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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의 로고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6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가량 손실을 낸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수준으로 쇼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달 하순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4조원 안팎 손실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반도체 매출이 대부분이어서 고스란히 회사 전체 적자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동안 버티던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에 이어 인위적 감산을 선언했다.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1년 새 40% 수준으로 떨어진 D램 가격 지지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은 2분기는 어림없고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형편이다. 우리 제조업 생산의 10%,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1, 2위 업체가 지난 10여 년간 보지 못했던 위기에 처했다.
큰 폭의 적자를 낸 우리 반도체는 미·중 기술 분쟁의 한복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감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의 40~50%를 중국 공장에서 담당하고, 투자 금액도 33조~35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최근 반도체지원법 세부 지침을 통해 일정 조건하에서 중국 내 공장을 1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장기적 ‘중국 리스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어디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올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기 후퇴와 자산시장 침체로 올해 4년 만에 세수 펑크가 나고, 국가 부채는 1100조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물가는 높은데 가계 부채와 금융 불안으로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기업들 사정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력 기업들도 1분기에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거나 적자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의 나라 경제를 떠받쳐주던 대표 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반기업 조치로 목줄까지 죄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