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치한 하수처리장이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채 16년 째 흉물로 방치돼 있어 포항시 행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포항시(당시 영일군)가 송라면 보경사 인근 음식점의 오·폐수 처리를 위해 지난 1994년 일일처리량 100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설치하고도 시가 관리에 손을 놓아 현재는 녹이 슨 채 고철덩이로 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경사 주차장 인근 40여개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처리하려면 음식점 정화조와 하수처리장을 연결하는 인입관로 설치가 필수이지만 인입관로 자체가 없어 부실공사 묵인 의혹도 일고 있다.
이 하수처리장은 공사비를 지급하고도 준공검사는 물론이고 시험가동조차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혈세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억원의 혈세를 들여 하수처리장을 만들어놓고도 시 관련부서는 서로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책임을 미뤄 나사빠진 행정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시의회 차원에서 관리부재에 따른 철저한 책임규명이 요구된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열린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진욱, 권광호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밝혀졌다.
한·권 의원이 차례로 나서 하수처리장 관리주체를 물었지만 공원관리사업소나 건설환경사업소 관계자들이 모두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둘러대 어리둥절케 했다. 영일군과 포항시가 통합되는 어수선한 시점에 지어져 관리 소재가 불분명해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진욱 의원은 "관련 공무원 모두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말해 누구를 상대로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시정 최고책임자인 박승호 시장이 의회에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광호 의원은 "연간 100만명이 찾는 포항 최대 관광지인 보경사 하수처리장이 관리 부재로 방치돼 있는 것을 간부 공무원들이 모른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입으로만 선진관광도시, 환경도시 포항을 외칠 게 아니라 있는 시설이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