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예고도 없이 성큼 다가오면서 전셋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수요자들의 마음도 다급해지고 있다. 매년 이사철마다 되풀이되는 전세난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애써 찾아놓은 전셋집도 통장 잔고 탓에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발품을 판다면 저렴한 전세 보금자리 입성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셋집의 경우 주거환경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아파트 매입과 달리 최대한 저렴한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전세 보증금으로 많은 돈을 들이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면 앞으로 ‘내집 마련’을 위한 종자돈을 모으는데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과의 거리나 자녀의 교육환경 등을 따져 지역을 정했다면 그 지역에서 비교적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나서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우선, 잠실처럼 대규모 입주가 있는 곳으로 발품을 팔아보자. 이런 곳은 잔금 마련을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전세가가 주변 시세 이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한 발만 앞선다면 층이나 향을 내 마음대로 고르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는 단지를 찾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라는 단점이 있지만 값싼 전세가로 서울 요지에 정착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단지는 대부분 대단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편의시설이 풍부한 것은 물론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강북권에서는 1억 원 내외로 역세권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9월 입주한 성북구 석관동 코오롱아파트는 국철 신이문역이 도보 5분 거리로 도심 출퇴근이 편리하다. 79㎡~152㎡ 전체 453가구로 중급 규모지만 1,000가구를 훌쩍 넘는 이문동 e-편한세상과 접해 있어 대단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교육시설로는 이문초, 석관중, 석관고 등이 있고 편의시설로는 이마트, 석관시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79㎡가 1억 2,000만 원, 105㎡가 1억 7,000만 원 선에 전세가를 형성하고 있다.
도봉구에서는 지하철 4호선 창동역이 걸어서 5분 거리인 창동 상아아파트1, 2차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지난 1987년 7월과 1988년 1월 각각 입주한 단지로 주변 아파트에 비해 다소 낡은 탓에 저렴하게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다. 1차가 59㎡~105㎡ 694가구, 2차가 62㎡~105㎡ 427가구 규모다. 창동초와 창동중 등의 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마트, 하나로마트, 롯데백화점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95㎡는 1억 2,000만 원, 105㎡는 1억 4,000만 원 선에서 전세계약을 맺을 수 있다.
도심 출근족이라면 종로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를 눈여겨 보자. 종로구 창신동 쌍용아파트는 지하철 6호선 창신역과 1호선 동묘앞역을 각각 도보 5분, 10분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단지다. 왕산로를 거쳐 동대문, 종로, 시청까지 닿을 수 있어 도심 접근성도 뛰어나다. 1992년 12월 지어진 1차가 76㎡~128㎡ 585가구, 이듬해 6월 준공된 2차가 76㎡~138㎡ 919가구 규모다. 명신초, 경동고 등의 교육시설과 서울대병원, 이대동대문병원, 동대문 의류상가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차 76㎡가 1억 2,000만 원, 2차 109㎡가 1억 3,000만 원 선에 전세가를 형성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홍제동 현대그린아파트에서 저렴한 전셋집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994년 4월 입주한 단지로 다소 낡은데다 단지 진입로가 경사져 있다는 약점이 있지만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이 도보 10분 거리로 교통여건이 좋다. 의주로를 이용한 도심 접근도 수월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교육시설로는 인왕초, 신연중 등이 있다. 105㎡ 단일평형 240가구 규모로 1억 5,000만 원 선에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전셋집으로 강남권 입성을 꿈꾼다면 강남구 수서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삼익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는 복도식 구조 탓에 주변에 비해 전세가가 저렴한 편이다. 강남권 끝자락에 위치해 있지만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수서역이 걸어서 3분 거리며 수서IC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진출입이 편리하다. 수서초, 수서중, 세종고 등으로 통학할 수 있으며 롯데백화점, 삼성의료원 등의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다. 두 단지 모두 지난 1992년 12월 입주했으며 삼익아파트가 72㎡~112㎡ 650가구, 신동아아파트가 49㎡~69㎡ 1,162가구 규모다. 삼익아파트 85㎡가 1억 9,000만 원, 신동아아파트 69㎡가 1억 5,000만 원 선에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자리를 잡고 싶다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가 제격이다. 잠실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트리지움 3,696가구가 지난달 집들이에 나서면서 주공5단지 전셋집을 평형별로 1억 6,000만 원~2억 2,000만 원 선에 장만할 수 있게 됐다. 지하철 2호선과 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이 도보 5분 거리고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새마을시장 등 편의시설이 풍부하다. 송전초, 잠신중, 영파여고 등으로 통학할 수 있으며 인근 삼전동에 대규모 학원가가 조성돼 있어 교육여건이 좋다. 112㎡~119㎡ 3,930가구 규모로 지난 1978년 3월 입주했다.
강동구에서는 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로 눈을 돌리면 저렴한 가격에 보금자리를 구할 수 있다. 고덕동 고덕한라시영이 42㎡~56㎡ 1,500가구, 고덕현대시영이 56㎡~72㎡ 1,000가구로 모두 2,500가구 매머드급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방죽공원, 샘터공원 등이 접해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편의시설로는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이 있으며 학교는 명덕초, 명일여중, 고덕중, 배재고 등으로 통학한다. 고덕한라시영 56㎡가 6,000만 원, 고덕현대시영 72㎡가 1억 1,000만 원에 전세가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