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래빠는 소녀에게 말했다.
"착한 여인아, 얼마 전 그대는 나에게 찾아와서 보살도(菩薩道)의 서원을 발하고 수호불의 가르침을 받았다. 나는 그대에게 덕과 까르마의 법칙에 관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런데 그대는 지키지 않았구나. 그대는 도덕적인 의무와 계율에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았구나. 양치기들이 유발한 그런 사소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순진한 사람들에게 전염병을 유포시켜 큰 고
통과 재앙을 불러들였구나. 그대는 이처럼 가르침을 어겼기 때문에 징벌을 받았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대가 행한 일로 미뤄 볼 때, 더 이상 그대를 믿을 수가 없다. 만약 그대가 이 지방의 모든 주민들을 당장 고쳐주겠다고 한다면, 내가 그대를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맹세하지 않는다면 나는 바로 떠나겠다. 그대 여인들이 서원을 지키지 않는다면 저주를 받아도 마땅하기 때문이다."
미라래빠의 경고를 들은 천녀는 크게 두려워하며 그의 발목을 꽉 움켜잡고 애걸하였다.
"저희는 눈 어둔 사악한 존재들이에요. 저희는 무지하여 이 지방에 질병을 퍼뜨렸어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지는 마세요, 제발! 높은 세계의 천신들이나 정령들이 저희를 해치지 않는다면, 저희들이 결코 그들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아요. 또한 선생님의 충고에 관하여 말씀드리자면, 저는 어떤 사람들을 해치거나 그들을 해치려고 다른 사람을 보낸 적이 없어요. 이번 여름 마지막 달, 강물이 범람하여 이곳의 좁고 가파른 골짜기들은 모두 넘쳤지요. 그때 살코기를 먹고 피를 삼키는 저희 동료와 친척과 시자(侍者)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해쳤지요. 하지만 저는 병이 낫기만 하면 모든 전염병을 즉시 그치도록 하겠어요. 선생님, 제발 저를 돌봐주시고 불쌍히 여겨주세요!"
소녀는 간절히 애원하였다. 미라래빠는 그녀에게 일백 진언의 정화행(淨化行)을 베풀고 삼보와 스승들에게 간구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장수를 위해 승리의 왕관모(王冠母) 의식을 행하였다. 이리하여 그녀는 이튿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릴 수 있었다.
그 후 7일 동안 미라래빠는 빛나는 자각(自覺)의 힘으로 그녀를 정화해주었다. 그녀는 그후 완전히 치료되어 이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되었다. 이에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사랑하는 천녀여, 그대는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으니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을 도울 때가 되었다. 그들이 어떤 예물을 바치기를 그대는 원하는가? 환자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의식을 행하려 하는가?"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서 저희가 치유될 때, 사람들도 그렇게 될 것이에요. 저희들 중 어느 누군가 병들거나 재앙을 당하게 되면, 저희 세속 천녀들이 모두 해를 당하게 되지요. 이는 세속 천녀들의 서원이랍니다. 때문에 신들과 정령들은 저희 세속 천녀들을 옹호하기 위해 세상을 전염병이 창궐하는 혼돈의 도가니로 집어던지게 되지요. 따라서 빨리 회복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쭈또르불(佛)의 핵심 진언을 거듭 반복하고, 심오한 대승 경전을 읽고,
성수(聖水)로 성화 의식을 행하고, 마음 둘레에 원을 그려 사람들을 그 안에 모아서 적백(赤白) 성찬식과 거대한 또르마 의식을 행하고, 탑을 장식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덕을 돌린 뒤 자신의 소원을 빌면 되지요. 이 일을 행하는 사람은 곧 회복될 것이에요."
미라래빠는 진 고을로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나는 지방 신들이 분노하여 이 지방에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꿈(환영)을 통해 알았소. 그대들의 방화로 인해 지방신들이 해를 입고 재앙을 당하였소. 그래서 화가 난 그들은 질병을 퍼뜨려 복수한 것이니 그대들은 적절한 의식을 베풀고 여러 가지 예물을 바치는 게 좋겠소."
이리하여 주민들은 모두 스승들과 제불과 진리의 수호자들에게 기도하고, 많은 예물을 바치고, 성대한 또르마 의식을 행하고, 모든 공덕을 신들과 영혼들에게 회향하였다. 그들의 기도와 신들의 축복으로 인해 질병은 얼마 후 완전히 사라졌다.
그달 스무 아흐렛날, 장수의 다섯 귀녀(貴女)들이 많은 시자들과 지방신들을 데리고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그들은 보석 술잔에 담긴 신묘한 포도주와 감미로운 음식을 가지고 와서 미라래빠에게 바쳤다. 천녀들은 그에게 예배드린 뒤 둘레를 여러 번 돌고 나서 그의 앞에 나란히 서서 찬양하였다.
"저희들의 질병을 고쳐주시고 생명을 건져주신 선생님은 참으로 은혜로운 분이십니다."
이어 천녀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바쳤다.
첫댓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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