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요일 학생 법회는
학교내의 사정으로 쉬었기에
유치원에 다녀 오지 않았습니다
월요일인 어제 유치원에 가며
중간 지점에 있는 공주 교대 앞에
도로 양변에 심어져 있던
프라타나스 나무 가운데 교대쪽에 있던
가로수 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없어진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납니다
대략 지름을 따지면
육십에서 칠십 센티 정도에
수령은 우리 어려서 학교 다닐 때도
시원한 그늘이 되어준 나무들이기에
최소한 오륙십년에서 백년은 족히 될텐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하루 아침에 모두
절단이 나서 없어진 것입니다
한번 심어서 저만큼 기르기는 어려워도
잘라내 버리는 것은 한순간인지라
참으로 무상하고 야속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저와같은 나무를 어떻게 한순간에
수십그루를 베어 내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수 있는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에 지도자로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마 원효사 쪽에서
시내를 내려 가다 보면
프라타나스 나무에 가려서
잘 지어 놓은
시청 건물이 보이지를 않으니
처음 방문하는 주민을 위하여
그렇게 베어 놓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좌측의 시야가 툭 트여서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청주를 들어 가는 초입에 가로수들은
나무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도로를 설계하는 것으로
전국적인 명물이 되었는데
우리 지역은 어찌하여 오래된 나무들을
베어 내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근시안자들만 살고 있는지 안타깝다 못하여
분심조차 일어날 지경입니다
(산성 공원. 구박물관 앞 도로변.봉화대등)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지역 공주에
머지 않은 날에 큰 변고가 있겠구나 싶어
오고 가며 바라보는 나무들의 그루터기에
미안한 마음과 눈길을 보내곤 합니다
집안에 오래 된 나무 베는 것
절대로 함부로 할일이 아닙니다
전에 내가 알던 어떤 분이
갑자기 우두머니가 되어
부인이 시키는대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며
묻는 말에는 단답형 대꾸만 하고
자신의 의사 표현은
거의 하지 못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양방으로 한방으로
용하다는 사람들을 다 찾아 갔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게 온것입니다
멀쩡하게 자기 일을 하던 사람이
마치 무엇에 씌우기라도 한듯 멍한 상태로
혼이 나간듯한 사람을 보면서
그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이분이 이렇게 되기 시작한 때를
한번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세요
혹시 무슨 특이한 일이 없었는지.
부인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이 병 나기 전
고향 부모님 산소에 다녀 오면서
산소 주변의 소나무가 너무 자라서
뿌리가 산소를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직경이 한자가 넘는 소나무를
한그루는 베고 한그루는 힘이 부쳐
다 베지 못하고 온뒤로 그런것 같습니다
스님 어찌하면 좋을까요 합니다
그럼 오늘이라도
막걸리 한말 받아다가
나무 주위에 뿌려 주면서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황토흙을 짓이겨서 베다 만 나무에
바르고 싸매어 드리세요
그렇게 하고 약을 쓰고 침을 놓아야
덕을 볼수 있을듯 싶습니다
두 부부는 그길로 산소를 다녀오고
머지 않아 거사의 총기가 돌아와서
이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무도 오래 되면 그에 깃든
목신들이 있어서 함부로 베거나
손상을 입히는 일은
지극히 삼가하고 조심해서
행해야 뒤탈이 없는 것인데
그 좋은 기계톱과 장비를 가지고
일말의 생명에 대한 외경심은 없이
잘라내 실어다 버려 버리니
그와같은 일을 계획하고 지시하고
결제를 한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것입니다
요즘 사대강이니 오대강이니 하면서
개발 일변도의 정부 정책 때문에
이 산하에 가득한 신령한 영기 등중들이
모두 하나 둘 떠나가고 있음을
그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뜻있는 사람들의 고언조차 무시하며
오직 말도 되지 않는
경제 논리와 자기 변명에 급급하며
나라와 국토를 유린하는 행위를
더 이상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습니다
이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암담합니다
어리석은 말종들 몇 사람 때문에..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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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망속의 단상▒
이 산하에 가득한 신령한 영기 등중들이 모두 하나 둘 떠나가고 있음을
비화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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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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