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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 치킨은 이런 프리터를 기반으로 생겼어요. 흑인들은 백인 농장주가 먹지 않는 닭 모가지, 닭발, 닭날개 등을 모아서 지지는 정도를 넘어 기름에 푹 담가 튀겼습니다.
신발도 기름에 튀기면 맛있다지만 맛을 떠나 허드레 부위였던 만큼 고온의 기름에 순간적으로 튀겨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후라이드 치킨은 이렇게 미국 남부 백인 닭요리에 흑인의 조리법이 더해져 생겼습니다.
후라이드 치킨이 한국에 들어온 후 양념치킨을 거쳐 강정 소스에 버무려 생겨난 것이 닭강정입니다. 강정은 전통적인 한과 조리법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옛 이름은 유밀과(油蜜果)죠.
요즘은 특별할 것도 없지만 옛날 강정은 만만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재료만 봐도 참기름은 중국산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 방울이 아까워 아껴가며 먹었던 기름이고 꿀 역시 옛날에는 약으로나 먹었으니 이런 재료로 만든 강정은 설 같은 명절, 결혼 환갑 같은 잔칫날에나 특별히 장만했죠.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강정이었기에 한반도를 넘어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는데 1296년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 공주와 결혼할 때 고려풍속에 따라 잔칫상에 갖가지 강정을 차렸습니다. 이를 맛본 원나라 왕족과 귀족들이 그 맛에 반해 강정을 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고려 백성들이 강정 만들어 보내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고려사’에서 보입니다.
강정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조선에서는 강정을 비롯한 유밀과를 호화사치 음식으로 분류해 법으로 만들지 못하게 제한했던 적도 있습니다.
너도 나도 강정을 만들어 꿀과 곡식, 참기름의 낭비가 심했기 때문인데 조선 법령집인 ‘국조보감’에는 영조 때 왕실 결혼부터 사대부 혼인까지 혼인 잔치에 강정 놓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이 보입니다.
심지어 ‘대전통편’에는 혼인이나 제사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데 함부로 강정을 만들면 곤장을 때린다는 내용까지도 있어요.
이런 강정 요리와 후라이드 치킨을 합친 것이 닭강정이니 시공과 계층을 초월한 통합의 퓨전음식입니다.
(한식은 무엇인가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재료와 요리 과정이 고유하며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점만 찍어도 된답니다.)
자료 출처 : <현대중공업 기업 블로그>글에서 일부 발췌
첫댓글 아침부터 닭강정에 고문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