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8일
여름 제사
에어컨을 켜놓고 아침부터 제수 준비로 몸과 마음이 바쁘다. 연일 불볕더위로 창문을 닫고 지낸 지가 보름이 넘는다. 불 앞에서 하루 제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수십 년을 했으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단지 불 앞에서 채소를 삶고 무치고 데치고 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조용한 거실에서 홀로 달그락거리면서 종종걸음을 친다.
오전에는 여러 가지 나물을 준비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나물밥을 한다. 가지, 도라지, 콩나물, 배추, 시금치, 고사리 등등 여러 가지 나물을 데치고 삶아서 무치거나 볶는다. 작년 가을에 직접 키운 들깨로 짠 들기름으로 나물을 맛있게 무쳤다. 가지도 텃밭에서 키운 것으로 맛있게 무쳤다. 고소함이 거실에 가득하다. 여전히 어설프지만,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든다. 아버님께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전해본다.
올해는 손님이 오지 않아서 마음이 한가하다. 시동생이 해마다 오셨는데 올해는 일이 생겨서 오시지않았다. 몸이 편안한 것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허전함도 있다. 작은아들이 도와줘서 편안하게 아버님 제사를 모셨다. 어머님과 형제들 손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감사를 드렸다. 뒷산에서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다고 화답하신다. 여름이라서 덥고 힘들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준비했다. 전기 프라이팬으로 전을 부쳤는데 얼마나 뜨거운지 보통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제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심에 감사하다. 짜증나는 마음 귀찮은 마음 힘들다는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귀한 아들을 낳고 길러주시고 좋은 사람을 남편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아버님께 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나름 정성을 다해서 준비하고 차렸다. 제사를 모시고 우리 식구끼리 밥을 먹었다. 가만 생각하면 결국은 며느리 혼자 다 하는 것 같음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시누이들도 귀한 며느리로 그 집안의 제사를 모실 것이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아내도 되는 지금의 삶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처음 시댁에 갔을 때 나를 바라보시던 자애로운 시아버님의 눈빛이 눈에 선하다. 내 손으로 음식을 준비해서 모실 수 있음이 정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