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유방암… BRCA변이 의심되면 검사부터”
‘유전자검사’, 기자가 직접 받아보니
가족력 있어 내원…결과는 ‘이상無’
유전성 유방암, 알고 대비하면 안심
2021년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BRCA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것이다.
BRCA유전자 변이는 유전성 유방암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유전적으로 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유방암·난소암 우려가 높아진다.
유전성 유밤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다만 암 발병률이 높고, 가슴 양측에 조기에 발생하는 특성을 보여
의심의 싹이 보이면 미리 대비하는 게 유리하다.
기자의 외할머니, 이모는 모두 유방암 생존자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나도 대비해야겠다’ 결심했다.
가족력이 있다보니 평소 관련 정기검진은 받고 있지만,
유전자가 원인은 아닐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대비책이 바로 ‘유방암 유전자검사’다.
일생에 단 한번 받으면 되지만 특정 상황이 아니면 보험 적용이 어렵다.
검사도 300만원대로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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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검사 결과가 담긴 결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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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의 재단 중 하나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은 관련 검사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나 역시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조모·이모와 가까운 가족들의 암 병력이 인정돼 검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마음 속으로 늘 ‘언젠가는 나도 유방암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던 참이다.
검사를 통해 대략적인 운명(?)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현재도 BRCA 유전자 검사와 관련, 한국유방암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만 25세 이상,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누구나 대상자다. 이대목동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중 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기자의 주치의는 안정신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로, 해당 분야의 젊은 명의다.
환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봐주면서,
혹시 모를 ‘다음 단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진료 내내 안심할 수 있었다.
검사 대상자는 우선 기본적인 문진, 가족력 여부 파악, 유방초음파, 맘모그라피,
CT 촬영으로 현 상황을 진단받는다. 이때 드는 비용은 지원되지 않는다.
검사와 관련된 방문은 대략 3~4회다.
처음 내원해 기본적인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은 뒤 유전자 분석을 위한 혈액검사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변이 보유 여부를 들으러 내원한다.
물론, 검사 중간 과정에서 건강에 적신호가 보인다면 관련 세부 검진을 더 시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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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신 교수로부터 유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
결론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단순한 가족력으로 인한 유방암이었을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내심 긴장했는지, 안도가 밀려왔다.
사실 검사결과를 받기 직전까지도 ‘BRCA 유전자가 있는 게 뭐가 큰 문제일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유방암이 관리가 될 수 있다는 점,
수많은 여성들이 이와 싸우는 만큼 오히려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의외로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아예 모르고 싶다는 여성도 분명 많았다.
BRCA 유전자를 가진 경우 유방암·난소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미리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대림성모병원이 최근 진행한 설문 결과 결혼계획이 있는 2030세대 10명 중 4명은
상대방이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어떤 이는 ‘닥쳐서 알아도 될 문제를 미리 알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는 ‘BRCA돌연변이 보유=암’이라는 큰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BRCA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100% 암이 발병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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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슬론(가운데)가 BRCA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더 볼드타입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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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방암 고위험군이거나,
BRCA 보유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면 검사를 적극 받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미국 드라마 ‘더 볼드타입’은 이같은 상황에 놓인 패션지 에디터 제인 슬론의 에피소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유방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제인은 취재를 하던 도중 BRCA 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슬론 역시 처음에 검사를 거부하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검사를 받고 상황과 정면으로 마주할 것을 결정한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건강문제를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을 피력한다.
유전자 진단 없이 갑작스럽게 암에 노출돼 자신의 삶이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자연스럽게 동행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조심스레 보여준다.
실제로, 유전자 변이를 진단받은 여성은 무조건 좌절할 필요가 없다.
정기적인 MRI검진과 함께 30세 이후부터는 MMG를 추가하며 추적관찰에 나서면 된다.
2년마다 난소 관련 부인과 정기 검진, 위내시경을 받고 5년마다 대장내시경도 함께 받아야 한다.
남들보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그만큼 몸을 더 세심히 챙길 수 있다.
안정신 교수는 “유전자 변이를 모른 채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게 건강에는 더 유리할 것”이라며 “누구에게나 권고할만한 검사는 아니지만,
대상자라면 한번쯤 받아볼 만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한국유방건강재단과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는 향후 5년 정도 이어갈 계획”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