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부터 남편이 얘기합니다
"내일 일찍 작년 봄에 심은 초석잠을 캐러 갑시다"
일어나자 마자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아이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니는 교회 가시고 삼촌이
올 농사지을 논에 퇴비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자기일 하며 시골일 돕는 삼촌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어머니 곁에서 든든한 아들로서 자리하고 있어 저희 마음도 든든합니다.
호미며 괭이 담을 바구니까지 구색은 맞쳐봅니다.
들에는 작년 겨울에 심은
양파며 마늘 그리고 막 올라오는 쑥이며 나물들이 파릇하니 예쁘게 올라와 있습니다.
그 곁에 빼빼마른 나무처럼 생긴게 초석잠이라고 합니다.
그 나무들을 뽑아내고 땅을 파보니 정말 신기하게 뿌리가 나옵니다.
누에고치 닮았다고 하여 초석잠이라고 불린다는데 제 눈에는 새우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신이 났습니다.
들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며 나름 신기한게 많은 모양입니다.
땅을 조금파다보니 궁벵이 몇마리가 아이들 눈에 띕니다.
신가하다며 둘째와 막둥이 깔깔 대며 조용한 들이 금새 아이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어머니께서 들에 약치는것을 싫어하셔서
농사 지으실때도 약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시는데
아이들이 굼뱅이며 지렁이를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어머니의 땅 사랑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들에 부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더니
아이들도 하나 둘 싫증이 나는 모양입니다.
막둥이는 쉬었다 할거라며 집으로 향하고
둘째도 야참을 먹어야 한다며 자리를 뜹니다.
우리부부만 덩그러니 남아
주고 받는 얘기가 노년에 여기와서 많이도 말고 일년씩 먹을 먹거리를 심어
아이들도 주고 병원에 식구들이 놀러올 때나
지인들이 와도 손수 키운 야채며 나물들로 작은 정성 나누며 살자고......
주말이면 매일 집에만 누워 있던 남편이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즐거웠는지
담 주부터는 작은 남비 챙겨 들로 산으로 다녀 오자고 앞서 말합니다.
가족과 집에서 보낸 시간보다 행복했는지 말이죠
그 앞번 해에도 근무하던 학교에 몇몇 선생님들이
일구어 사용할 땅이 있어 그때도 초석잠을 심어
어머니 기억력에 좋다며 손수 키운 약초로 약을 해드렸는데
그 때도 어머니는 아들이 재배한 약이거니 한 첩도 버리지 않으시고 다 드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께는 한 없는효자
그 반만이라도 나에게 마음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십년이 세월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보다 더 굳센 심지를 가지고 있는 남편 변할리 있을까요
제가 그래도 쿨한 성격이라 말하지만
저도 이제 포기하며 산세월도
제가 못하는 효도 남편이 하면 어떻고 누가하면 어때요
어머니 그 약 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막둥이 장가 갈때까지 어머니 좋으시다면 그 땅에 두고 두고 약초만 키우겠습니다.
아이들과 들에서 초석잠을
캐는 장면을 몇 장 올려봅니다.
그때는 힘들어서 마져 캐지 못하고
내년에 다시 캐자고 우겨서 겨우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한광주리 캐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농사짓는 분들께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