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류제희
매미울음으로 달구워 놓은
여름이 아직, 포장도 다 뜯지 않은채
저만큼 물러 서 있는데
벌써 가을이라네요.
가을을 맞이 하기엔
길가에 지천인 돌콩넝쿨도,
훌쩍 키만 자라 꽃도 못 피운 들깨도
반질반질하게 바람을 닦고있는 푸른 갈대도
바빠지는 때입니다.
마당엔 멍석 가득 널린 붉은고추가
뙤약볕에 무게를 덜고
봉숭아, 분꽃, 나팔꽃 그 까만 말씀
제 속에 하나씩 가두고
계절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몫을
얼마만큼의 크기로
얼마만큼의 깊이로
끌어 안아야할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가을 햇살에 눈이 시려
가을이 소리없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푸르름이 머문 자리마다
카페 게시글
전시 및 행사
시- 류제희
안개마을
추천 0
조회 45
04.09.29 14:23
댓글 10
다음검색
첫댓글 ㅎㅎ 겨울되면 또 편지 보내올 것만 같은 예감. 그러니까 일 년에 적어도 네 통의 편지는 받아볼 수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죠. 안개마을 님, 소래 님 감사!!
가을편지를 받는 느낌이 참 좋네요... 소리없이 익어가는 가을을 가슴에 담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오늘 하늘 빛깔도 푸르고 구름도 아름답구요,, 가을인가봐요
가을 편지 잘 받았습니다. "마당엔 멍석 가득 널린 붉은고추가 뙤약볕에 무게를 덜고" 아 정말 그러하네요. 햇살 가득 담은 태양초 빛깔도 곱겠지요.
어이! 은밀히 보낸 편지인데.......
저도 가을편지 잘 읽고 갑니다!!!
다시 읽어도 역시 따봉~! 코끝이 시립니다.
가을은 역시 시인들의 계절이군........멋진 글 입니다
안개마을님 덕분에 소래님의 가을편지를 받아 볼 수 있네요. 정겨운 풍경입니다.
멀리 남도에서도 가을 편지를 보았네요.가을이 익어가는 하늘은 파랗다 지처 먹빛이 된듯합니다.
"반질반질하게 바람을 닦고있는 푸른 갈대" 가 바람이 왔음을 슬며시 알려주는 계절이군요.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