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전기가 어떤 길을 거쳐 우리 곁으로 오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밀양 송전탑’에 얽힌 ‘인권’ 이야기
이 책은 밀양에서 할매와 할배들이 어떤 이유로 10년 동안 송전탑 반대투쟁을 해 왔는지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송전탑의 환경 파괴, 핵 발전의 위험성, 전기 생산 지역과 전기 소비 지역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에게 알려주는 인문, 환경 그림책이다.
대도시의 풍요를 포기 할 수 없기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주장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밀양과 같은 지방 주민들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는 부족한 전기 생산을 위해 핵 발전의 불가피성과 유익함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대도시로의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탑 건설과 지방 도시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어린의 눈높이에서 글과 그림을 통해 밀양의 송전탑 반대 투쟁의 진실을 알리고 있다. 나아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지역 분산형 에너지 정책을 세운다면 전기 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 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국가 권력의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2005년 울산 신고리원전에서 서울 수도권까지 전기 수송을 위해 밀양에 69기의 765kv 초고압 송전탑 공사 계획이 확정되었다. 이후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10년간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투쟁 과정에서 지역 주민 2명이 돌아가셨으며, 69명이 기소가 되었고 2억 3천만 원의 벌금 폭탄이 부과되었다. 결국 밀양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전탑은 건설되었다.
현재 전국의 송전탑은 4만 1천개이며 10년 안에 밀양과 같은 송전탑이 약 1,700기가 더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위험한 핵 발전소와 송전탑을 어른들은 왜 짓는지 모르겠다”
- ‘태극기가 감춘’ 국가의 폭력
그림책의 줄거리는 태극기 그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어린이가 태극기 그림을 가르쳐준 밀양 큰할매를 만나러 가서 핵 발전소와 송전탑의 진실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밀양 큰할매는 일제 시대를 살았기에 나라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나라가 하는 일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대문에 태극기를 달아 놓아 마을에서 태극기 할매라고 불리는 애국심이 가득찬 사람이었다. 연속극 보는 것을 좋아하며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아들딸을 공부 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냈다. 그리고 태극기 그림은 눈 감고도 그릴 정도다.
그런데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할매의 하루하루는 바뀐다. 송전탑 때문에 짐승도 농작물도 견딜 수 없는 마을로 바뀌었다. 할매는 송전탑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달라며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태극기 그림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밀양 큰할매의 변화를 통해 어린이의 눈에 비친 송전탑의 진실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위험한 핵 발전소를 어른들은 왜 짓는지 모르겠다. 전기 더 아껴 쓰고 핵 발전소 그만 지으면 안 되나? 그럼 우리 큰할매도 산에서 내려올 텐테.”
그림책 말미에는 ‘밀양 큰할매 깊이 읽기’를 통해 밀양 큰할매가 왜 산으로 올라갔는지, 송전탑이 왜 문제인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2. 본문에서
송전탑은 왜 필요한 거야?
전기를 많이 쓰는 대도시로 더 많은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래. 우리나라는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발전소가 많아.
전기는 대도시가 많이 쓰는데, 전기를 생산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 주민들이 받고 있어.
그렇다 보니 전기 생산 지역과 전기 소비 지역 사이에 불평등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는 전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고 대도시와 가까운 곳에 발전소를 짓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평등은 줄어들지 않을까? - <밀양 큰할매 깊이 읽기> 중에서
할매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거야?
할매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키기 위해서야.
인권이라는 말, 들어 본 적 있니? 인권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 내는 것이 바로 인권이야.
농사일로 평생을 보낸 할매에게는 땅을 지키고 자식들과 어울려 사는 하루가 행복한 삶이야. 그런데 송전탑으로 인해 땅은 쓸모없게 되었고, 고향은 자식들이 돌아와 살기 힘든 곳이 되었어. 할매의 하루하루로 이루어진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 거야.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돈과 맞바꾸는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할매는 이 모두를 지키려고 싸우는 거야.
- <밀양 큰할매 깊이 읽기> 중에서
3. 추천사
우리는 집에 돌아오면 맨 먼저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습니다.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히터를 켭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우리는 곧장 이 거대한 전기 시스템에 연결됩니다.
우리에게 전기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길을 거쳐 우리 곁으로 오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은 평생을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라에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되었습니다.
신고리 핵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로 실어 나르는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일생 일구어 온 논밭과 평화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밀양 큰할매』는 지금 ‘태극기가 감춘’ 국가의 폭력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와도 같은 전기가 ‘누군가의 피눈물을 타고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 이계삼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
4. 작가소개
글·그림 | 김규정
광안리의 작은 돌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무딘 창을 들이대던 청년은 야만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어른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부끄러운 현실에 작은 균열이 되길 바라며 솔이와 이 땅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무지개 욕심 괴물』, 『황금빛 물고기』가 있습니다.
추천 | 이계삼
경남 밀양에서 11년 간 국어교사로 일했습니다. 2012년 퇴직 후, 밀양 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투쟁을 돕고 있으며, 감물생태학습관에서 인문학교사 겸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녹색평론>, <한겨레>,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교육과 사회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삶을 위한 국어교육』,『변방의 사색』을 펴냈으며, 함께 쓴 책으로는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