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의 보스인 ‘M’의 실제 인물 데이비드 스페딩경(卿)이 13일 58세로 사망했다고 영국 외무부가 밝혔다.
외무부는 공식 성명에서 영국의 일급스파이중 하나인 스페딩경이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타임스지(紙)는 스페딩경이 암에 걸렸었다고 보도했다.
정부내에서는 ‘C’라는 이름으로 통했던 스페딩은 30여년간의 첩보생활 후 지난 1994년 해외정보국(MI6) 국장에 임명돼, 96년 퇴직 시까지 MI6을 이끌었다.
옥스퍼드대 졸업 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아랍학을 공부한 그는 냉전 후 대외첩보의 중심점이 바뀌면서 처음으로 소련통이 아닌 중동테러 전문가로 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또 1909년 MI6 창설 이래 최연소 국장이기도 했다.
베이루트, 산티아고, 아부다비, 암만 등지에서 활동한 그는 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 때 산티아고 주재 영국대사관 직원으로 재직했다. 이 때문에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당 정부의 전복에 관여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음모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사고 있다.
실제로는 ‘M’이 아닌 ‘C(해외정보국장의 첫글자)’로 통했던 스페딩은 007영화에서 ‘M’을 연기했던 여배우 주디 덴치를 98년 MI6 크리스마스 오찬에 직접 초청, 여배우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