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학교 광화관리학원의 기업 케이스 분석 수업. 중국의 목재 빗 제작 기업, 탄무장(谭木匠)의 해외진출 케이스에 대한 강의를 하던 조우창휘(周长辉)교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왜 중국인들은 한번 외국에 갔다 오면 외국 상품을 한 보따리씩 사올까?’ 교수의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해하던 학생들은 고민 끝에 물건을 중국에서보다 현지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눈을 감은 채 학생들의 의견을 듣던 조우창휘 교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중국에 기업은 많으나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IBM의 컴퓨터 부문을 인수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롄샹(联想, Lenovo),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조금씩 입지를 키워나가고 있는 하이얼(海尔), 최근 미국 포클랜드에 매장을 열은 리닝(李宁), 구글을 몰아내고 검색 엔진 업계를 장악한 바이두(百度)와 베스트바이를 몰아낸 구어메이(国美) 등의 예를 볼 때. 현재 이렇게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심지어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세를 점해가고 있는 지금, 혹자는 조우창휘 교수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말하는 브랜드란 과연 무엇인가? 브랜드란 어떤 경제적인 생산자를 구별하는 지각된 이미지와 경험의 결합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한 기업을 생각할 때 바로 연상되는, 다른 기업은 소유할 수 없는 그 기업만의 대표적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럼 중국 기업들은 정말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에 먼저 중국 기업의 현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중국 기업을 크게 두 부류로 보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롄샹, 하이얼, 리닝과 같이 국내•외 시장 모두에 진출한 기업들이다. 이와 같은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기업이 개척한 새로운 시장 영역의 팔로워(follower)들로서 중국의 원가 경쟁력으로 시장 영역의 리더(leader) 및 다른 팔로워 기업들과 경쟁한다. 두 번째로는 바이두, 구어메이와 같이 중국 내수시장에만 진출한 기업들이다. 이러한 기업들 역시 다른 기업이 만들어 놓은 시장 영역의 팔로워들이며 첫 번째 부류 기업들과 다르게 중국 시장에 맞춘 특화성과 정부의 시장 보호정책 아래 중국 내수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두 부류의 기업들에는 모두 시장 영역의 팔로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시장 영역 안에서 최초, 즉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상 소비자들에게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의 국내•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외국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트렌드 및 새로운 수요 시장에 맞춰 제품을 개발, 생산하기에 바쁘고, 국내시장에만 진출한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 영역 안에서 정부의 보호를 받아가며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마케팅 컨설팅의 대가 알 리스(Al Ries)는 그의 저서 ‘브랜딩 불변의 법칙(Immutable laws of branding)에서 “무릇 브랜드는 소비자 마음 속에 하나의 단어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롄샹이나 하이얼을 생각할 때 마땅히 연상되는 이미지가 없고, 런런왕(人人网)이나 신랑 웨이보어(新浪 微博)를 생각할 때 “짝퉁 페이스북”이나 “중국 트위터"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자신만의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애플에서 ‘창의성’을, 볼보에서 ‘안전성’을, 코카콜라에서 ‘원조 콜라’를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중국 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낮은 원가와 정부의 보호, 중국 시장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 아래 큰 발전을 이룬 중국기업들, 이제는 변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언제까지 낮은 원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자유경쟁 시장체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시장 보호장벽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고, 외국 기업들이 언제까지 중국 시장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중국 기업이 의지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지금 그때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역사 속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중국 기업들이 남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지 않고, 과거 많은 고대 국가들이 중국을 배우고 모방하고자 했듯이 중국 기업이 만들어 놓은 시장 영역을 많은 외국기업들이 팔로윙(following)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