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어부지리(漁父之利)-4
악삼이 다가오자 척신명은 부드러운 웃음으로 맞이했다. 척
신명은 악삼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악 소협. 나 좀 도와 주시겠소."
"무슨 일입니까?"
"북경에 도착하면 자은 선생님이 한 사람을 만날 것이오. 그
때 자은 선생님을 따라가 그 사람을 만나면 되는 일이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40대 중반의 도공으로 송씨 성을 쓰는 사람이오."
"내가 만나면 무엇을 하면 됩니까?"
"그 도공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오."
악삼은 척신명의 부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만나기만
하면 되고 이유도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척신명은 악삼이 의
아한 표정을 짓자 빙그레 웃었다.
"자은 선생님이 북경에 온 이유는 모두 세 가지외다. 첫째는
자금성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사위를 만나기 위
해서요. 그리고 마지막이 송 도공을 보는 것이오."
"첫째와 둘째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런데 송 도공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대답하지 않겠소. 그리고 내가 송 도공에 대해 말을 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 주시오. 송 도공 본인은 물론
자은 선생님까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약속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악삼은 말끝을 흐렸다. 척신명이라는 인물을 악삼은 껄끄럽
게 생각하고 있었다. 거래를 하자며 북경까지 동행하게 만든
것이나 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던 상선에
폭발명령을 내리는 것을 생각할수록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
던 것이다.
"자은 선생님이 언제 그 도공을 만나러 가는지 모른다는 것
이라면 걱정 마시오. 그건 내가 알 수 있으니까."
"시간을 안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은 선생님과 어떻게 동행하는가 이것이 문제라면 그 역시
걱정 마시오. 내 딸이 해결해 줄 것이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악 소협."
"말씀하십시오."
"나는 상인이오."
척신명은 사람이 좋아 보이는 웃음을 만면에 띄우며 말했다.
"거래를 합시다."
"죄송합니다. 저는 약속대로 북경에 도착하는 즉시 떠나겠습
니다."
"산동악가로 말이오."
"......"
악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조차 없었다.
"흥정은 내가 유리하오. 하지만 악 소협에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소. 간단하게 내 패를 보이겠소."
"말씀하십시오."
"악 소협의 사부인 묵창 악 노사를 살해한 자를 알고 있소."
"그자가 누구입니까?"
"묵창 악 노사는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패사한 것이 아니오.
뒤에서 날아온 칼에 당하셨소. 내 부탁을 들어 주면 그자의
정체와 현재 있는 곳이 거래조건이오."
악삼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맹렬한 불꽃을 제어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척신명은 악삼이 침묵을 지키자 조용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소. 악 소협."
"내가 할 일은 송 도공만 만나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소. 한번만 만나보시오. 그러면 끝이오."
"알았습니다."
"악 노사를 살해한 자는 환객이오. 그자는 황 노사로 변장을
하고 태을궁에 들어갔소. 그리고 나중에 악 노사의 등뒤에서
기습을 했소."
"환... 객..."
악삼의 입술 사이로 빠져나온 목소리는 유부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다. 송곳으로 귀를 후벼 파는 듯한 느낌이었다.
악삼의 눈동자에서 터져 나오는 시퍼런 불꽃은 도깨비를 연
상할 정도였다.
"환객이 어디 있는지는 송 도공을 만나고 오면 전해 주겠소."
"알겠습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
"......"
"아참, 북경까지는 평안한 여행이 될 것이오. 그럼 내가 나중
에 다시 연락을 하겠소."
악삼은 침묵했다. 척신명이 느긋한 어조로 여행을 즐기라고
말하고 되돌아갔지만 악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악삼의
안색은 얼음장보다 더 싸늘했다. 태을궁 지하미로 앞에서
사부인 악풍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던 광경과 환객이 악풍의
등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
졌다.
악삼의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분노와 복수심은 지옥의
맨 밑바닥에서 타오르는 불꽃같았다. 불꽃은 악삼의 가슴에
서 맹렬하게 타오르더니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윙. 윙. 윙...]
악삼의 주위에서 공기가 진동을 하면서 공진 현상이 나타나
기 시작했다. 분노가 태을진기를 움직여 악삼 주변을 회전
하게 만든 것이다. 일종의 호체진력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
다. 하지만 호체진력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상이었다.
척신명은 악삼에게 멀어져 가는 듯 하더니 살짝 몸을 숨겼다.
그리곤 악삼의 행동을 관찰했다. 악삼 주변의 공기가 진동을
하는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
이든 방금 전에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악삼의 역량이 자신을
능가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녕 믿을 수가 없군. 분명히 선교장에서 만났을 때만해도
나보다 한 수정도 하수였는데, 지금은 거꾸로 나보다 한 수정
도 위로 보이니 도대체 무공증진 속도가 얼마나 빠르다는 것
인가."
척신명은 악삼의 무공증진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저 나이
에 자신이 이룬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했는
데 단 일주일 사이에 또 다른 증진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질
투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척신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다가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
실에 들어온 척신명은 의자에 앉지 않고 장롱을 향해 걸어갔
다. 장롱의 문은 보기에도 두꺼운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척신명은 자물쇠를 따고 장롱을 열었다.
[끼이잉...]
두터운 목재 문이 열리면서 정첩에서 날카로운 금속성이 흘
러나왔다. 척신명은 장롱 안으로 들어갔다. 뜻밖에도 장롱
안에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비밀통로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네 평정도의 작은 방이 나왔다. 방안은 어둠에 묻혀 있었
다. 창조차 없어 숨이 막히는 작은 방에는 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척신명은 벽면에 걸려 있는 등을 들었다. 화섭자를 사용해
등불을 켜자 방안을 뒤덮고 있던 어둠이 사라졌다. 척신명
은 방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 사람을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
았다.
"이만 일어나시지."
"쿨럭..."
"확실히 말로는 안 되는군."
[휙.]
[퍽.]
"커억!"
척신명의 오른발이 세 남자 중에 한 사람의 복부에 작렬했다.
복부에 일격을 맞은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복부를 잡고 부들
부들 떨었다.
"장난은 그만 하는 것이 어떤가. 환객."
"무, 무슨 말이오. 척 대인. 나는 이 장도요."
"적 등영."
"허억! 다, 당신은 누구요. 내 본명을 어떻게..."
환객은 누구도 모르는 자신의 본명이 척신명의 입에서 나오
자 경악했다. 자기 본명을 아는 자가 강호에선 없으리라 생
각하던 환객은 예상 밖의 일이 생기자 너무나 놀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환객은 강호에 나와 처음으로 두려움에 빠졌다.
특히 척신명의 눈동자가 자신을 샅샅이 훑어보고 지나자 마
치 알몸이라도 된 듯한 느낌에 빠져 버렸다. 환객은 떨리는
목소리로 척신명에게 질문했다.
"다, 당신은 누구요?"
"우습군. 포로는 자네지. 내가 아니네. 그런데 거꾸로 심문을
하려 하는군."
"그, 그건 아니오."
"오호! 자네 마음대로 할려고 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자네는
자신이 처한 위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지. 내가 친
절히 자네의 처한 상황을 가르쳐 주겠네."
척신명은 환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도 섬뜩한 미
소를...
척신명은 비밀통로의 양옆에 매달려 있는 기묘하게 생긴 금
속제 도구들을 바라보았다.
"마음 것 소리를 지르게나. 이 방은 내가 특별히 고안해서 만
든 방으로 밖에서 일체의 소음이 들어오지 않는다네. 또한 이
안에서 나는 소리는 설령 천둥소리라도 나가지 않네."
척신명은 뱀이 기어가는 모양을 그대로 본뜬 듯한 기묘하게
휘어진 쇠꼬챙이를 들고 환객에게 걸어가면서 말을 했다.
"마음 것 소리지르게나. 흐흐흐."
"허억..."
환객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척신명은 환객의 표정
을 보면서 희희낙락했다. 환객은 척신명이 가까이 다가올수
록 부들부들 떨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