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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의 회원이 7월 27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후지산 등반에 나섰다
후지산은 야마나시현 남동부, 시즈오카현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해발 3,776미터의 일본 최고봉이다.
비교할 수 없는 웅대함과 원추형 모양의 아름다움은 일본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그 이름은 세계에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후지산을 두고 '일본의 심장' 또는'마음의 고향'이라 부르기도 한다.
1708년 폭발을 마지막으로 휴지기에 들어간 후지산 표면에는 세월에 씻기고 깎인 분석(噴石)이 많아 황량하고 음산하다.
날씨가 변덕스럽기 때문에 후지산 정상까지의 등반은 7월과 8월 두 달 동안만 가능하다.
고도가 매우 높고 가파른 편이지만 전체 등정길은 비교적 쉬워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인천공항 이륙
7월 27일 새벽 2시 30분, 서호아파트 앞에서 17명의 회원이 리무진버스에 올랐다
인천공항에서 '산이 좋은 사람들' 여행사의 김진석 이사와 만나 티켓을 받고 출국 수속을 하였다
우리의 국적기 아시아나항공을 타니 입에 맞는 음식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매우 흡족하였다
나리타(成田)공항 착륙
11시 30분 경에 이룩한 항공기는 약 2시간 쯤 날아간 끝에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하였다
도쿄(東京)에는 나리타(成田) 국제공항(NRT)과 하네다(羽田) 공항(HND) 2개의 공항이 있다.
나리타 국제공항은 주로 국제선 항공을 담당하며, 외국인 방문객의 대부분이 도착하는 관문이다
일본에서의 첫 점심식사
승합차를 타고 30여분 달려서 미옥(米屋)이라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였다
일본에서의 첫 점심 식사는 도시락정식이었는데...1인용으로 차려진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하였다
단체손님을 받는 식당이라서 아무래도 음식맛은 우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동전을 바꾸자
식사를 마치고 1층에 있는 기념품점으로 내려와서 너도 나도 100¥짜리 동전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후지산의 산장에서는 화장실 사용료로 200¥씩 내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인 여종업원이 있어서 아주 친절하게 동전을 교환해 주었다...피는 못 속인단 말이여 ㅋㅋ
옷을 갈아입자
고속도로를 2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아시가라(ASHIGARA) 휴게소에서 등산복으로 갈아입었다
산행에 필요한 물건만 배낭에 꾸려넣고, 나머지는 여행용가방에 남겨두었다
비상식량, 비옷, 스패츠, 헤드랜턴, 고어택스, 물 서너병을 넣은 배낭을 들어보니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걱정
5합목에 도착하다
후지노미야(富士宮口)코스 5합목으로 가는 길은 원시림이 펼져져 있었고, 길가에서 노니는 사슴도 보였다
가끔씩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안개가 진하게 밀려오기도 하고, 한 구비 돌아가면 햇빛이 보이기도 하였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저으기 걱정되었지만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맡기고 차에서 내렸다
후지산 등산이 시작되는 5합목(고고메)는 해발 약 2,400m 쯤 되는 곳이다.
후지산 등반객을 태운 모든 차량은 이곳에서 승객들을 내려놓고 다시 도쿄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은 마치 한라산을 등반할 때 5.16 횡단도로를 지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성판악에서 내려 한라산을 올라가는 것과 같다.
러더포드 알콕卿 기념비
등산로 입구에 외국인으로는 처음 후지산에 오른 영국의 초대 일본총영사 러더포드 알콕(Sir Rutherford Alcock, 1,809~1,897)의 기념비가 있었다
1,860년 당시 외국인으로 최초로 후지산을 등반한 150주년을 기념하여 2,010년에 이곳 후지노미야 등산로 입구에 기념비를 세웠다.
후지노미야 5합목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하여서 등산팀이 우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작기도를 바치다
가이드로부터 산행 코스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고, 공현성 요셉 신부님과 함께 시작기도를 바쳤다
신산회원 17명의 안전을 기원하는 우리들의 기도는 간절하고도 깊었다
안개비가 오락가락하여 배낭 커버를 씌우는 사람도 있었고, 우비를 꺼내입는 사람도 있었다
5합목의 출발점
후지산 정상으로 오르는 대표적인 등산로는 가와구치코를 비롯해 요시다, 스바시리, 고텐바, 후지노미야 등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후지노미야 코스는 4개의 등산로 중 가장 거리가 짧고 해발고도 차가 적은 루트이다
산장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안심하고 등산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사가 심해 고산병에 주의해야 한다.
산의 다른 방향 4개의 등산 코스에는 각각의 5合目(5고메)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정상까지의 등반을 시작하는데 5합목은 후지산의 거대한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곳이다.
산길로 들어서다
몇개의 계간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자 검은 화산재로 만들어진 거친 길이 나타났다
멀리 보이는 후지산이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다워 가까이 다가가 보면...우아한 모습은 사라져 버린다
화산 폭발로 인해 무너져내린 검붉은 화산 쇄설물만이 거칠게 널려있을 뿐, 그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그곳엔 다만 황량한 풍경만이 쓸쓸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흔히들 후지산은 오르는 산이 아니라 바라보는 산이라고 말한다
6합목에 도착하다
약 30여분 올라간 끝에 6합목에 자리한 운해장(雲海莊)에 도착하였다
안개에 싸인 산장은 쥐죽은듯 조용하였고, 우리들의 배낭과 옷이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일본의 산들은 출발 지점부터 정상까지 10등분 하여 1합목에서 9합목, 그리고 정상인 10합목으로 구분해 놓았다.
합목(合目)은 일본말로 '고메'라고 발음한다
이를 흔히 한국어로 '합목'이라고 쓰지만 일본식 한자 표기를 우리 식으로 읽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구름 위를 걷다
산 아래는 구름에 싸여 있었고, 우리는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구름 위로 살짝 머리가 보이는 이름 모를 산은 마치 고래등 같기도 하였고, 바다 위에 솟아있는 섬 같기도 하였다.
오르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의 인사는 '헬로우' '안녕하세요?' '곤니치와?' '나마스테'가 뒤섞여 사용되었다
후지산에서는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 혹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한일감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화살표를 따라 걷다
군데군데에 있는 바위에 화살표로 오르는 길을 표시해 놓아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이제 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고 검붉은 흙과 암갈색 돌, 이름 모를 들꽃만이 우리와 동행하였다
해마다 7월과 8월에는 일반인들의 후지산 등반을 위한 개산식과 폐산식을 정식으로 개최한다.
개산식(開山式)은 매년 7월1일에 행하며, 폐산식(閉山式)은 8월31일이다...두 달 동안만 등산이 가능한 셈이다
뒤를 돌아보다
지그재그.. 갈지(之)자로 오르는 길이 지루하고 따분하던 차에 뒤를 돌아보니 기가믹힌 풍경이 펼쳐졌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양탄자처럼 깔린 구름의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구름 아래에 있는 저곳은 미천한 세상이고, 우리가 서있는 구름 위는 진정 신선들이 사는 세상이련가??
후지산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일본화, 우키요에(풍속화), 와카(일본 고유의 정형시), 하이쿠(일본 고유의 단시)에 등장해 왔다.
바로 코앞인데..
우리가 쉬어갈 수 있는 산장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데 가도가도 가까워지지가 않는다
이제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서서히 기운이 빠지는 시점이라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신(新)7합목(2,780m)
아득하게만 보이던 신(新)7합목의 임금이 다녀갔다는 광산장(光山莊)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였다
후지산에 가면 산장에 신칠합목, 원조7합목, 본7합목 등의 명칭이 씌여 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원조집, 진짜 원조집, 원래 원조집, 본원조집 하는 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밤을 지새울 원조7합목의 산장에서는 불을 훤하게 밝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불빛이 너무너무 멀다
불을 밝히자
이제 날이 많이 어두워져서 미끄러지고 발을 헛딛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헤드랜턴의 불을 밝혔다
내려오는 일본인들은 우리의 뒤에서 불을 비추며 한참 동안 기다려주는 미덕을 베풀기도 하였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지자 여성대원 3명을 앞에 세우고.. 안장군처럼 속도가 빠른 남자들을 뒤로 보냈다
드디어 원조7합목(3,010m)
오후 8시 14분.. 해발 3,010m에 있는 원조7합목에 도착하였다
'휴식 엄금'이라는 글자와 화장실 사용료 1회 200¥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먼저 들어온 일본인 등산객들이 취침 중이니 조용히 하라고 신신당부하였지만...지키지 못해 미안~
비닐봉지에 등산화를 벗어서 담아가지고 숙소로 들어가서 배낭을 내려놓고 곧바로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레밥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는 카레밥이었다
밥과 카레, 단무지 서너개, 물 한 컵이 전부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산장에서는 물이 귀해서 일본인들은 천수(天水)라고 한다는데.. 이만한 식사를 제공받는 것도 감지덕지다
한국에서 가져온 멸치볶음과 김 가루, 뱅어포볶음을 곁들여 먹으니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내일 아침밥 대용으로 빵 두개와 에너지바 1개, 녹차팩를 넣은 봉지를 받아들고 숙소로 이동하였다
잠자리에 들다
내일은 산행이 새벽 3시에 시작되므로 식사 후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는 2층 침대 형식으로 되어 있었고, 2인당 요 1개와 두꺼운 이불 1채, 1인당 베개 1개가 주어졌다
배낭은 벽에 박힌 못에 걸어두고 누웠지만 서로 어깨와 어깨가 닿아서 매우 불편하였다
침구는 습기가 차서 눅눅하였고, 적응이 빠른 사람이 일찍부터 코를 골기 시작하여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랫층과 커튼 저쪽의 일본인들의 숙소는 쥐죽은듯이 조용한데 우리들은 소란스러워서 주인의 제지를 받기도 하였다
첫댓글 후지 구름위에서의 밤이 남달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