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얘기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요?
(저는 첫잠에서 깨어난 뒤, 까페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금방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졸고 있기까지 했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만큼 까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한데요......)
제 '스페인 친구들' 얘기부터 시작하기로 하지요.
작년 12월 초부터 연말에 이르기까지(그 중, '크리스마스'엔 늘 그렇긴 하기는 하지만),
저는 스페인으로부터 적지 않은 '크리스마스 문자'를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의 작년 연말 상황이 그렇긴 했지만, 대부분의 스페인 친구들은(크리스마스 이전부터),
"문, 도대체 한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그 와중에 괜찮아?" 하는, 그들의 공통적인 문자를 받게 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 대명 천지에 '계엄 상황'이 터졌고, 그게 조기에 수습되는 걸로 예상을 했지만(저는)... 어쨌거나 저 역시 '여의도'에 들락거리면서도 제 스페인 친구들에겐 뭐라 답을 해줘야만 할 것이었기에(그게 참 애매하드라구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게다가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위친데 '계엄'이라니! 한 편으론 부끄럽기 짝이 없었고, 또 짜증스럽기도 했는데... 뭐 마땅한 답을 해주기도 쉽지가 않아서 미적대다가),
'구글 번역'을 이용해, 비교적 장문의 메시지를 작성해서 일률적으로,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진 특수한 사정이라(이건 핑계일 뿐이었지요.) 이런 일(계엄)도 발생했는데, 그나마 국민들이 깨어있어서... 평화적으로 해결을 볼 것인데, 정치하는 것들은 어디든 마찬가지로 미쳐돌아가고 있을 수도 있잖아?(스페인도 만만치는 않거든요.)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큰 이상 없이 내 일에 열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 보냈었답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그들을 이해시키기는 했는데,
그러면서는 바로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져, 그들로부터 크리스마스 인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근데요, 사질 저는... 연말만 되면 '이중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혼자 살기 때문에 그러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 시기(특히 크리스마스)가 별로거든요? 솔직히 저에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날이 크리스마슨데, 서양 사람들에겐 그 날이 제일 큰 명절이고 축제라... 그들 기분을 맞춰주려고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론 그저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게 제일 좋거든요(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주변 사람들 때문에(?) 뭔가 어수선한 상황을 피할 수가 없답니다.
근데요, 그런 연말연시가 지나긴 했는데...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제가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지방의 '꾸꼬(Cuco)'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그가,
"문, 근데... 언제 올 거야?"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왜 맨날 나한테만 오라는 거야? 니네는 한국에 한 번도 안 오면서?"하고 짜증스럽게 대답을 했는데,
"문, 너도 잘 알잖아? 내가 '항공여행'이 겁나서 못 간다는 걸......" 하던데,
그 말은 그들이 보통 하는 말이거든요?
옛날에 '호아킨(Joaquin)'씨는 사실 '고소공포증' 때문에 그렇긴 했지만(그러다 끝내 돌아가셨거든요.), 꾸꼬 같은 경우는 그렇지도 않은데 그냥 하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웃고 말았는데,
"문, 잠깐만 기다려 봐, 저기 누가 오는데... 전화 바꿔줄 테니까, 기다려 봐." 하기에,
저는 '아델라(Adela 꾸꼬의 처)'인 줄 알았는데, 받고 보니 남자였습니다.
꾸꼬의 절친인 '빠스토르(Pastor)'던데, 아마 우리가 통화를 하는 사이에 그가 꾸꼬 집에 들렀던가 보았습니다.
그들은 부부들이 서로 친해서, 늘 붙어지내거든요.
"문, 어떻게 지내?" 하고 소리를 지르기에,
"빠스또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데, 그가 대뜸,
"근데, 왜 요즘엔 안 와?"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제 내가 갈리시아에 간다고 해도, 내가 머물 집도 없다는데?" 했더니,
(그 조금 전에 꾸꼬와 얘기 중에, 제가 갈리시아에 가면 늘 머물던 '까르멘의 친정 집'이 요즘엔 저도 아는 한 젊은이가 결혼을 해서 그 집에 세를 들어 산다고 하더라구요. 집을 마냥 비워둘 수만은 없었을 테니까요.)
"무슨 그런 걱정을 하고 그래?" 하더니, "니가 오기만 하면, 여기 집이 널려 있는데... 오기나 해!"
(그 얘기는, '너 오는데 집이 없을까봐 걱정이야? 여기, 너 아는 사람들이(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야?' 하는 뜻이기도 했지요.)
하니,
제 속 마음이 싫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래도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니(많으니), 언제라도 가기만 하면 될 거 같기도 하구요...
근데요, 그들이 그러는 데에는...
제가 2022년 가을,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스페인에 들렀다가 그들을 보았는데,
그 전에는 매년 갔거나 적어도 2년 만에는 갔는데,
어느새 2025년이 되다 보니... (갈리시아에 가는 간격이 길어지고 있네요.)
자기들끼리 모이면 가끔은(그들은 1년에도 너덧 차례 모여 축제를 하곤 하는데),
"왜, 요 근래에... 문이 안 오지?" 하곤 했다는 얘기를, 그동안 꾸꼬를 통해서 몇 차례 들어왔거든요.
게다가 무엇보다도,
거기 '에밀리아(Emilia)' 부인이 쓰러져(뇌졸중?), 이제는 침대에 누워 병간호를 받고 있어서...
"문, 시간을 너무 끌면 안 돼..."하는 식으로(제가 늦게 가면, 어쩌면 늦을 수도 있다는 경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니 저도 걱정이긴 하답니다.
적어도 에밀리아가 죽기 전에는(?) 가서, 한 번이라도 더 봐야 하는데......
('에밀리아'는 까르멘의 이모인데, 저에게 너무나 잘해주는 분이거든요.)
꼭, 그래야 하는데......
아, 사는 게 그렇습니다.
어디 '에밀리아' 뿐인가요?
바르셀로나의 '마놀로(Manolo 까르멘 남편)'도 몇 년 전에 쓰러졌다가 지금은 겨우 몸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구요.
그 정정하던, 마드릳의 '산티아고(Santiago)'도...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많이 느릿해졌고,
아직까지는 여전히 활동적인 '누리아(Nuria)'도 얼마 전 통화해 보니, 조금씩 쇠약해져가는 것 같고......
그 한 사람 한 사람 다 열거할 수는 없는데,
저라고 어디 멀쩡하기만 합니까?
저를 포함한 제 주변 사람들 모두 다... 늙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