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바다 덮음같이 - 교캉스! ONEDAY 여름수련회를 느끼다 –
늘푸른언덕
아주 오래된 그러나 매우 선명한 기억 하나를 소환하면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00년 미국 시애틀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던 저는 당시 골프에 매력을 느껴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골프를 즐기던 주말골퍼였습니다. 그러나 한편 신앙 생활에도 열심을 내던 터라 주일은 골프를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따라서 토요일 주말 단 한 번 뿐인 골프 여건에서 저와 같은 주말 골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주말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골프에 빠져 있던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그날도 어김없이 약속된 골프 장소로 가기 위해 약 50마일 정도의 거리를 제가 살던 시애틀 서쪽에서 출발하여 동쪽 끝으로 차를 몰고 나설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아침은 하늘이 온통 비구름으로 덮여 있어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날씨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열렬 골퍼들 사이에서 절대 깨지지 않는 암묵적인 골든 룰(Golden Rule)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아무리 비가 와도 골프장까지 가서 날씨를 최종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금과옥조(?)와도 같은 골든 룰을 지키기 위해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서 차를 몰고 약속 장소인 시애틀 동쪽으로 달려가는데 문득 멀리 동쪽 하늘 끝에서 실낱같은 작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먹구름으로 온통 뒤덮인 동쪽 하늘 끝에 아주 작은 동전 모양의 파란 하늘이 구름 속에 마치 곧 사라질 마지막 잎새처럼 걸려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먹구름이 삼켜버릴 듯한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골퍼들의 또 다른 습관 중의 하나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그것을 믿고 따르는 성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날 길을 나서며 주말 골퍼로서의 그러한 긍정적인 습성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부디 작은 동전 모양으로 구멍 난 파란 하늘의 지경이 커져서 암흑과도 같은 저 먹구름들을 도말해주기를 바라며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시간여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리는데 정말 매직처럼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작았던 파란 하늘의 영역이 서서히 지경을 넓히기 시작하더니 점차 먹구름의 영역에 대항하며 그 세를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자의 시선 앞에 놀라운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골프장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하늘은 파란 하늘로 완전히 둔갑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이 신묘막측한 날씨의 변화 속에서 묵상한 찬양 구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부흥]이란 찬양 가사 중에 나오는 ‘물이 바다 덮음 같이!!’였습니다.
그날 새벽 제가 목도한 진풍경은 마치 찬양곡 중의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작은 것이 거대함을 이겼던 순간이었음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 매주 토요일이면 골프를 마치고 교회의 작은 영적 공동체인 순모임에 참석하여 찬양을 인도하였는데 그날 순모임의 준비 찬양은 당연히 이 ‘물이 바다 덮음 같이’란 곡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에 경험한 아주 특별한 간증과 함께.
때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미약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창대함을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몇 개의 사례들을 성서 속에서 찾아봅니다.
먼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사용된 [다윗의 아주 작은 물맷돌]입니다.
이 예화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힘과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능력을 갖춘 사람과 싸워 이길 때 비유적인 이야기로 자주 사용됩니다.
사실 다윗과 골리앗이란 두 인물은 당시 군사력에서 절대적 힘의 열세를 보였던 이스라엘과 상대적으로 엄청난 군사력으로 무장한 막강한 블레셋이란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객관적으로 절대 열세인 이스라엘은 막강한 블레셋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셨고 당시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던 다윗의 편에 서서 도우시는 상황이었습니다. 힘과 여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며 나아갈 때 그 미약함이 기적처럼 거대함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즉 다윗의 작은 물돌에 하나님의 능력이 임함으로 거대한 블레셋의 장수인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마치 물이 바다 덮음 같이...
다음은 [홍해의 기적을 이룬 모세의 지팡이]가 생각납니다.
400년간의 애굽, 즉, 지금의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하기 위하여 민족의 지도자로 세워진 모세는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 하던 중 홍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마주 서게 됩니다.
앞은 건널 수 없는 거대한 바다요 뒤에는 칼과 창으로 무장한 애굽의 병거가 연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뒤쫓아오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한 것입니다.
바로 그 때 기적과 같이 홍해 바다를 가른 것이 바로 모세가 가지고 있던 믿음의 지팡이였습니다.
모세가 믿음으로 그 지팡이를 들었을 때 기적처럼 홍해가 갈라졌고 다시 그 지팡이를 내렸을 때 갈라졌던 홍해가 원래 모습으로 합쳐짐으로 애굽의 군대를 몰살시키는 장면입니다.
작지만 연약했던 모세의 지팡이가 분명한 믿음이 되어 온전히 하나님 앞에 헌신될 때 일어난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작고 연약한 모세의 지팡이 위에 임하신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역시 우리가 잘 아는 [오병이어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설교시간에 담임목사님으로부터 들었던 갈릴리 바닷가에서의 오병이어의 이야기를 통하여 물이 바다를 덮을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병이어(五餠二魚) 즉,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만든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는 갈릴리 호숫가에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수많은 무리들에게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하셨으나 막상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당시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한 어린아이가 가져온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작은 순종과 헌신이 되어 예수의 손에 올려지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작은 헌신이 기적처럼 풍성해져 그 자리에 모인 성인 남자 5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영적인 의미는 바로 아주 작은 순종과 헌신인 이 오병이어가 예수의 손 위에 믿음으로 놓일 때 그 때가 바로 주님께서 일하시는 때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것이 비록 비천하고 미약하지만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하여 전능하신 주님의 손위에 올려 질 때 그 시간이 바로 주님께서 역사하시는 은혜의 시간임을 알게 된다는 성서 속 가르침입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는 제가 섬기는 교회의 남선교회가 주최한 특별한 행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교캉스! ONEDAY 남선교회 여름수련회]입니다.
오전 9시부터 13시 30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행사 당일, 오전 약 3시간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귀한 강사님을 모시고 [돌아갈 교회, 회복할 예배]라는 주제로 우리의 믿음에 도전이 되는 귀한 은혜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었고 2부에는 남선교회 회원들이 총 8개 팀으로 나누어 각자 준비한 정성스러운 찬양과 율동을 선보이는 찬양경연제로 꾸며졌습니다.
1부와 2부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이날 참석한 모든 믿음의 형제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즐거운 교제의 시간을 가짐으로 더욱 돈독한 관계로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ONEDAY 교캉스]란 말의 의미는 교회에서 하루의 시간을 바캉스처럼 즐기며 힐링을 통하여 영적 회복과 화합을 이룬다는 목적으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교회 행사입니다.
이날 우리들이 연출한 여름수련회의 현장을 몇 개의 단어들을 조합하여 요약하면...
말씀, 찬양, 기도, 헌신, 봉사, 교제, 웃음과 칭찬과 감동이 융합된 영적 버라이어티 축제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월 15일 제78돌 광복절을 맞아 [회복과 화합]이란 주제로 3시간 정도 진행한 이 콤팩트한 행사를 위해 무려 30명으로 구성된 TFT 위원들이 지난 2달간을 꼬박 준비하였습니다. 약 3시간의 행사를 위해 두 달이란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이 시간의 방정식은 세상에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소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이는 일을 애써 고집스럽게 준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두 개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순종과 헌신]입니다.
모세의 지팡이가 홍해를 갈랐듯이, 다윗의 작은 물매돌이 골리앗을 이겼듯이, 그리고 오병이어로 무려 오천 명을 먹이고도 12광주리가 남은 것처럼 비록 작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한 오늘 우리들이 드린 헌신과 순종이 주님의 손에 온전하게 올려질 때 비로소 주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들이 진행한 이 작은 행사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미련하게 지난 두어 달을 헌신해가면서 3시간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봅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정성과 믿음으로 준비하여 주님의 손에 올려질 때 비로소 역사하시는 주님의 기적을 소망하고 확신하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치 23년 전 미국 시애틀에 주재할 때, 당시 멀리 떨어진 골프장을 향해 집을 나서며 분명하게 목도했던 동전만한 작은 파란 하늘이 집채만 한 구름 낀 하늘을 마술처럼 파란 하늘로 둔갑시켜 버렸듯이 물이 바다를 덮는 주님의 약속과 역사하심을 사모하며 오늘도 순종과 헌신의 길로 나아가기 원합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편 133편 1절~3절
첫댓글 미국 주재원 시절, 시애틀에서 경험한 '물이 바다 덮음 같은'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며 아주 작은 미약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창대함의 영적 비밀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