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나 따뜻한 향기들
“빠바 밤바 밤밤바! 빠바바바 빠바람빰빠!”
휴대폰 소리가 경쾌하게 우린다.
“내, 근혼데, 너거 고생한다, 진작 전화하는 건데 늦었다. 요즈음 내 정신아이다!”
“집 사람 좀 어떠시나?”
“마누라? 아직 병원에 안 있나 맨날 그렇다”하더니 안부를 물을 사이도 없이 협찬금
입금시켰다며 끊는다. 월말이라 엄청 바쁜 모양이다.
조금 있으니 또 “빠바 밤바 밤밤바! 빠바바바” 하고 내 휴대폰 소리가 경쾌하게 우린다
‘또 무슨 기분 좋은 소식이라도?’ 조금 더 빨리 받았다.
이정식 동기다.
“박공! 수고 많다. 내, 협찬 좀 할께. 내, 동기들한테 고마움 표시하는데 다른 데
쓰는 것 보다 더 보람 안 있겠나? 내 입금시킨다” 하며 전화를 끊는다. 고마워할 사이도 없이…
정식이도 월말이라 엄청 바쁜 모양이다. 나도 덩달아 바쁘다
하룻밤 자고
“빠바 밤바 밤밤바! 빠바바바 빠바람빰빠!”
‘오늘도 좋은 일이 있으려나?’ 은근히 기대하며
“어! 김사장!”하고 받으니
“수고 많제! 돈 안 모자라나?“ 김규옥 동기의 정 넘치는 목소리다.
“어? 너 협찬 안 했나? 한 것 같던데….?”하며 월초 김규옥 이름으로 입금된 기억나지 않는
금액이 있어 확인도 않고 협찬금으로 알고 6월 결산에도 올렸었는데….황당하다.
한참 기억을 드듬더니
“그거는 변복수 축의금 아이가? 복수한테 실수한 거 아이가?”하며 난처해 한다.
순간 나도 당황스러워 “아냐? 복수한테는 확실히 보냈어! 다른 친구들 것하고 한꺼번에
보냈으니까….??!!” 하며 자신 있게 말했으나 찜찜하다. 다행이 실수는 하지 않았다.
“그래 정확한 우리 총무님이 실수하겠나? 이건 내 실수다. 니 개인통장에 보내야 하는 건데….
내가 감빡했다, 그래 그 통장은 공금통장이제…”하더니 “그래 지금 입금 시킬께 ….” 하며
전화를 끊는다. 매번 동기회 행사 때마다 협찬을 해주어 사양에 사양을 거듭하였으나 총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라며 입금시킨단다. 고마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며칠 전
6월결산 준비를 하려고 통장거래 확인을 하는데 이 아니 반가운가! 소리 소문도 없이 장길동
동기가 적지 않는 회비와 함께 협찬금을 입금해 놓았다. 이럴 때는 군성15회 출신임이 자랑
스럽고 새 운동화를 신은 듯 하늘을 나를 듯이 기쁘다.
드디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비가 계속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어 창문부터 열고 보니 고맙게도 밤새 계속되던
장마비가 포송포숭 하얀 안개로 바뀌는 중이다. 어찌나 반가운지….
바둑이야 비 오는 것 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동기들이 행차하시는데 불편할까 봐
아침 일찍 남병현수석으로부터 음료수 다과 술 모두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이
오고 변우혁 회장으로부터도 “가서 해야 할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일찍 나오겠다는 열락이
온다. 김광성 부회장으로부터는 우승 상품을 준비해 놓았는데 좀 늦겠다는 연락이 온다.
준비는 다 되었다. 이제 현장에서 준비할 일만 남았다. 이창수 바둑회 회장과 장석표 산우회
회장과는 1시 반까지 나오기로 일찌감치 약속이 되어있다.
점심은 안 가 볼 수 가 없는 전 직장 동료의 혼사가 다행히 바둑대회장 가까운 곳 에서 3시에
있어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일찌감치 나서 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변우혁회 회장과 이창수 바둑대회장이 벌써 나와 있다. 참가자를 몰라 백지 대진표를 앞에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사실 이번 바둑대회 참가 독려는 다른 행사 때와 달리 정확한 인원파악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몇 번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참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당연 대진표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종전 예를 보면 대진표를 만들어도 출전자들 도착시간이
제 각각이라 오는 순서대로 대전을 진행하게 되다 보니, 대전표대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연 이번도 간단히 그룹만 정해 놓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급수를 파악해 놓은 자료만
준비해 해 놓았는데 그것 마저 너무 여유를 부리다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도 대진표는 있어야 하는 건데….., 나의 커다란 실수!
전년도 참가자를 기준으로 우승자는 한 그룹 올리고 대충 기억나는 대로 박두 한라 금강그룹으로
재조정하는데 남병현수석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온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짐을 가지려
내려간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운데 3층까지 짐을 나르기는 보통 일은 아니다.
김병한 허동화 이재방 변종일 장석표 권영 이순락 김만곤 등 쟁쟁한 선수들이 속속 등장한다.
바쁘다. 대충 그룹조정을 마무리를 해 놓고 주류와 족 발 등 안주를 손이 가기 쉬운 장소에
비치하고, 심심풀이 다과는 조금씩 나누어서 대국장마다 분배해 놓고 나니 예식장 갈 시간이다.
길을 헤매는 이상래의 SOS를 장석표산우회회장에게 위임하고 바람을 가르며 예식장에 갔다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땀을 훔치며 돌아오니 장범 구자월 이삼식 박상국 김광성 김종백 장길동
도진무 민성기 최준혁 등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반갑다.
그사이 많이 진행되었다. 금강급에서는 김만곤선수가 4승을 하고 있는 중이고 한라급에는 청운의
꿈을 안고 멀리 상주에서 올라온 최준혁선수가 붙을 선수가 없다며 백두급 선수와 워밍업을 하고
있다. 1, 2회전을 통과한 내노라하는 백두급의 고수들은 다음 상대자의 대국을 관전하기에 바쁘다.
한편 주류팀에는 벌써 족발이 동이 나고 행정반에는 말없는 긴장감 속에 허공을 가르는 힘찬 반팔
운동만이 계속된다.
나도 당연 출사표를 던진 장수라 그냥 기권할 수는 없다. 급하게 신무기로 무장 4전 전승을 하고
있다는 김만곤선수에게 무모하게 도전하여 승수를 추가시켜주고 허전한 마음에 맥주를 찾으니
맥주도 동이났고 막걸리를 찾으니 막걸리도 떨어진지 이미 오래란다. 하는수 없이 미지근한 냉수로
갈증을 달래고 있는데 천명원선수가 불콰한 얼굴로 배낭을 매고 나타난다. 불가피한 산행이 있어
갔다 왔단다. 이젠 산행 전문가가 다 되었다.
또 온다. 이륜회 이곤호회장이 두 바퀴로 단련된 배가 움푹 들어간 날씬한 몸을 앞세우고
의기양양 등장하자마자 두바퀴로 자랑에 바쁘다. 고생하던 관절이 다 나았다면서
어느덧 시간은 서산에 걸치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지쳐갈 무렵
금강급에서는 1년간 와신상담 칼을 간 6전 전승의 김만곤 국수가 명실공히 우승자로 되고
한라급에는 숨은 대구의 실력자 최준혁 국수가 장판교의 장비같이 버티며 호령하는 통에
감히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부전 승으로 우승을 거머잡는 행운을 잡았다.
그래도 주 관심의 대상은 우승중의 우승인 백두급 우승자가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이다.
전년도 우승자 구자월 국수와 자타가 인정하는 1인자 장길동국수가 맞붙었으나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다. 시간은 다시 예정시간을 넘기고 이제 친구들의 관심은 뒤풀이로 바뀐다. 하는
수 없이 구자월 국수가 강제 양보를 하는 것으로 끝을 내고............
성대한 시상식에 이어 마지막 뒤풀이 기다리던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는 이창수대회장이 협찬한 안동쇠고기 뭉티기의 행운권 추첨이 기다리고 있다.
이창수회장이 바쁘다.
흥미진진 그야말로 행운을 잡은 동기들의 입이 귀밑까지 올라가고 축하의 환호와 박수가
식당을 날려보낼 듯 요란하다. 변우혁회장이 협찬한 양주가 순식간에 동이 나고 소주와
맥주가 금새 동이 난다.
양주에 맥주에 막걸리에 감자탕에 공기밥까지 추가되니 배가 만세를 부른다.
이것으로 2010년 군성15 바둑대회가 대 단원의 막을 내렸다.
와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다
그런데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운 향기가 또 있어 추가한다
안동 뭉티기 행운을 잡은 이삼식동기가 뒤따르는 동기에게
“이거 네가 갖고 가라! 너 마누라한테 잘 보여야 하잖아?” 하며 슬쩍 건네준다.
이태 전에는 우승 상품도 어떤 친구에게 건네더니……..
또 있다. 이번에는 행운을 못 잡은 동기가 여기보란 듯 뭉티기 행운을 자랑스럽게 들고 간다.
“왠? 행운?”
“행운을 잡은 친구가 내 불편한 다리를 알고는 택시를 타고 가라면서 이거 주더라" 하며 허허 웃는다.
기분이 묘하게 찡하다.
아쉬운 점
군성의 기성 최현득 동기가 일찌감치 “이번 세번째 도전에서는 타이틀을 차지해야 할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출전의사를 밝혔으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출전을 못해 최현득동기의
대국을 관전 못한 것이 아쉬웠고
양해를 구합니다
미리 대진표를 준비하지 않아 허급지급 대진을 짜다 보니, 장고를 하는 백두급에는
선수가 많아지고, 비교적 빨리 끝나는 한라급에는 상대적으로 선수가 적어지는 기 현상이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한 점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디시 한번 협찬해준 장길동 이정식 이근호 김규옥동기 또 이창수 변우혁동기 정말 정말 고맙고
이번 대회를 총 주관한 이창수동기 너무너무 수고 많았고, 변우혁 남병현 김광성 장석표동기
준비한다고 수고 많았고 특히 바쁜 중에도 오늘 행사에 참가 해준 동기들 정말 고마웠다.
와! 오늘도 정말 즐거운 하루였고 친구들 덕에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