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대해 - 6. 윤리학(규범윤리학, 재구성을 위한 선행작업)
by 메피스토
6.3. 규범윤리학
6.3.1. 재구성을 위한 선행작업
들뢰즈는 규범윤리학 이론을 명확히 제시하진 않았
습니다. 그러므로 들뢰즈 철학을 주제로 한 규범윤리
학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일종의 추출이고, 들뢰즈
로부터 가져온 개념을 규범윤리학적 이론으로 재구
성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이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먼저 일반적으로 논해지는 규범윤리학 이론을 검토
하여 들뢰즈가 대략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살펴보고
자 합니다.
규범윤리학은 윤리적 규범의 적용을 다루는 분야입
니다. 크게 결과론, 의무론, 덕윤리가 있습니다. 이들
은 선행이론을 비판하며 대두되었는데,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행위나 규칙이 윤리적이라는 결과론, 결과와 무관하게 의무를 지키는 게 옳다는 게 의무론,의무도 다 미덕에서 나오니 덕을 함양해야 한다는
게 덕윤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각 이론은 정
치철학과도 이어져 있는데 공리주의, (권리 중심)자
유주의, 공동체주의와 연계됩니다.
들뢰즈는 메타윤리에서 자연주의의 입장이라고 했
는데, 이는 규범윤리학에선 덕윤리와 친화적입니다.
자연주의로는 초월적인 기준으로 보이는 옳음이나
보편적인 기준으로서 좋은 결과를 설명하기가 어렵
고, 윤리라는 게 사회나 공동체에서의 삶을 위해 출
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에 공동체와 공동체적 가치
의 선재성을 인정하는 면에서 덕윤리와 친밀합니다.
들뢰즈는 실제로 덕윤리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의
무론에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럼 들뢰즈도 덕윤리를
옹호한 공동체주의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선
구자격인 니체를 공동체주의자로 재해석하는 경향
(줄리언 영)도 나타남을 고려할 때, 이런 해석도 무모하기만 한 건 아닐 겁니다. 그러나 현대 공동체주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이나 헤겔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는 점을 고려할 때 마냥 들뢰즈와 친화적일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역사적 설명이나 구체성을 중시하는 면에선 비슷하지만, 들뢰즈는 언제나 변화와 변이 가능성에 주목하는 점에서, 역사를 규범적 정당성의 근간으로 삼는 공동체주의와는 갈라섭니다.
의무론과 덕윤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좀 더 비교해봐
야 할 것 같습니다. 실천이론으로서 의무론과 덕윤리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옳음”과 “좋음”의 관계설정입니다. 의무론은 “옳음”을, 덕윤리에선 “좋음”을 지향합니다. 옳고 그름은 이분법적이지만, 좋고 나쁨은 정도의 문제입니다. 더 옳고 덜 옳은 것은 없지만, 더 좋고 덜 좋음은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개념도 중간이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럼 이런 차이를 전제로 삼아 두 이론을 들뢰즈 철
학에 비춰보고, 최종적으로 들뢰즈식 규범윤리학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