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빼놓을 수 없는 물놀이. 순간을 기록하고 오랫동안 추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기 바쁘다. 하지만 물에 취약한 ‘기기’라서 물에 닿을까 노심초사하며 물놀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여러 가지 전자제품들이 방수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췄다. 방수의 국제 등급을 뜻하는 IP에 대해 알아보고, 방수기능이 지원되는 제품들을 살펴본다.
IP등급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보는 것일까?
IP등급이란 International Protection의 약자로, 방진 방수의 국제 보호 등급을 뜻한다. 한국산업규격은 KS C IEC 60529으로, 국제규격과 기술적인 내용이나 규격이 동일하다. 이 규격은 정격전압 72.5Kv 이내의 전기장비와 외함의 방진 방수 보호 등급을 분류하는데 적용한다.
<출처 : 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 저자 이강원>
규격의 목적은 기기에 접근하는 사람이나 가축을 보호하고 해충, 진균 및 외부 분진 등의 침투로부터 기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이나 습기, 기름 등이 기기 내부로 침투하는 것 역시 방지한다. IP코드는 두 자리로 이뤄져 있는데 첫 번째 숫자는 방진 등급, 두 번째 숫자는 방수 등급을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국산업기술연구원에 인증 신청할 수 있다.
IP 뒤에 따르는 숫자 중 첫 번째는 방진 보호 정도를 뜻하고, 이어지는 두 번째 숫자는 방수 보호 정도를 의미한다. 숫자에 따른 정도는 아래 표와 같다. 세 번째 숫자가 있을 경우 이는 충격 보호정도를 뜻한다. 하지만, 보통은 충격 보호 정도는 표기하지 않고, 방진, 방수까지만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IP68 등급이라 함은 먼지로부터 완전히 보호되며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여름철을 맞이해 물놀이가 많아지는 만큼 각 등급별 대표 제품을 알아보고, 주요 특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다.
레노버 Yoga Tab 3 Pro 10.1 2017 64GB는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태블릿PC다. 70형 로테이터블 프로젝터가 내장되어 있다. 후면 카메라는 1,300만 화소, 전면은 500만 화소다. 10,200mAh의 대용량 배터리로 사용시간은 완충 후 18시간이다. 견고한 퓨마 블랙 메탈바디와 가죽 재질의 후면으로 디자인되었다. IP21의 등급으로 갑자기 비가 오거나, 수영장에서 물이 튀는 정도는 제품에 문제를 주지 않는다. 다만, "튄", "물방울"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고인 물에 빠뜨리거나 각 단자 안으로 액체가 유입되면 심각한 고장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
커세어 K68 키보드는 USB로 연결하는 유선 방식의 기계식 키보드다. 지난 컴퓨텍스에서도 방수, 방진 테스트를 따로 준비할 정도로 야심 차게 선보인 신제품. 빠르고 정확한 키 타이핑이 특징은 물론 내구성이 뛰어난 골드 접촉부를 사용한 CHERRY MX 스위치를 장착했다.
실리콘 고무 쉴드가 스위치를 감싸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물을 쏟는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IP32 규격의 방수 기능을 갖췄다. 15도라는 각도가 좀 애매하지만, PC방이나 사무실에서 물이나 음료를 살짝 쏟는 것은 막아주는 편. 하지만, 커피나 콜라 같은 당분이 들어간 음료는 완전히 방수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키캡이 안 올라오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너무 IP등급을 믿지는 말자.
▶ IP52 : 분진/수직에서 15도 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의 보호
레노버 탭3 10 비즈니스는 IP52등급 안드로이드 태블릿PC다. 충격과 스크래치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 재질의 표면과 Full HD의 IPS 패널로 이뤄졌다. 4개의 코어로 고성능의 CPU가 특징이다. 태블릿PC치고는 꽤 높은 IP52 규격으로, 빗방울이나 물이 튀기는 정도의 생활 방수가 가능하고, 모래바람이나 먼지 등이 침투되지 않는 방진 기능을 갖췄다.
▶ IPX4 : 전방향에서 비산되는 물로부터의 보호
SONY FDR-X3000R는 소니의 간판 액션캠으로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술인 B.O.SS.(Balanced Optical SteadyShot)를 탑재했다. 형태 왜곡을 최소화하는 ZEISS® 렌즈를 장착했고, 100Mbps의 4K 영상 역시 가장 큰 특징이다. 기기 자체는 빗방울과 같은 생활방수가 가능한 IPX4 등급이다.
아무래도 익사이팅한 환경에서 촬영하는 게 대부분이므로 "비산"되는 물로부터의 보호는 보장해준다. "물속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자. 하지만, 최대 약 60m의 방수를 지원하는 방수 케이스를 장착하면 수중 촬영이 가능하다. 역시 액션캠 종류는 액세서리가 사기인듯싶다.
또 한가지 IPX4 등급의 제품은 QCY QY19 PLUS커널형 백헤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무손실 코딩을 지원하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 못지않은 CD 수준의 사운드 품질을 느낄 수 있다. 12.7g으로 장시간 착용해도 무게감으로 인한 통증이 없고, 착용감 역시 편안하다. IPX4 등급의 방수 기능으로 장마철 쏟아지는 비나 운동 시 흘리게 되는 땀 정도는 거뜬히 이겨낸다. 역시나 흐르는 땀, 빗방울 등에 대한 보호로 물속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소니 SRS-XB 블루투스 스피커 시리즈는 IPX5 등급의 방수 설계로 제작되었다. XB10부터 XB40까지 모든 모델에 적용된 설계다. XB 시리즈가 수영장이나 여름 야외활동에서 음악을 재생하며 즐기는 콘셉트이므로 이런 IPX5 등급 방수 설계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
전 방향에서 쏟아지는 물로부터 보호되니 수영장 선베드 옆에 두고 느긋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요긴한 아이템이 될 듯하다. 다만! 바닷물에 대한 보호가 아니므로 해변, 해수욕장에서는 장담을 못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IP65/68 : 완전한 방진 구조/ 물 속에서 사용 가능(8)
SONY 엑스페리아 Z4 Tablet LTE는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태블릿PC다. 블랙 모델에 한해 기본으로 제공되는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를 이용해 오피스 앱을 사용할 수 있다. 2K 디스플레이와 최신 CPU를 장착했다. 약 17시간 영화 감상이 가능하도록 배터리 성능을 높였다. IP65/68등급이므로 전 방향에서 쏟아지는 물에서 보호되며, 1.5m의 담수 속에서 최대 30분 동안 구동이 가능하다. 흙이나 먼지가 묻었을 때 위 사진처럼 수돗물로 쓱~ 닦아내는 쿨함을 연출할 수 있다.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애플의 대표 스마트폰이다. 후면 1,500만 화소와 전면 700만 화소의 높은 화질을 자랑하고, 애플 A10 쿼드코어의 CPU 성능을 갖췄다. 무게는 138g으로 전 모델에 비해 가벼워졌고, IP67 등급의 방진, 방수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는 1m 아래의 물속에 빠뜨려도 30분간 문제없는 정도의 등급이다.
▶ IP68 : 완전한 방진 구조/ 물속에서 사용가능
▲ 갤럭시S8을 바닷속에서 사용하는 영상
갤럭시 S8도 역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다. 후면 1,2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와 홍채 인식, 얼굴 인식, 지문 등의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었다. 빅스비 인공지능도 빼놓으면 서운할 정도의 간판 기능. 더불어 IP68 규격으로, 수영장이나 바닷물에 잠시 빠뜨려도 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수기능이다. 출시 초반 물을 비롯해 맥주, 콜라, 간장 등 수많은 테스트 영상이 올라왔을 정도로 갤럭시 S8의 IP68 등급 방진, 방수 기능은 유명했다.
소리 없는 스펙 깡패 LG G6도 방진, 방수등급 IP68이다.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LG전자의 스마트폰으로 18:9 화면비, Dolby Vision과 HDR10의 영상 재생을 지원한다. 1,300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로 풍경을 더 넓게 담을 수 있다.
▲ LG G6로 수중 촬영한 샘플 영상
역시 IP68 등급 설계이므로 모래나 먼지, 기타 이물질로부터 기기를 보호할 수 있고 물속에서도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이다. 삼성보다 홍보가 안되었다는 게 유일한 문제점이라고나 할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두번 두드려보자!
물이 두려워 물놀이할 때 항상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시대가 왔다. 언제나 손 안의 컴퓨터가 되어주는 스마트폰도, 찰나의 움직임을 멋스럽게 촬영하는 액션캠도 방수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해서 출시되는 추세니 마음껏 즐기자. 이번 기사에서 살펴본 IP등급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을 구입하기 전 이 IP등급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식으로 인증받은 등급인지도 꼭 체크해야 할 포인트. 그렇다고 IP등급만 믿고 물속에 장시간 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랬다고, IT 기기의 영원한 적인 먼지, 물과의 전쟁은 항상 신중! 신중해야 하니까 말이다. 즐기자! 이 여름을! IP등급 빵빵한 IT 기기와 함께!