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의 '천지창조'를 완성하였을 때 흡족한 마음으로 서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명까지 마치고 성당 밖을 나서면서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눈부신 햇살과 푸른 자연으로,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지요. 세상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또 어떤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그는 자신의 교만스러운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시고도 서명을 남기지 않으셨는데, 나는 기껏 작은 벽화를 하나 그려놓고 이름을 남기려고 했다니…….'
미켈란젤로는 성당으로 되돌아가 자기의 서명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더 이상 그림에 서명을 남기지 않았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 34)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를 새로운 시작으로 이끄는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수난과 죽음이 바로 저를 위한 사랑임을 드러내는 이 십자가를 저의 고통 안에서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십자가에서 두려워하고 아파하시고 쓰러지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작고 연약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사랑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와같이 쓰러지는 고통의 발걸음에서 용서의 꽃이 피어납니다.
십자가는 자아가 작아지게 합니다. 십자가 없이는 작아지지 않고서는 용서도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십자가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알게합니다. 하느님의 상처와 죽음에서 소중한 생명을 다시 만납니다. 십자가 위에서 외친 하느
님의 아픔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픔과 고통으로 다시 빛을 찾게 됩니다.
다시 십자가를 지고 출발해야겠습니다.
십자가 길위에서 우리는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영혼의 갈증을 식혀줄 생명의 물을 마시게 될 것입니다.
생생하고 찬란한 성주간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