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7월 목포 근해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추락사건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비행기의 참혹한 모습과 가까스로 구조되는 탑승객의 모습, 마천마을 주민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등……. 무엇보다 텔레비전으로 사고현장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는 비행기 사고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이렇듯 비행기는 세계 어느 곳이나 신속하게 데려다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하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항공분야에서 정비업무는 다른 교통수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비행기는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하늘을 나는 경이로움을 연출해내는 기계종합예술의 걸작품이다. 그런데 초강력 엔진에서부터 작은 나사못에 이르기까지 수만 개의 부품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이 경이로움은 한순간에 깨지게 된다. 이같이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항공정비사이다.
비행기는 비행시간 1만 2천에서 1만 4천 시간이 되면 정기 엔진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중간검사를 받고 매번 비행기가 오르내릴 때마다 검사를 한다. 주로 활주로에서 이루어지는 정비는 간단한 정비이고, 격납고에서 이루어지는 정비는 종합적인 검진을 수반한 정밀정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행시간 1만 2천 시간이 넘게 되면 비행기는 특별한 검사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는 비행을 중지하고 정비소로 가서 30-60일 동안 완전히 분해되어 재조립된다. 이 과정에서 마모된 부속은 교환되고 이상이 있는 경우는 정상으로 정비된다.
항공정비와 관련된 자격시험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항공기사 1, 2급, 항공정비기능사 1, 2급(기체·기관·장비·전자) 자격증이 있고, 교통부에서 실시하는 항공정비사 면허, 항공공장 정비사 면허시험이 있다.
우선 항공정비기능사 자격증은 2급일 경우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그러나 색맹과 색약인 사람은 제외된다) 자격증으로 이 분야의 입문격인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은 기체와 기관, 장비, 전자의 4개 분야로 나뉘어 자격증이 주어진다. 항공기체 정비기능사 2급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당장에 취업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인하공전의 항공기계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하거나 군대에 항공정비사로 입대하는 혜택이 있다. 육·해·공군의 항공정비사로 입대할 때는 하사관으로 입대하기 때문에 9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제대 후 취업도 100% 보장된다.
항공정비사 면허는 가장 중요한 자격증으로 이 면허를 취득하면 취업도 손쉽고 자격수당까지 받게 된다. 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고 3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군에서 항공정비사로 경력을 인정받아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4년제 대학의 항공기계과 출신들에게는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항공공장 정비사는 정비활동 영역만 다를 뿐 정비사 면허와 제반 사항이 동일하다.
항공정비사라고 하면 손에 기름 묻히고 일할 것 같지만 요즘은 워낙 기술이 발달해서 넥타이를 매고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게다가 항공정비사에게는 최첨단 분야에서 일한다는 긍지와 수백 명의 귀중한 인명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는 보람이 있다.
□ 업무의 구조와 현황
이들이 일하는 곳으로는 먼저 항공회사로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있으며, 항공기 사용사업체로 아세아항공, 통일항공, 한국항공 등이 있다. 항공기 제작회사로서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우-시코스키, 한국화이바, 삼미, 현대 우주항공 등이며, 각 언론기관으로서 방송국, 신문사 등과 정부기관으로서 육·해·공군 군무원, 경찰항공대, 산림청, 주한미군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할 수 있다.
항공정비사들은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현재 가장 많은 인력이 일하고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1994년말까지 우리나라에는 항공기사 1급 654명(여자 없음), 항공기사 2급 409명(여자 1명), 항공정비기능사 1급이 1101명(여자 1명), 항공기체 정비기능사 2급이 4394명(여자 3명), 항공기관 정비기능사 2급이 10,145명(여자 30명), 항공장비 정비기능사 2급이 506명(여자 없음), 항공전자 정비기능사 2급이 3060명(여자 55명) 있다.
항공정비사가 항공회사에 취업하면 처음에는 기술원이나 보조기술원으로 출발한다. 이때 군경력자나 정석 항공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는 기술원으로, 공군하사관 출신은 보조기술사로 채용된다고 한다. 그후 기술사-선임기술사-과장-차장으로 승진한다.
항공정비사를 지망하는 사람은 해외 파견근무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항공사의 비행기가 세계 곳곳에 취항하기 때문에 그곳 기착지에서 비행기를 중간 점검할 정비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수입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항공사에 입사하게 되면 초봉으로 월 80-90만원에 정비사 자격수당을 10만원 정도 받는다. 격납고나 엔진공장에서 일하게 되는 항공공장 정비사는 자격수당으로 13-15만원을 받는다. 그렇다고 정비사보다 공장정비사가 더 높은 자격증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왜냐하면 정비사들도 곧 기종한정 시험을 거쳐 수당을 똑같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근무를 하게 되면 월급을 현지 수준으로 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150만원 정도 받는 정비사가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돌아올 때쯤에는 상당한 돈을 저축할 수 있다고 한다.
□ 전망
날로 늘어나는 국제교류 속에서 국내 민간항공사들은 새로운 노선을 만들고, 취항횟수도 늘리고 있다. 비행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비인력의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실력을 갖춘 정비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항공사에서는 자체 직업훈련소를 마련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나라 비행기는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니 당연하게 항공정비사도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영종도에 건설되는 새로운 비행장, 차세대 전투기 사업, 도심권 빌딩에 헬리포트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안 등 항공정비사를 필요로 하는 갖가지 호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2천년대까지 우리나라에 3만여 명의 항공정비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현재 항공정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2급 기능사까지 합해서 2만여 명이어서 아직 상당한 인력충원이 필요한 셈이다.
□ 필요한 적성과 자격
항공정비사는 학력이 아닌 실력과 경력에 따라 취업,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항공정비학원-기능사 2급 자격증 취득-공군하사관 입대-4년 복무-항공정비사 면허 도전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데는 최소한 5년 정도면 가능하다. 또한 최종적으로 면허를 따지 못하더라도 군 경력으로 취업이 보장된다. 반면 일반 대학 졸업자는 학력에 따른 혜택이 전혀 없다. 군대를 거치지 않은 경우 2급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3년 이상의 경력을 쌓게 되면 1급 시험 및 최종 자격증인 정비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항공정비사는 조종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기종마다 기종 한정 증명을 받아야 해당 비행기를 정비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여러 기종을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능력 있는 정비사가 될 수 있다. 정비업무가 대부분 실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깥 날씨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치밀하고 세심한 집중력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한편 여성들도 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94년말까지의 통계로 기능사 2급 자격증자는 기관, 전자, 기체 정비분야에 각각 30, 55, 3명씩이 있고 기능사 1급은 1명이 있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는 군입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비사 면허를 획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의 유일한 방법은 인하공전 항공기계과 출신으로 항공사에 취업하는 것이다.
□ 되는 길
항공정비사가 되는 데는 5가지 과정이 있다.
1) 정석 항공고등학교나 공군고등학교 출신
이는 일찍이 항공분야에 뜻을 세우고 특수고로 입학하는 경우이다. 정석 항공고등학교는 대한항공 재단학교로 3년 동안 기술을 익힌 후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취업하게 된다. 공군고등학교는 학교를 졸업한 후 군에 남아 7년 동안 전투기 정비업무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제대 후 경력자로 취업이 보장된다.
2) 인하공전 항공기계과 출신
이곳은 전문대로서 유일하게 항공정비를 배울 수 있다. 졸업생 중 약 10%가 항공사로 특채되고 나머지는 항공정비병으로 입대해 군경력을 쌓아 취업한다. 이곳 학생들은 입학하기 전에 기능사 2급 자격증을 획득해서 특별전형 혜택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그밖의 학생들은 재학시절 자격증을 취득한다.
3) 4년제 대학 항공기계과 출신
인하대, 서울대, 항공대의 항공기계 관련 전공자의 경우 특별히 졸업과 동시에 정비사 면허에 응시할 수 있다. 일반 대학 출신자는 정비사 경력 3년이 있어야 한다.
4) 일반인이나 고졸자
항공정비와는 별개로 살아오다가 유망 자격증이라 하여 이 분야에 뛰어든 경우 가장 쉬운 접근방법은 사설학원을 거치는 것이다. 최근 항공정비학원이 많이 늘어서 서울에만도 10여 개소에 이른다. 이같은 현상은 고졸자들이 항공정비 자격증을 따면 항공정비 기술로 하사관으로 군에 입대할 수 있고, 제대 후에도 군경력이 인정되어 취업이 쉽기 때문이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시설과 강사의 면허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 사설학원에서는 하루 3시간, 주 5일 수업에 6개월 과정으로 기능사 2급 시험에 대비한다. 한 달 수강료는 11-15만원 선이다. 이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 약 90% 정도가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것이 학원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항공정비관련 기능사 2급 시험의 전체적인 합격률은 1994년에 16-30% 선이다. 단, 항공장비 정비기능사만 합격률이 63.4%를 기록했다. 이들은 기능사 2급을 취득하고 군에 자원, 입대하는데 육·해·공군의 항공정비병으로 입대한다. 이중 공군하사관으로 입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케이스이다. 하사관은 9급 공무원에 준하여 대우를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각 기업체도 3년 이상의 경력자를 원하고 있으므로 군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5) 항공사 직업훈련소
1992년에 대한항공 직업훈련소가 개설되었다. 이곳은 고졸 출신, 군필자로 자격을 제한하는데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매년 2월 영어와 면접시험을 거쳐 60-70명을 모집한다. 여기에 합격하면 1년 동안의 훈련을 마치고 취업하게 된다. 훈련기간 동안 수당도 지급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1995년 8월 28일 강서구 마곡동에 교육훈련원을 개설하였다. 그밖에 삼성항공에서도 창원에 직업전문학교를 세워서 훈련생을 모집, 정규적인 훈련을 실시한다. 1995년의 경우 3월 3일부터 12월 29일까지 10개월간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 분야의 입문자격증인 기능사 2급 자격증은 연 3회(보통 2, 7, 9월) 시험이 있고, 기능사 1급(7월)과 기사 1, 2급(10월) 자격증은 연 1회 시험이 있다. 정비면허에 해당하는 항공정비사와 항공공장 정비사 자격증은 교통안전진흥공단에서 연 1회 실시된다.
□ 시험안내
[ 항공기사·항공기능사 자격증 ]
▶ 시행청 :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 시험과목
1. 항공기사 1급
(필기) 항공역학, 항공기동력장치, 항공기 구조, 항공장비, 항공제어공학
(실기) 항공기 설계
2. 항공기사 2급
(필기) 항공역학, 항공기동력장치, 항공기 구조, 항공장비
(실기) 항공기 정비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