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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창작 연구 스크랩 * 피천득 시인 ( 시모음 )
은하수 추천 0 조회 353 16.03.05 14:4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피천득(皮千得)
 
- 직업 : 대학교수, 시인, 수필가
- 출생일 : 1910년 4월 21일 서울 - 2007년 5월 25일
- 소속 : 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학력 : 후장대학교 영문학과
- 문단데뷔 : 서정소곡 (1930년)
- 종 교 : 천주교
1937년 서울 중앙고등학원 교원
1945년 경성대학교 교수
1946년-1974년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수
196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 주임교수
1995년 96년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 자문위원
1996년-2003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999년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1995년 제9회 인촌상 문학부문
199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 저서
생명 (1997, 샘터)  내가 사랑하는 시 (2002, 샘터)  꽃씨와 도둑 (1997, 샘터)  노인예찬 (2001, 평민사)   효 (외) (2001, 범우사)
한국의 명수필 (2001, 을유문화사)   찰스 램 수필선 (2001, 범우사)   뱃속아기와 나누는 사랑의 대화, 태담 (2002, 한울림)
A SkyLark : Poems and Essays (2001, 샘터)     꼭 읽어야 할 한국명수필 111선 (2001, 타임기획)
인연 (2002, 샘터)   어린 벗에게 (2002, 여백미디어) 
 
 
 

 피천득 시인 ( 시모음 )

 

이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축복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복된 일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나의 가방

 

 

헤어진 너의 등을 만지며
꼬이고 말린 가죽끈을 펴며
떨어진 장식을 맞춰도 본다

가을 서리 맞은 단풍이
가슴에다 불을 붙이면
나는 너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눈 위에 달빛이 밝다고
막차에너를 싣고
정처 없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였다

늙었다---너는 늙었다
나도 늙었으면 한다
늙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단다

 

 

 후회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거늘

나비같이 비에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으니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너는 이제

 

 

너는 이제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

 가난도 고독도 그 어떤 눈길도

너는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조그마한 안정을 얻기 위하여 견디어 온 모든 타협을.

고요히 누워서 네가 지금 가는 곳에는
너같이 순한 사람들과 이제는 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다 같이 잠들어 있다.

 

금아 연가

 

 

길가에 수양버들
오늘 따라 더 푸르고

강물에 넘친 햇빛
물결 따라 반짝이네

임 뵈러 가옵는 길에
봄빛 더욱 짙어라

2.  눈썹에 맺힌 이슬
무슨 꿈이 슬프신고

흩어진 머리칼은
흰 낮 위에 오리오리

방긋이 열린 입술에
숨소리만 듣노라

3. 높은 것 산이 아니
멀은 것도 바다 아니

바다는 건널 것이
산이라면 넘을 것이

못 넘고 못 건너가올
길이오니 어이리

4. 모시고 못 사오면
이웃에서 사오리다

이웃서도 못 산다면
떠나 멀리 기오리다

두만강 강가이라도
이편가에 사옵고저

 

 

낙화 

 

 

슬프게 아름다운 것


 

어젯밤 비바람에 지다


 

여울에 하얀 꽃잎들


 

아니 가고 머뭇거린다

 

가을

 

 

호수가 파랄 때는

아주 파랗다

 

 

어이 저리도

저리도 파랄 수가

 

 

하늘이, 저 하늘이

가을이어라.

 

 

 고백

 

 

정열

투쟁

클라이맥스

그런 말들이

멀어져 가고

 

풍경화

아베 마리아

스피노자

이런 말들이 가까이 오다

 

해탈 기다려지는

어느 날 오후

걸어가는 젊은 몸매를

바라다본다

 

 

 

기다림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뒷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어떤 油畵


오래 된 유화가 갈라져
깔렸던 색채가 솟아오른다

지워 버린
지워 버린 그 그림의

 

기다림 1

 

 

밤마다 눈이

나려서 쌓이지요

 

바람이 지나고는

스친 분도 없지요

 

봄이면 봄눈 슬듯

슬고야 말 터이니

 

자욱을 내달라고

발자욱을 기다려요

 

 

 

꽃씨와 도둑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너는 아니다

 

 

너같이 영민하고
너같이 순수하고

너보다 가여운
너보다 좀 가여운

그런 여인이 있어
어덴가에 있어

네가 나를 만나게 되듯이
그를 내가 만난다 해도

그 여인은
너는 아니다


 

 

노젓는 소리

 

 

달밤에 들려오는

노젓는 소리

 

만나러 가는 배인가

만나고 오는 배인가

 

느린 노젓는 소리

만나고 오는 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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