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우리학교 특수반 이윤경 선생님께서 학교 교사들에게 주신 글인데, 선생님의 허락을 구하여 우리 문집에 올립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두어야하는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담임 민기식 올림
제목 :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이윤경(본교 특수반 지도교사)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인 저 조차도 한동안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인의 날' 기념? 도대체 뭘 기념한다는 거지? 기념이라는 말과 장애라는 말을 도통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서요. 축하할 일도, 박수칠 일도 아닌데 무엇을 기념한다는 것인지... 사실 몇 년 동안 학교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그런 고민들이 마음 속 깊이 남아있었지요.
오늘 가르쳐도 내일이면 다시 처음부터~ 방학이 지나고 오면 다시 처음부터~ 겨울방학이 지나면 처음 보는 선생님처럼~
하지만, 그렇게 1, 2년이 지나고 나아감이 없을 듯한 우리 아이들도 조금씩 자라나고 생각과 마음이 커짐을 경험하며 그러한 고민들이 조금씩 사라짐을 조금씩 조금씩 느낀답니다.
분명 이 시대는 무엇인가는 꼭 잘 해야 하고 기능이 우수해야만 사람다운 대우를 받는, 효율성과 성과가 가장 큰 지표가 된 사회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사람의 장애가 어떠하든 어떠한 형편이든 그 존재만으로도 귀함을 인정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은 분들은 시각이 아닌 손의 감각, 촉각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눈으로 휙~ 하면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오늘 하루, 아주 잠시만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효율적으로, 높은 성과를 향해~!' 이 마음을 내려놓고 작은 6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 그 느림 속에 자신을 맡겨보면 어떨런지요^^
- 제 35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특수교사 드림 -
*6점이 뭘까요? --->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글자인 점자가 6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통상 6점이라고 얘기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문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