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문명>
잉카문명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정치·사회의 기구편성에 나타낸 독특한 기술이다. 사회적으로는 신성한 절대군주 잉카를 받들고, 친족인 지배층과 일반평민으로 구성되는 계층사회를 형성하여 중앙집권적 전제정치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평민을 위한 사회보장이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잉카의 정체(政體)를 ‘신권적 사회주의’라든가 ‘사회주의 제국(帝國)’이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잉카의 정치·사회조직〉 16세기의 에스파냐인 기록자에 의하면, 잉카제국에 있어서 모든 토지는 황제에 귀속하며, 모든 지방의 촌락들에 있어서 경지(耕地)는 잉카·태양신·국민을 위하여 3등분되었다고 한다. 취락의 인구는 10, 100, 1,000마다 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각각 충카·파차카·와랑카라고 불렀다. 그들의 장(長)에는 그 지방의 잉카 이전부터 있던 수장(首長)이 임명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위에 1만 명의 집단 우뉴나 그것을 3,4개 묶어 놓은 와망이 존재하여, 잉카제국 전토는 와망의 집합체인 4개의 수유로 구분되었다. 수유나 와망의 장은 원칙적으로 잉카족 중에서 임명되었다. 각 지방의 25∼50세까지의 남자는 납세의 의무를 부담하였으나 그것은 모두 공공사업에의 노력제공의 형태를 취하였다. 즉, 태양신과 잉카의 경작지에서의 경작이나 도로·다리의 건설 등에 동원되었다. 그 때문에 와랑카와 파차카의 수장은 연령별로 인구를 구분하고, 매년 잉카의 순찰사(巡察使)에게 보고하는 의무를 졌다. 일반 평민은 잉카로부터 부여받은 토지의 일정기준에 의한 분배를 받으며, 그것을 경작하여 충분한 생활 물자를 얻도록 되어 있었다. 과부·노인·고아 등에 대해서는 잉카와 태양신의 전답에서 얻은 수확물 재고의 일부에서 식량을 지급받았다. 또 기근 때에도 국가의 저장창고에서 물자가 방출되었다. 잉카제국의 모든 인간은 이와 같은 질서정연한 피라미드형 지배체계 속에 배치되었으나, 마마코나·아클라쿠나·야나코나라는 3종류의 집단은 지방수장의 감독하에서 벗어나 직접 쿠스코에서 파견되는 잉카 관리의 지시를 받았다. 마마코나란 각 지방의 미혼여성 중에서 선출되어, 태양신전의 제례나 잉카 귀족들을 위한 의복·장식품·주류 등을 제조하기 위하여, 특별한 건물 안에 거주하게 되어 있는 처녀들을 말한다. 이 여성들은 결혼적령기가 되면 집단적으로 동네 남자들과 맞선을 보고 부부의 인연을 맺었는데, 특히 그 중의 일부 여자는 아클라 쿠나(선택받은 여자)로서 그대로 남아 마마코나의 감독관이 되었다. 야나코나란 잉카 귀족에게 시종하던 하인·사용인 등을 말한다. 이처럼 체계적인 정치·사회조직이 안데스 세계에서 돌연히 잉카인에 의해 실현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사실로 생각되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잉카의 체계는, 잉카 이전의 기존의 지방적 정치·사회조직에 많이 의거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결국 잉카는 안데스의 광대한 지방을 ‘변혁(變革)’한 것이 아니라, 기존적인 제도와 조직체계를 이용하면서 통합하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