 바지를 빌려 입고 왔으니 돌려주기는 해야겠는데... 또 걱정 되네...
-서진원-
첫댓글 서사장님 내가 않가도 시원한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선 하군 소생은 술을 못하니,풍류를 즐길줄 모르고 참. 그래 감기는 들지 않았는지 궁금 하군 환절기에 건강 조심 현촌
진원 친구의 그 구수한 사설에 바다내음을 느끼게 되었고, 새우잡이 참으로 재미있을 것 같군요,(?)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시오, 풍산
진원 친구! 재미있는 글 너무 잘 읽었고**** 원래 벨르는 제사에는 먹을것이 없는 벱이여 준비를 너무 완벽하게 해 가면 소득이 별로거든 아무튼 쐬주는 원 없이 후회는 없겠네여*****
곤쟁이?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어떻게 생긴것인지? 9월21일 2박3일로 변산의 위도에 행사가 있어 다녀온적이 있는데,마침 낚시를 할기회가 있어 소형배를 이용해 6명이 우럭 20여마리 잡아 즉석 회로 선상 파티를 즐겻다네. 비용은 1시간에5만원 ,우리는 2시간 이용했기에 10만원, 미꾸라지외 갯지렁이가 2만원,합해서 12만원.
아! 진원 친구의 새우잡이 나들이 풍경 잘 읽었네..바닷가에서 술 마시면 덜 취한다던데... 새우는 새우고 친구들과 한잔하고 하루 취생몽사로 행복한 시간 보냈스면 그걸로 대 만족... 곤쟁이는 새우라는 모양을 할수도 없는 아주 작은 푸랑크톤 종류라고 할텐데 곤쟁이 젖은 보라색인데 그 맛은 비교할수 없는 독특한 맛인데 푸른 빛이 도는 생배추 작은 잎에 얹어 씹어 먹으면 일미라...
종익친구 역시 해양수산 전문가 다운 식견이네, 곤쟁이는 실 뱀장어처럼 아주 작은데 잘 씻으면 투명하고 회로 먹으면 일품이라네, 젖갈 맛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오죽하면 곤쟁이 속알머리라는 말이 다 나왔겠나 보일락 말락한 물체에 까만 점 두게가 보이는것이 곤쟁이 랍니다.
'밴댕이 속알머리' 아닌가 ?? 하여간 곤쟁이도 속알머리 없기는 마찬가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