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운동장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잠실 야구장이다. 6월 가로수의 푸르름이 거리에 질펀하다. 내 마음도 덩달아 푸르러진다. 일행 몇사람은 벌써 와서 저만치 서서 기다리고 있다. 다가갔다. 소풍 날 초등학생처럼 들뜬 모습들이다. 오늘 나들이를 주선한 조박이 선지자처럼 한 마디 했다. 오늘 축령산 계곡 '탁족(濯足) 나들이'는 오래 오래 기억될 거라고.
남양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경춘가도의 차들은 시원하게 미끄러졌다. 얼마쯤 가다가 화도 아이씨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부터는 꼬불꼬불 2차선 시골길이다. 운전하는 맛이 제법 난다. 향기가 코끝을 건드려 차창 밖을 보니, 주위 야산이 온통 밤꽃 천지다. 하얀 밤꽃들이 6월을 점령하고 마음껏 향내를 내던지고 있다.
반 시간도 못되어 어느새 축령산이란다. 입구를 독립문처럼 만들어 놓고 표를 받고 있다. 나이 먹었다고 돈도 안 받고 무사통과다. 여기 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직접 관리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우람한 나무로 꽉 찼고, 숲 사이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다. 방갈로 같은 목조건물 몇채가 나무 사이로 보였다. 장난감 같은 그 겉모습이 사랑하는 연인들 추억 만들기 딱이다. 산책길 옆으로 소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들이 왕국을 이루고 , 그 사이에 싸리, 산벚, 산뽕들도 거들고 있다. 벌 나비들도 때를 만나 해방구인양 이 나무 저 나무 앉았다 날았다 한가롭다. 뻐꾸기 소리도 멀리서 들린다. 모두 축령산 여름이 가져다준 축복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펜션 앞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언제 들어도 싫지 안은 계곡 물 소리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그 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시원하다. 자리를 펴고, 메고 온 배낭들을 풀었다. 준비해 온 술과 안주 그리고 참외 수박들이 쏟아져 나온다. 푸짐하다. "먹세 그려,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 무진 먹세 그려."라는 조박의 권주가(勸酒歌)가 시장하던 술맛을 더 돋구어줬다. 이어서 비아그라 효능부터 '부부 십계명'까지 침이 튀도록 우리는 토론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고 먹고 마셨다.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지자 하나씩 둘씩 일어나 물속에 발을 담갔다. 시원하고 짜릿한 감촉이 온몸을 저리게 한다. 몸 속 찌꺼기들이 싹 제거되는 쾌감이다. 모두 두 발로 물장구를 치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일년 열두달 이곳에서 이렇게 지낼 수는 없는 것인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귀가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멋진 나들이 축하합니다. 행복한 하루가 날마다 이어지기를... 감사
조청장! 이 초여름의 싱그러움, 푸르름, 깨끗함, 부드러움, 이모든것 죄다 죄다 당신것 입니다.
어릴적에 많이 하던 축령산 산림욕장 '川獵' 놀이 참 멋진지네유 늙으막에 복터지네유 혹씨 친구분이 인천에 사는 조박이유 9사단 30포병 본부에서 같이 근무한것 같은데 나보다 선참일거유 작전과에서 근무한 지정길이라고 한번해봐유 이름이 특히 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키도 나만할거유
조박은 조우철 박사를 그렇게 줄여서 부르고 있네.
에덴동산이 바로 그 곳에..., 금년도 후반부 시작이 심상치(?) 않네요. 축하해유! 감사
하루의 일탈을 . 싱그러움속에 묻혀서 같이 산이 되고 나무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정말 잘하셨네요. 오늘 하루가 영원한것같이 생각함 또 다른 내일의 영원함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지요. 감사.
술과 친구, 여름숲속, 차디찬 계곡까지 다 갖추고 여유를 시나브로 즐기시라 . 좀 취해서 돌아간들 어떠하리요. 감사
아시원합니다.
이 침통 더위에 웬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