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4년생 살구나무에 혼자 먹기에 족한 몇 개의 살구가 그간 풍찬노숙을 견디어 내고 농익어가고 있었지요. 게 중 하나를 맛보기 위해 따는데, 가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톡 떨어진다기보다는 막 낙하하는 살구를 받아내는 듯 한 가벼움. 참 이리 가볍게 떨어질까. 트롯 가수 현철의 “봉숭아 연정”의 가사가 실감되는 거 같더니 “앙버티다”라는 동사가 머리에 맴돌더이다.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창 시절 교훈으로는 버티기 힘든 요즘 세상에 저 말이 살구 낙실(落失)에 비례하여 이토록 가슴에 와 닿으니.
살구 생각이 칡넝쿨 얽히듯 하여 번민이 번잡하여 “중력 사랑”이라는 가벼운 세미에서이를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그 글도 못난 살구 그림으로 인하여 태그 운운 배려 가득한 질타를 받고 “삶의 이야기”게시판에서 방출되어 여기 자유게시판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습니다.
때론 글이 그림을 넘지 못하고 그림은 소리를 넘지 못하며 소리는 침묵을 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농익다 못해 농염한 살구 이미지에 짧은 단구를 입혀보니 한 폭의 문인화 같다는(‘착각도 자유’ - 멋진 표현). 제가 하이쿠 시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 스러이 그런 풍의 단구를 제 카톡 배경 화면에 담아두었습니다. 옛 하이쿠 시인들은 글로써 다하지 못하는 시정(詩情)이 있을 때에는 몸치를 앓지 않아나 싶습니다.
가만 살펴보니 우리 회원님의 몇몇 게시글을 살펴보면은 화려한 이미지와 동영상은 죄송스럽지만 극락조가 울고 갈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 취향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른 봄철 돌담가에 게으른 햇빛 받아 피우는 다소 영양 부족한 패랭이꽃이 사랑스럽고, 가을 빈 들녘 아무도 돌보지 않았음에도 홀로 외로움을 즐기는지, 고독을 사랑하는지. 그런 청초한 늦가을 이름 모를 들꽃이 마냥 좋으니 말입니다.
풍요롭고 달콤하게 익어갈 과일의 뜻하지 않은 낙하는, 중년을 넘어선 이들이 이루어 낸 과실의 유실이거나, 못다 이룬 성과에 절망과 회한이라는 아픔을 과실의 낙하 중력으로 은유코자 하였는데. 가지런치 못하게 번잡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농가의 과실수 주인이 태풍 등으로 미성숙 낙과로 인하여 절망하고 심지어는 농약으로 생을 지워낸 뉴스도 예전에 더러 있었습니다. 가까이로는 바다에 어린 생명을 잃어버린 아픔 또한 잊히지 않으니 말입니다. 다 피워내지 못한 생명이라는 점에, 유정 물이든 무정 물이든, 아픔이 아픔이 검붉은 포도알처럼.
저의 카페 회원님은 다 중년 이상의 연배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의 아픔과 절망에 공감을 하실 것입니다. 우리들은 한 때 젊어보았기예요. 그럼에도 우리 세대들 또한 자식, 경제, 질병, 독거 등 적잖이 고뇌와 외로움이 또 하나의 슬픈 꽃으로 피워내더라도 향긋한 과실이 되도록. 당도가 높은 과일은 쉬이 어혈 들어 즉 멍들어도 더 맛있지 않습니까. 회원님들은 앞으로 어떤 과실로 남으시렵니까. 배, 감, 사과, 밤, 살구....
배는 미성숙 과일일 때 햇빛 차단을 위해서 종이로 가려주는 데에도 불구하고 다 익은 녀석들은 새하얗고 뽀얀 살갗이 아니라 다소 꺼칠하고 노릇끼리 갈담 색인 것을 보면 좀 이상하고. 그에 반하여 사과는 하늘빛뿐만 아니라 지면에 복사 반사지를 깔아 햇빛에 구워대는 데에도 소고기 구운 색상이 아니라 붉그쪽쪽한 살갗을 띠우고. 감은 풍년이 들면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 참 멍청한 녀석 – 한데 어릴 적 높은 가지에 매달린 녀석은 천수를 누리더이다. 더러는 까치밥으로 흠결이 나지만 몽실몽실하게 홍시가 되어 가지고 초겨울에 이르러서야 내용물이 쏟아지고 빈 껍질과 꼭지만 매달린 것을 보면 중력사랑에 흔들리 않는 멋진 놈. 중력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과일은 밤이라는 생각이. 하악. 꽃 피우고 그 향기에 취해 숭얼숭얼 가시 돋워서, 가을 어느 미풍의 바람에 송이송이 밤송이가 어쩜 그리 아름답게 떨어지누, 하악!!! 또 하나의 거대한 성담론도 가능한 밤 이야기는 추후에.
그런데 말입니다.
회원님들은 마지막 낙하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봄철 벚꽃이 나비가 낙하하듯 그리 질펀하게,
새털이 누비 누비 허공에서 중력에 잡히지 않으려고 너울너울 대듯,
아니면 겨울철 보름달 뜬 밤에 방향 없이 부는 바람에 맡겨 흩날리는 눈처럼 그리 표표히~~~.
저는 겨울눈처럼 그리 낙하하고 싶습니다. 제 삶이 차가워서일까요.
살구가 이토록 붉고 농염한지 미처 몰랐습니다.
뉘를 향한 연심이 있다면 이 살구빛 아니런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붉은 살구연심은 오늘도 이처럼 앙버티고 있건만. 내일은 내일은.
─━☆그대가 머문자리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