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편리하게 쓰는 '들러붙지 않는' 테플론(Teflon) 코팅 프라이팬. 하지만 이것도 알고 보면 인체에 유해한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보통 때는 괜찮지만 조리과정에서 프라이팬에 열을 가하고 표면을 강하게 긁을 경우 유해 과불화(過弗化) 화합물의 일종인 PFOA(perfluorooctanoic acid)가 나오고 이것이 음식물과 함께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주방일을 많이 하는 여성에게 PFOA의 잔류농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과정에서도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이 배출하는 PFOA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어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대구가톨릭의대 양재호 교수는 최근 미국 뉴욕대와 공동으로 세계 9개 국가 11개 지역 주민의 혈청 내 PFOA 잔류농도를 조사한 결과 대구 시민의 혈청에서 과불화 화합물의 일종인 PFOA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PFOA는 최근 미국 등에서 새로운 환경오염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지난해부터 PFOA의 독성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양 교수에 따르면 2003년 7월 대구지역 남녀 각 25명을 대상으로 혈청을 분석한 결과 PFOA의 잔류농도가 여성은 평균 88.1ppb(ppb=1000분의 1ppm)로 외국의 3~30배나 됐다. 남성은 평균 35.5ppb로 미국 켄터키주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최대치가 256ppb에 이르러 직업적으로 노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았다. PFOA를 생산하는 미국의 공장 근로자에게서는 8만1300ppb까지 검출된 경우가 있다.
양 교수는 "한국이 PFOA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며 "수입된 PFOA가 어떤 형태로든 자연계에 방출돼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FOA는 1회용 음식용기나 화장품.샴푸 등에도 많이 포함돼 있으나 정확한 오염경로와 건강피해 사례 등에 대한 정밀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노인층보다 20~30대 젊은층의 오염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패스트푸드를 담는 1회용 음식용기 사용 등 외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 교수는 "편의상 대구지역에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며 "체내 축적경로나 건강피해에 대한 전국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환경분야 유명 학술지인 미국의 '환경과학기술(ES&T)'에도 미국팀과 공동 명의로 게재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올해 환경부가 환경보건정책과를 신설하고 브롬화 난연제 등 새로 대두한 오염물질에 대비하고 있으나 PFOA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다.
◇PFOA란=프라이팬의 테플론 코팅 재료, 화장품.샴푸의 첨가제, 종이컵 등 1회용 음식용기 코팅재료, 전자제품.소파.카펫.건축재의 표면 마감제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반도체 세척 작업에도 다량 사용된다.
PFOA는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나타내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음식 등을 통해 인체에 한번 흡수되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
이에 따라 인체에 다량 축적될 경우 간암과 태아 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뇌세포와 신경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실내 먼지에서 다량 검출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새 집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화학회사 듀폰은 PFOA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환경보호청에 의해 고발돼 최대 3억달러(약 3600억원)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고 외신들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PFOA를 생산해온 3M도 지난해 자발적으로 PFOA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