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출발하다. 12시 안되어 해맞이콜 택시를 불렀다. 이번에는 3-4분 만에 도착한다. 흥해에서 포항 역까지 7,900원. 티머니로 결재한다. 카드결재기는 기사들이 보통 꺼놓고 운행한다. 기계를 켜 놓으면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단다. 가끔 켜놓고 두면 배터리 방전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요금을 카드 결재로 하려면 미리 얘기해주는 게 좋겠다.
역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번개 시장을 한번 돌아본다. 참 썰렁하다. 추운 날씨에 상인도 손님도 거의 없다.
가게에서 막걸리 한 통을 산다. 1,000 원이다. 가게 지키는 할아버지 표정이 거의 없다.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날이 추워지니 역 앞 광장에서 소일하던 노인들이 대합실로 근거지를 옮겼다. 일부는 담배를 피워댄다.
광장은 비어 있다.
이 포항역사도 조만간에 사라질 것이다. 흥해 의현 마을 쪽에 새롭게 역이 들어설 것이다. KTX가 다니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니가타까지 놓여진 건 다나카 수상 때문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포항까지 KTX 철도가 들어서게 되는 연유에 아마도 이 대통령과 막강한 힘을 가진 '형님' 공이라는 것도 세상 사람들은 잘 안다.
<경북 관광 순환 테마열차>에 대한 소식과 <녹색 철도 국민 제안> 홍보물을 살펴본다. 13:02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 열차. 2호차 21,25,26호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4호차 동반석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싸온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평일 낮 포항발 동대구행 무궁화 열차에 손님은 많지 않다. 자리를 바꿔 앉아도 대개는 지장이 없다. 막걸리 반주로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서울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에 작성한 글과 여행을 끝난 뒤에 다시 적어보는 글은 분위기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